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9. 예리코를 점령하다(6,1-27)
1 예리코는 이스라엘 자손들 앞에 굳게 닫힌 채,
나오는 자도 없고 들어가는 자도 없었다.
2 주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다. “보아라, 내가 예리코와
그 임금과 힘센 용사들을 네 손에 넘겨주었다.
3 너희 군사들은 모두 저 성읍 둘레를 하루에 한 번 돌아라.
그렇게 엿새 동안 하는데,
4 사제 일곱 명이 저마다 숫양 뿔 나팔을 하나씩 들고 궤 앞에 서라.
이렛날에는 사제들이 뿔 나팔을 부는 가운데
저 성읍을 일곱 번 돌아라.
5 숫양 뿔 소리가 길게 울려 그 나팔 소리를 듣게 되거든,
온 백성은 큰 함성을 질러라. 그러면 성벽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때에 백성은 저마다 곧장 앞으로 올라가거라.”
6 눈의 아들 여호수아는 사제들을 불러 말하였다.
“계약 궤를 메어라. 그리고 사제 일곱 명은 저마다
숫양 뿔 나팔을 하나씩 들고 주님의 궤 앞에 서라.”
7 그는 이어서 백성에게 말하였다. “앞으로 나아가서 성읍을 돌아라.
무장을 갖춘 이들은 주님의 궤 앞에 서서 나아가라.”
8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말한 대로, 사제 일곱 명이 저마다
숫양 뿔 나팔을 하나씩 들고 주님 앞에 서서 나아가며
나팔을 불었다. 주님의 계약 궤가 그 뒤를 따랐다.
9 그리고 무장을 갖춘 이들이 뿔 나팔을 부는 사제들 앞에 서서 걸어가고
후위대가 궤 뒤를 따라가는데, 뿔 나팔 소리는 계속 울려 퍼졌다.
10 여호수아가 또 백성에게 명령하였다. “함성을 지르지 마라.
너희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여라.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마라.
내가 함성을 지르라고 하거든 그때에 함성을 질러라.”
11 이렇게 그는 주님의 궤가 성읍 둘레를 한 번 돌게 하였다.
백성은 그렇게 한 다음 진영으로 돌아가 그 밤을 진영에서 지냈다.
12 여호수아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사제들도 주님의 궤를 메었다.
13 숫양 뿔 나팔을 하나씩 든 사제 일곱 명이 주님의 궤 앞에 서서 가며 줄곧 나팔을 불었다.
그리고 무장을 갖춘 이들이 그들 앞에 서서 걸어가고 후위대가 주님의 궤 뒤를 따라가는데,
뿔 나팔 소리는 계속 울려 퍼졌다.
14 그들은 이튿날에도 성읍을 한 번 돌고 나서 진영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엿새 동안 그렇게 하였다.
15 이렛날이 되었다. 동이 틀 무렵에 그들은 일찍 일어나
같은 방식으로 성읍을 일곱 번 돌았다.
이날만 성읍을 일곱 번 돈 것이다.
16 일곱 번째가 되어 사제들이 뿔 나팔을 불자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말하였다. “함성을 질러라.
주님께서 저 성읍을 너희에게 넘겨주셨다.
17 성읍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주님을 위한 완전 봉헌물이다.
다만 창녀 라합과 그 여자와 함께 집에 있는 사람은 모두 살려 주어라.
그 여자는 우리가 보낸 심부름꾼들을 숨겨 주었다.
18 너희는 완전 봉헌물에 손을 대지 않도록 단단히 조심하여라.
탐을 내어 완전 봉헌물을 차지해서 이스라엘 진영까지
완전 봉헌물로 만들어 불행에 빠뜨리는 일이 없게 하여라.
19 은과 금, 청동 기물과 철 기물은 모두 주님께 성별된 것이므로,
주님의 창고로 들어가야 한다.”
20 사제들이 뿔 나팔을 부니 백성이 함성을 질렀다.
백성은 뿔 나팔 소리를 듣자마자 큰 함성을 질렀다.
그때에 성벽이 무너져 내렸다. 백성은 저마다 성읍을 향하여
곧장 앞으로 올라가서 그 성읍을 함락하였다.
21 그리고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소와 양과 나귀 할 것 없이,
성읍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칼로 쳐서 완전 봉헌물로 바쳤다.
22 여호수아가 그 땅을 정탐하러 갔던 두 사람에게 말하였다.
“그 창녀의 집으로 가서, 너희가 맹세한 대로
그 여자와 그에게 딸린 모든 이를 그곳에서 이끌고 나오너라.”
23 그래서 정탐하러 갔던 젊은이들이 가서 라합과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제, 그리고 그에게 딸린 모든 이를 데리고 나왔다.
라합의 온 씨족을 이끌고 나와 이스라엘 진영 밖으로 데려다 놓았다.
24 그런 다음에 백성은 성읍과 그 안에 있는 것을 모조리 불에 태웠다.
그러나 은과 금, 청동 기물과 철 기물은 주님의 집 창고에 들여놓았다.
25 여호수아는 창녀 라합과 그의 아버지 집안과
그 여자에게 딸린 모든 이를 살려 주었다.
그래서 그 여자는 오늘날까지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에서 살고 있다.
예리코를 정탐하라고 여호수아가 보낸 심부름꾼들을
그 여자가 숨겨 주었기 때문이다.
