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만 주교의 하느님 이야기](10) 다윗이 체험한 하느님
하느님께 대한 다윗의 믿음
판관시대가 끝나고 사울이 왕이 되면서 이스라엘에 왕정시대가 시작됐다. 사울에 이어 왕이 된 다윗은 왕정시대 토대를 갖추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 학장을 지낸 이탈리아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은 저서 「예루살렘의 밤의 대화-추기경, 청춘의 물음에 답하다」에서 마음이 불안할 때면 다윗왕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르티니 추기경이 다윗왕에게 끌리는 이유는 그가 성공한 훌륭한 왕이어서가 아니라 온갖 시련과 비방을 겪으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경에 나온 다윗왕 이야기 중에서 △왕자 요나탄과 우정 △좋은 아버지와 못된 아들 △하느님께 대한 신뢰 △저주를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다윗 △하느님을 생각하는 마음에 대해 살펴보겠다. 첫째, 왕자 요나탄과 다윗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아는 '거지와 왕자'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왕자 요나탄은 다윗이 왕궁에 입궐하자 다윗을 자기 목숨처럼 사랑하게 됐다. "요나탄은 다윗을 자기 목숨처럼 사랑하여 그와 계약을 맺었다. 요나탄은 자기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다윗에게 주고, 군복과 심지어 칼과 활과 허리띠까지도 주었다. 다윗은 사울이 보내는 곳마다 출전하여 승리하였다. 그래서 사울은 그에게 군인들을 통솔하는 직책을 맡겼다. 그 일이 온 백성은 물론 사울의 신하들이 보기에도 좋았다"(1사무 18,3-5). 요나탄은 다윗을 좋게 보았지만 사울은 다윗을 시기, 질투하며 심지어 다윗을 죽이려고까지 했다. 그때마다 요나탄은 다윗을 구해줬다. 훗날 사울과 요나탄이 전쟁터에서 전사하자 다윗은 임금이 됐다. 다윗은 요나탄의 아들 므비보셋을 끝까지 보살펴주며 사울이 남긴 모든 땅과 종을 므비보셋에게 되돌려줬다. 둘째, 성경에는 좋은 아버지와 못난 아들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장 친숙한 이야기는 탕자의 비유다. 구약에서도 이와 비슷한 예가 바로 다윗과 그의 아들 압살롬이다. 예수께서 말한 탕자의 비유는 사실 비유가 아니라 다윗과 압살롬처럼 실재하는 이야기다. 다윗의 아들 압살롬은 반란을 일으켜 아버지 다윗을 죽이고 왕권을 차지하려고 한다(2사무 15). 때문에 아버지의 군대와 아들의 군대가 서로 칼을 겨누며 전쟁을 해야 했다. 다윗은 자신을 배반한 아들을 끝까지 사랑했다. 전투에 나선 부대장들에게 "나를 보아서 저 어린 압살롬을 너그럽게 다루어 주시오"하고 부탁할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압살롬은 전투에서 죽고, 이 소식을 들은 다윗은 전쟁의 승리보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통곡했다. "임금은 부르르 떨며 성문 위 누각으로 올라가 울었다. 그는 올라가면서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아, 내 아들 압살롬아, 너 대신 차라리 내가 죽을 것을. 압살롬아,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였다"(2사무 19,1). 다윗은 탕자를 아무 탓 없이 맞이한 아버지처럼 아들을 사랑한 좋은 아버지였다. 셋째, 하느님께 대한 다윗의 철저한 믿음이다. 돌멩이 다섯 개를 든 다윗과 철갑옷과 칼로 무장한 골리앗 이야기는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을 말할 때 많이 인용된다. 이런 싸움에서 다윗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조금도 두려움이 없이 골리앗과 맞붙었다. 다윗은 또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울왕을 여러 번 살려줬다. 그는 사울왕이 하느님께 기름부음을 받은 사람이기에 자신의 손으로 처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느님께서 세운 왕에 대한 존중이다. 다윗은 또 하느님께 죄를 지었을 때 삼년 동안 기근이 들게 하는 벌, 전쟁이 나서 적들의 칼을 피해 도망다니는 벌, 온 나라에 흑사병이 퍼져 백성을 파멸시키는 벌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다. 이 때 다윗은 "괴롭기 그지없구려. 그러나 주님의 자비는 크시니, 사람 손에 당하는 것보다 주님 손에 당하는 것이 낫겠소"(2사무 24,14)하며 흑사병을 택했다. 계약의 궤를 옮기는 과정에서 다윗은 흥에 겨워 벌거벗고 춤을 췄다. 이를 보고 사울의 딸 미칼은 다윗을 비웃었다. 하지만 다윗은 미칼에게 자신은 하느님 앞에서 체신을 따지지 않으며 이보다도 더 천하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하느님 앞에서 얼마든지 자신을 낮추고 망가질 수 있던 다윗이었다. 하느님께 대한 다윗의 믿음은 자기 부하 아내를 범하고 나탄 예언자 앞에서 죄를 고백하는 부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 나라 왕으로서 최고 권력을 가진 그는 자기 죄를 은폐할 수 있었지만 용기를 내 하느님께 고백했다. 왕이 자기 죄를 인정하고 고백하는 일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넷째, 다윗은 자신을 저주하는 친척 시므이를 넓은 마음으로 다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중에 용서를 청하는 시므이에게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다섯째, 다윗은 하느님의 계약의 궤가 시온산 천막에 머무르고 있는 사실을 늘 안타까워하며 하느님께 송구스러워했다. 그리고 예언자 나탄에게 하느님 성전을 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느님을 생각하는 다윗의 마음을 보면 우리는 과연 하느님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하느님은 다윗의 갸륵한 마음에 "내가 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판관을 임명하던 때부터 해온 것처럼 너에게 한 집안을 일으켜 주리라고 선언한다. 너의 날수가 다 차서 조상들과 함께 잠들게 될 때, 네 몸에서 나와 네 뒤를 이을 후손을 내가 일으켜 세우고 그의 나라를 튼튼하게 하겠다. …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게 될 것이다"(2사무 7,11-16)하고 약속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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