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1,1-4
1 예수님께서 어떤 곳에서 기도하고 계셨다.
그분께서 기도를 마치시자 제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3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4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오늘의 묵상
우리는 지난 월요일부터 제1독서를 통해서 요나 예언서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요나서는 다른 예언서들과는 달리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요나 예언자의 모습도 여느 예언자들과 매우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다른 예언서에 등장하는 예언자들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거부하지 않고 백성에게 하느님 말씀을 전하였지만,
백성은 그들의 선포를 귀 기울여 듣지 않았고 오히려 탄압하였습니다.
반면에 요나 예언자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피하여 도망가기도 하였으며, 단 한 번의 선포만을 하였을 뿐입니다.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요나 3,4)
더욱 놀라운 것은 예언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예언자의 선포를 들은 사람들이,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부터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임금까지,
모두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의 시간을 가진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요나 예언서가 3장에서 끝났다면, 모든 것이 행복하게 끝나는 결말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4장에 이르러, 너무나 당황스럽게도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였던 요나 예언자가 불만을 터뜨립니다.
회개한 니네베 사람들도,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하느님도 마음에 들지 않아 투정을 부리는
요나 예언자의 모습이 오늘 제1독서에서 그려집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선민의식’과 하느님 구원의 ‘보편성’이 충돌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선택하셨으니, 하느님께서는 우리만의 하느님이 되셔야 한다는 인간적 고집이 드러납니다.
반면에, 요나서의 중심에는 인간의 편협함을 뛰어넘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자애가 있습니다.
요나 예언서는, 우리의 편협한 시선과 생각이 하느님의 자비를 방해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만의 하느님이 아닌, 세상 모든 이의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박형순 바오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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