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나이를 불혹(不惑)이라 한다.
나이 사십이면 사물의 이치와 세상사에 어느 정도 깨달음이 있어
미혹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자신의 의지나 인생관을 확립하는 시기이고,
주변 여건에 흔들리지 않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고대 유다인의 비문들을 살펴보면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를 정확하게 몰랐던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묘비에 적힌 나이들이 정확한 나이가 아니라 어림잡은 나이를 새겨 놓은 것이다.
당시에는 정확한 숫자 개념이 없었다.
성경에 셋, 일곱, 사십이라는 숫자가 많이 등장하는 것이 그 증거다.
즉, 셋은 적은 것이고, 일곱은 좀 더 많은 것이며, 사십은 아주 많은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이 숫자들은 모두 근사치다.
이러한 부정확한 숫자 개념에 따라
유다인들에게 사십의 숫자는 비교적 긴 시간을 의미했다(1사무 17,16).
성경과 유다인의 전통에서 사십의 수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40이라는 숫자는 노아 홍수에서 등장한다.
하느님께서 죄인들을 벌하기 위해서 40주야 동안 비를 내리신다(창세 7장).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탈출하고 광야에서 사십 년 동안 유랑 생활을 했다.
또한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십계명을 받기 위해 40일을 산에서 지낸다.
엘리야도 호렙 산에서 하느님의 계시를 받기 위해 천사가 주는 음식만으로
40일을 보냈다(1열왕 19,8).
에제키엘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받을 벌을 상징해 사십 일 동안
옆으로 누워 있었다.(에제 4,6).
요나 예언자는 니느웨가 사십일 만에 멸망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처럼 구약에서 사십이라는 숫자는 시련과 준비, 괴로움, 징벌과 관련이 있다.
성경에서 40년은 특별히 구 세대가 지나가고 새 세대가 시작하는
기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신약에서는 예수께서 광야에서 40일간 단식하신 것이
가장 두드러진 사건이다(루카 4,1-13).
그리고 예수님은 부활 후 40일 만에 승천하신다.(사도 1,3).
여기서 40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가 중요하다.
즉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만나기 위해 속죄, 보속, 참회,
자신의 쇄신 등으로 준비하는 상징적 기간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교회는 매년 재의 수요일부터 성목요일 주님의 만찬 저녁 미사 전까지
40일 동안 四旬節을 지낸다.
사순시기는 예수님 부활을 준비하기 위해 40일 동안 통회와 보속
그리고 희생으로 재(齋)를 지키는 기간을 말한다.
물론 이 40일은 모세가 십계명을 받기 전 40일간 재를 지킨 것과
엘리야가 호렙 산에서 금식한 것,
그리고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간 재를 지킨 데서 유래한다.
허영엽 신부 / 성경 속의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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