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생명의 말씀

생명의 빵, 사랑의 빵

윤 베드로 2016. 8. 14. 18:19

생명의 빵, 사랑의 빵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복음은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놀라운 기적을 전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 빈 들로 나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사람들이 밥도 먹고 잠도 자게 하려고

               제자들은 예수님께 사람들을 해산시키자고 말합니다.

이곳은 황량한 곳이기에 아무것도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각자가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하게 하자는 제자들을 두고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것을 주어라.”

이 말씀을 듣고 놀라는 제자들이 쉽게 상상이 갑니다.

사실 지금 예수님 일행은 휴식차 사람들 없는 곳에 온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따라왔고,

              그들에게 예수님은 다시 가르침을 주시고 병자도 낫게 해 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밥까지 차려놓으라 하시니.

           어디서 사오지 않고는 도리가 없다는 제자들의 말에 그 황망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이 일이 있었던 곳은 갈릴래아 호수 동쪽 데카폴리스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이 부근은 유다인들이 적고 오히려 이방인들이 많은 구역이어서,

               예수님을 따르던 이들이 마을로 흩어진다 하더라도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던 곳이었습니다.

우호적이지도 않은 분위기에서 각자 먹을 것과 잠잘 곳을 해결하느라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말고, 그냥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예수님의 말씀은 사실 이런 의미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기적에서는 그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을 맡으시고,

제자들은 그야말로 ‘먹을 것을 주는’ 역할만 했을 따름입니다.

황량한 곳에서, 그분은 생각지도 않은 기적을 사람들에게 안겨 주십니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음식이지만 그 음식은 그분 사랑의 소산이었습니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예수님이 사람들을 염려하고

               사랑하신 나머지 베푸신 사랑의 기적이었습니다.

기적도 놀랍지만, 그 기적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생각하면 더욱 감탄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그분이 직접 마련해 주셨던 이 기적이,

              오늘날에도 성체성사 안에서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성체성사는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생명을 주는 빵으로 내어주시는 사랑의 기적입니다.

황량한 이 세상에서, 우리는 이 빵을 통해 원기를 회복하고 사랑의 힘을 되찾습니다.

 

 ‘빈자의 성녀’ ‘콜카타의 성녀’로 잘 알려진 복녀 마더 데레사는

             단순히 활동에만 열심히 매진하신 분이 아니라,

             동시에 신비가 이기도 한 분이십니다.

실제로 그분은 성체 앞에서 살아가셨고,

          성체로 오시는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힘을 매번 체험하면서 살아가신 분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예수님께서 그분에 대한 나의 배고픔을 채워주셨으므로,

          이제 나도 영혼에 대한 그분의 배고픔을,

          그분의 사랑을 채워드리러 갑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은 황량합니다. 피곤으로 점철된 우리 세상살이가

           그분 사랑의 성체 안에서 거듭 새로운 힘을 받아 나아가는

           기적의 현장이 되길 주님께 청합니다.

 

손경락 사도요한 신부 | 가톨릭대학교(2016. 5/29 서울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