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는 본래 고대 그리스어로 ’분산’, ’이산’을 뜻하는 단어이다.
역사적으로 이스라엘 민족은 불가피하게
자신의 고향인 팔레스티나를 떠나 흩어져 살아야 했다.
그래서 ’디아스포라’(Diaspora)는 팔레스티나 지역이 아닌 곳에 살면서
유다적 종교규범과 생활관습을 유지하던 유다인이나
그들의 거주지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디아스포라는 기원전 8세기 후반부터 이스라엘 민족이
팔레스티나 바깥쪽으로 퍼져나가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팔레스티나 북부를 차지하고 있던 이스라엘 왕국은
기원전 721년께 아시리아 침입으로 멸망했다.
그래서 이 지역은 아시리아 영토에 편입되었는데,
이때 많은 유다인들이 고향을 떠났다.
그후 기원전 587년 바빌로니아의 침략으로 남쪽의 유다 왕국마저 멸망한 후에
또 비슷한 이주현상이 일어났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다른 지역, 특히 이집트로 이주하였다.
그리고 기원전 4세기 초 알렉산드로 대왕이 페르시아 제국을 정복하자
근동에는 그리스 문화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이 당시에는 교역과 상업이 급속하게 발달하고 이민을 장려하는 정책이 펼쳐졌다.
유다인들은 이러한 역사적 상황에 발맞춰서 매우 능동적으로 반응했다.
그래서 기원전 1세기 말엽에는 시리아, 이집트, 소아시아,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이탈리아 등에 많은 유다인 공동체인 디아스포라가 나타났다.
디아스포라의 가장 큰 중심지는 로마제국 3대 도시인 로마, 안티오키아,
알렉산드리아였다.
특히 안티오키아에서 유다인들의 영향력도 무척 강했다고 전해진다.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은 팔레스티나 본토 유다인들보다
그리스 문화에 대해 훨씬 개방적이었다.
그들은 히브리어와 아람어를 사용하던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그리스어를 사용했다.
헬레니즘 문화권의 도시들에서 주로 수공업과 무역에 종사하던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은 본토 유다인들보다 높은 수입을 올려 윤택한 생활을 했다.
알렉산드리아 같은 곳에서는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이 원주민보다
더 높은 지위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로마 시민권을 얻은 사람도 많았다.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은 그리스 문화에 둘러싸여 살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히 그리스 학문의 중심지였던 알렉산드리아는
유다적 헬레니즘 학문의 중심이 되었다.
그곳 유다인들은 ’70인역’이라고 불리는 구약성서 그리스어 번역본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번역 작업은 그리스도교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은 항상 팔레스티나를 그들의 신앙과 정신적 고향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은 항상 예루살렘과 밀접한 연관을 가졌고,
성전과 성직자들을 적극 후원했다.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은 회당을 건설해서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유지해나갔다.
디아스포라 회당들은 예루살렘이 파괴된 이후에도
유다교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한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이 회당들은 사도 바오로 전도 여행의 통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디아스포라를 통하여 최초로 반유다인 풍조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유다인들의 민족적 배타성, 경제적 번영, 특권들 때문에 많은 도시에서
유다인들은 부러움과 동시에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반유다인 편견은 2000년을 두고 전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여러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19세기 이후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이 일관되게 모여든 보금자리는 미국이었다.
유럽대륙에 살던 유다인들은 박해가 있을 때마다 대서양을 건넜기 때문이다.
특히 나치의 등장은 20세기 초반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고급 인력이 대거 미국으로 몰려가게 했다.
실제로 현재 미국 내 정상급 부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주요 일간지 필진,
영화 제작자·감독 가운데 많은 수가 유다인이다.
유다인들은 그 영향력도 막강해서 미국이란 나라를 지렛대 삼아 세계의 흐름을 선도해 왔다.
이처럼 유다인의 역사는 고통과 수난의 디아스포라 역사라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그들의 역사와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디아스포라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영엽 /성서의 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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