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언제나 올려다보아야 한다. 따라서 산은 사람들에게
평지의 보통 생활공간과 전혀 다른 세계로 인식되어 있다.
그래서 산은 성스러운 공간이다.
또 한편으로 산은 낯설고 위험도 따르기에 무서움과 불가사의의 세계로
여겨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예루부터 산을 신에게 속하는 세계로 보았다.
산이 종교와 결부되는 현상은 보편적이라 할 수 있다.
또 산을 무서운 공간으로 생각해서 중세 유럽에서는 산을 요정이나
마녀가 사는 거처로 생각하기도 했다.
산이 죽은 자가 가는 세계라는 인식은 한국 등
아시아 각지에도 널리 퍼져 있다.
유럽에서는 영웅은 죽는 것이 아니고 산에 일시적으로 숨었다가
자기 민족이 위급할 때 다시 살아나 자기 민족을 구한다는 전설이 있다.
이것은 산을 신의 세계로 보는 신앙과 죽은 자의 세계로 보는 생각이
융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산이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산신이 마을의 평화와 안녕과 농사도 주관한다고 믿었다.
<성서>를 읽다 보면 산이 많이 등장한다.
성서에서 등장하는 산은 인간이 하느님과 만나서 대화하고 기도하는 장소였다.
<구약성서>에서 산은 무엇보다 계시의 장소였다.
특히 시나이에 있는 호렙산은 모세가 소명을 받은 거룩한 땅이며(탈출 3,15),
하느님께서 율법을 선포하신 거룩한 곳이다.
그래서 산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장소였다.(탈출 24,12-18)
그래서 예언자들은 산꼭대기에서 쉬며 기도하기를 좋아했다.
그리고 산은 예배 장소로서 하느님과 만나는 곳이었다.
하느님께 제사를 거행한 곳은 항상 지면보다 약간 높은 장소였다.
이처럼 산은 신앙인들에게 하느님께서 베푸신 수많은 은혜를 체험하고
희망을 가지고 끊임없이 하느님께 올라가야 하는 상징으로 표현된다. (시편 43,3)
<신약성서>에서도 예수님의 중요한 생애마다 여러 산들이 등장한다.
모든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기도하러 산에 가기를 좋아하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산은 복잡한 세상을 피하기 위한 휴식처였다.(요한 6,15)
[마태오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구세주로 천명되신 장소는 갈릴래아의 산들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산에서 백성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행복을 가르치셨다.
또 예수님께서 병자를 치유하시며, 사람들에게 기적의 빵을 나누시고
천상의 모습으로 거룩히 변모하신 곳도 산이었다.
<구약성서>에 나타나는 예언들도 모두 '거룩한 산'에서 이루어졌다. (2베드 1,16-18 참조)
그런데 <성서>에서 말하는 산은 하느님을 만나는 외적인 장소로서도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그분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또한 중요하다.
<성서>속에서의 산은 그 무엇보다도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점에서 거룩한 장소가 된다.
허영엽 / 성서의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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