Ⅳ-13. 다윗과 요나탄의 우정(20,1-42)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 :
몹시 극적인 기사이며 어색함이 전혀 없는 글이기는 하지만,
이 기사는 분명히 두 가지 전승으로 이루어졌다는 것과 거기에
후세의 가필도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10, 사울의 마음을 확인하려는 다윗과 요나탄 :
①다윗이 요나탄에게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입니까?” 라고 말하자,
②요나탄은 “그럴 리가 있나?, 자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해 주겠네.” 하고 말하였다.
③그러자 다윗이 “제가 모레 저녁때까지 들에 숨어 있도록 저를 내보내 주십시오.
그분께서 만일 ‘좋다!’ 하시면 이 종이 무사하겠지만,
화를 내신다면 그분께서 저를 해치기로 작정하신 줄
아십시오. 왕자님은 주님 앞에서 이 종과 계약을
맺으셨으니, 의리를 지켜 주십시오.”라면서 부탁하였다.
④요나탄은 “자네에게 그런 일은 없을 걸세!”라고 대답하였다.
⇒다윗이 이처럼 단순한 우정이 아닌 계약 관계를 근거로 해서
도움을 호소한 까닭은,
①단순한 우정 관계는 父子관계보다 우선될 수 없고,
②주님 앞에서 그 이름으로 맺은 계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의 통념이었기 때문이다.
11-16, 신의를 약속하는 요나탄 :
①요나탄과 다윗 두 사람이 들로 나갔다.
②요나탄은 “아버지께서 자네를 좋게 보시면 사람을 보내 알리고,
해치려고 하면 편안히 가게 하겠네”(12-13절)
③“그 대신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주님께서 바라시는 의리를
지켜 주고, 내 집안과 의리를 영원히 끊지 말아 주게.”(14-15절).
④그러고 나서 요나탄은 “주님께서 다윗의 원수들에게 복수해
주시기를 비네.” 하면서 다윗 집안과 계약을 맺었다.
⇒다윗에 대한 요나단의 간청(14절)은,
고대 중근동에는 축출된 왕조의 가족들이 새로운 왕에 의해
몰살되는 풍습이 있었다는 사실을 배경으로 한다.
사실 요나단의 이 같은 간청은 후일 다윗에 의해 받아들여져,
요나단의 후손으로 다윗으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2사무 9, 6-7).
17-23, 다윗과 요나탄의 우정 :
①요나탄은 다윗을 자기 목숨처럼 사랑하였다.
②요나탄이 다윗에게 전에 숨었던 바위 곁에 있으라고 한다(18-19절).
③내가 그 옆으로 화살 세 개를 쏘고, 시종에게 ‘화살이 네 쪽에 있다. 집어라.’ 하면,
아무 일 없을 터이니 안심하고 나오고, 그러나 ‘화살이 더 멀리 있다.’ 하면, 떠나가게(20-22절).
④요나탄이 자신과 다윗 사이에 맺어진 계약의 불변성을 말한다(23절).
⇒아무리 용감하고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온 영웅이라 할지라도
지속적이고 계획적이고 정치적인 살인 음모에
다윗은 깊은 절망감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다윗에게 기름을 부은 것은
사울에게 죽임을 당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요나단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심지어 사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주변의 많은 사람들도 아는 진리였지만, 당사자인 다윗에게는 믿기 어려운 진리였다.
현실적인 절망감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의지를 빼앗아 버린다.
지속적인 공격과 고난은 하느님의 부재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요나단은 왕자라는 지위와 신분과 그의 능력으로 언제나 다윗을 구할 수 있다는 만용을 부리지 않았고,
다윗의 염려와 우려를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였다.
24-34, 요나탄에게 격분하는 사울 :
①다윗은 숨었고, 초하루가 되자 음식을 먹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②첫날에는 사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두 번째 날에는 아들 요나탄에게, “어찌하여 이사이의 아들이
어제도 오늘도 식사하러 오지 않느냐?”고 물었다(26-27절).
③요나탄이 사울에게 다윗이 불참 사유를 말하고 있다(28-29절).
④사울이 요나탄에게 화를 내면서,
“이사이의 아들놈이 살아 있는 한, 너도 네 나라도 안전하지 못하다.
그자는 죽어 마땅하니, 당장 사람을 보내어 그를 잡아들여라.”(30-31절).
⑤요나탄이 사울에게 “그가 죽을 일이 무엇이냐”고 항의한다.
⑥그러자 사울이 요나탄에게 단창을 던져 죽이려 하자,
요나탄은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 하는 데에 슬퍼하였다(33-34절).
⇒결국 초하루 어전 잔치의 참석자는 왕 사울, 왕자 요나탄,
군장 아브네르, 천부장 다윗 등 4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사울 왕을 중심으로 父子관계, 사촌형제 관계,
사위 관계 등 혈연으로 얽혀있었다는 점에서 가족 잔치의 성격도 띠고 있었다.
아무튼 이들 4인은 당시 이스라엘 왕정 제도의 핵심 수뇌부인데,
고대 초창기 왕정의 성격상 이러한 혈연 중심의 통치는 당시 보편적이었다.
35-42, 다윗과 요나탄의 맹세와 惜別 :
①사울의 본심을 알게 된 요나탄은 약속했던 들로 나가,미리 주고받은 대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②그리고 시종에게 “내가 활을 쏠 테니 화살을 찾아오너라.” 하고 활을 쏘았다.
③요나탄은 “화살은 더 멀리 있지 않느냐?” 라고 소리쳤다.
④그 일을 요나탄과 다윗만 알았다(38-39절).
⑤시종이 떠나자, 다윗은 엎드려 세 번 절하고 서로 얼싸안고 울었다.
⑥다윗에 대한 요나탄의 평안 기원과 맺어졌던 두 사람 간의 계약의 재확인에 대해 언급한다.
⇒이것은 ①깊은 사랑과 우정의 교제를 나누던 친구가 비극적 현실
앞에서 기약 없이 서로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과,
②그 중 한 친구는 목숨의 보존을 위해 향후 정처 없이
방랑해야 하는 비참한 신세가 됐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다윗은 전혀 자신의 뜻과는 달리 반역자로 몰려 왕과 국가에 충성할 기회를 갖기는커녕
친구와 가정과 別離하고, 왕과 원수가 되어 정처 없이 도피의 길을 떠나야 된다는 어이없는 현실에
그동안 참았던 설움이 복받쳐 올라와 길고 깊은 울음으로 터져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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