26 그때에 여호수아가 선언하였다. “이 예리코 성읍을 다시 세우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주님 앞에서 저주를 받으리라. 기초를 놓다가
맏아들을 잃고 성문을 달다가 막내아들을 잃으리라.”
27 주님께서 여호수아와 함께 계셨으므로
그의 명성이 온 땅에 두루 퍼졌다.
*예리고 함락 이야기는 : 여러 가지 반복과 중복 때문에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 구조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①여호수아에게 내리신 하느님의 명령(2-5절),
②사제들과 백성에게 명령을 전달하고(6-10),
③명령의 실행이다(11-16, 20).
이 설화는 전례의 모습과 전쟁의 모습을 동시에 지닌다.
군사들의 집합체로 조직된 백성,
전쟁 의식의 하나로 순간 공격에 내지르는 함성,
공포를 조장하여 적을 무서움에 떨게 하는 뿔나팔 등은
이 이야기의 전쟁모습을 드러낸다.
전쟁 및 전례 행렬과도 관련되는 계약궤가
이 이야기의 서로 뗄 수 없는 두 모습을 연결시키는 구실을 한다.
⇒예리고 이야기는 : ①승리가 인간의 힘이 아닌
하느님으로부터 왔음을 반복하여 증언하고,
②또 여호수아가 하느님의 명령대로 준행했으며,
땅을 물려받고 백성들의 환호를 받았음을 보여주고
하느님의 약속이 실현되었다는 하나의 예증이 되었다.
*6,22-26절에서는 : 라합과 그녀의 가문은 흔하지 않은 첫 번째 예로서
이스라엘의 일부가 된다.
따라서 기브온(9장), 헤페르(12,17), 룻은 원래 핵심의 일부가 아니었던
개인이나 무리들이 이스라엘에 흡수된 사례가 된다.
이스라엘은 자신의 정체를 피가 섞인 민족으로
이해하였으나(탈출 12,38),
최소한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고(2,9-11)
이스라엘 백성을 도왔을 때(6,25)
이방인들도 이스라엘 백성으로 받아들여졌다.
*예리고 성은 : 전략적 위치상 매우 중요한 가나안의 방어 거점으로서
군사 요충지일 뿐 아니라 가나안 중부로 통하는
교통의 要路였다.
따라서 여호수아 군대가 가나안 도시 국가들의 남북 연합 작전을
미연에 차단하고 가나안 정복의 주요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예리고 성을 장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예리고 성은 거의 공격 불가능하게 되어 있는 天然 要塞였다.
즉 가파른 경사지 정상에 위치하고 있는 예리고 성은
적들의 침입에 대비하여 성 밖으로 3-4m 높이의 석조 장애물을 설치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본성의 중앙 벽과 약 35도 각도로 경사지에 만들었다고 한다
따라서 가파르고 미끄러운 경사지와 여러 방해물 때문에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접근하는 행위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따라서 유일한 방법으로써는 장기간의 포위 작전을 구사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렇게 하자면 오랜 기간이 지체되어
나머지 가나안 족속들이 연합, 반격할 기회만 줄 뿐 이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해 예리고 성은 성문을 굳게 닫고
마냥 버티는 작전을 구사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호수아 군대에게는 주님이 함께 하고 계셨다.
4절, ‘일곱’이라는 숫자가 4절에만 네 번, 6장 전체에 걸쳐 열 네 번이나
언급되었다. 성경이 함축하고 있는 숫자의 상징적 의미상
‘일곱(7)’이란 숫자는 하느님께 속한 신성한 숫자로서
보통 '완성', '완전', '극치', '성별'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섭리나 활동과 관련하여
이 단어는 성경에서 수없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숫자를 통해 가나안 정복은 하느님께서
친히 역사하시는 聖戰이며, 또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로 하여금
가나안을 정복케 하되 완전히 정복케 하심을 알 수 있다.
6-16절, 여호수아는 주님의 작전 명령을 받들어 그대로 전달했다.
주님을 전폭 신뢰하는 여호수아의 신앙이 돋보일 뿐 아니라,
이는 가나안 정복 전쟁의 실질적인 총지휘자는
바로 주님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17절, 완전 봉헌물 : 우상숭배에 오염될 수 있는 모든 상황들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하느님께 속한 聖戰의 맥락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자기 것으로 차지할 수 없고,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두 철저히 파괴함으로써
모든 것을 진정한 하느님께 봉헌해야 하는 뜻을 지닌다.
22-23절, 정탐꾼들은 예리고를 정탐할 때 라합에게 은혜를 입은 대가로
이스라엘 군대가 예리고를 정복할 때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을 살려주기로
주님의 이름으로 약속했었다(2:12-21).
이제 정탐꾼들은 자신들의 정탐 사실이 누설되지 않았으므로,
맹세한 대로 라합과 그 일가족들을 구출할 의무가 있었다.
24절, 예리고 성과 그 안에 있는 것을 불에 태운 것은 :
'성읍과 그 탈취물 전부를 불태우라'는 신명 13:16의 규례에 의한 것이다.
25절, 라합 및 그 가족은 : 얼마 후(7일 ; 민수 32:19) 이스라엘 백성의 일원이 되었다.
특히 라합은 후일 유다 족장 살몬과 결혼하여
다윗의 조상 보아스를 낳음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에 그 이름이 오르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마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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