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생명의 말씀

성령으로 변화하는 삶

윤 베드로 2016. 8. 12. 16:12

성령으로 변화하는 삶

 

우리가 묵은 모습을 떨치고 새롭게 변화해 가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다른 이들의 멋진 변모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을 줍니다.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사도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읽어보고, 그 이후 사도들이 어떻게 변모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참 감동적인 이야기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이후, 오늘 요한 복음에서 묘사된 대로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을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적으로 나약한 모습의 제자들이 훗날 매질당하는 것도 두려워 않고,

          죽음까지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는 사도로 거듭난 모습을 우리는 압니다.

그 변모, 그 극적인 변화가 바로 오늘 성령 강림을 통해 이뤄진 것입니다.

말하자면 삶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룬 계기가 바로 성령을 받음으로써 가능했던 것입니다.

 

성령(영)은 구약의 히브리어에서는 ‘루아흐’라 하고, 신약의 희랍어에서는 ‘프네우마’라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이 두 단어의 어원상의 뜻은 모두 ‘숨, 바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東西를 막론하고 고대 사회에서부터 ‘바람’은 신령스런 존재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아마도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으면서도 무섭게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

           압도적인 힘을 가진 바람을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사람들은 신적 존재로 느꼈을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부활하시고 50일째 되는 날,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당신의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하느님의 영, 하느님의 거룩한 ‘바람’은 우리의 못난 묵은 모습을 날려 버리고,

              예수님 안에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 태어나게 합니다.

우리의 나약하고 이기적인 모습, 묵은 모습을 ‘성령의 바람’으로 날려 버리고,

           우리도 예수님을 새롭게 덧입고,

           성령으로 말미암아 새사람으로 거듭 태어나도록 성령의 오심을 청하고 싶어집니다.

 

우리 시대, 물질의 가치로 사람들을 평가하고 물질로 행복을 재단하려는 물신주의, 배금주의 풍조를

                성령의 바람으로 날려 버리도록 성령을 청합시다.

말이 안 통하던 각기 다른 지방 출신 사람들이 성령의 언어로 통교가 되었듯이(제1독서)

       직분과 활동은 여러 가지이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활동을 일으키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심을(제2독서) 깨달아 상대방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알아보고

       오늘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내가 사랑해야 할 예수님임을 알아보도록 성령을 청합시다.

새롭게 거듭 태어나는 길은 인간적인 굳은 결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성령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소서, 성령이여!”

 

정순택 베드로 주교 | 서울대교구(2016. 5/15 서울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