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우상 숭배(8,1-18)
8,1-4 :
에제키엘은 두 번째 환시를 보았다.
이것은 첫 번째 환시를 본 후 1년 2개월이 되는 해였다.
그때 에제키엘은 자신의 집에 있었고 거기에는 유다 원로들도 함께 있었다.
여기 유다 원로들은 포로로 잡혀온 자들이다.
그들이 예언자를 찾은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예레미야서를 볼 때 당시 예언자 예레미야는 예루살렘에서 유다에게
바빌론에 항복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고
또한 서신을 통하여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 있는 자들에게
거짓예언자들의 거짓 예언으로 동요하지 말 것을 전했다(예레29장).
이때 바빌론에서는 거짓예언자들이 예레미야가 선포한 하느님의 말씀과
완전히 다른, 즉 바빌론의 포로 됨으로부터 속히 해방되어
예루살렘으로 귀환하게 된다는 거짓 예언을 하고 있었다.
이로 인하여 바빌론의 유다인들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러므로 원로들은 예언자 에제키엘을 찾아가서
그로부터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자 했을 것이다.
하느님의 권능이 에제키엘에게 임했을 때 그는 불같은 형상을 보았다.
여기 그가 본 불같은 형상은 주의 靈을 형상화 한 것이다.
그는 주의 영에 이끌려 예루살렘으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환시 중에
성전에서 행하여지고 있는 우상 숭배의 가증함을 보았다.
성전에는 동문과 남문 그리고 북문이 있는데 각 문의 출입 규정이 있었다.
8,5-13 :
에제키엘은 주의 靈의 인도하심을 받으며
제단 문어귀 북편에 서 있는 질투의 우상을 보았다(8:6).
하느님은 에제키엘에게 “인자야, 이스라엘 집안이 행하는 일을 보느냐”라고 물으셨다.
이것은 그들이 내 앞에 얼마나 가증한 일을 행하고 있는지 보고 있느냐라는 의미다.
하느님께서 이렇게 하심은 에제키엘을 이스라엘이 죄를 범한 것에 대한
증인으로 삼으시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성전에 우상이 서 있는 한 이스라엘은 어떤 말로도
자신들이 범하고 있는 죄들에 대하여 변명하지 못할 것이다.
특별히 에제키엘은 성전에서 하느님의 영광도 보고
질투를 일으키는 우상도 보았다.
이것은 하느님의 백성들이 종교적 혼합주의에 빠져 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일 것이다.
하느님은 이런 자들을 “가증한 일을 행하는 자들”이라고 말씀하셨다.
주의 영의 인도로 에제키엘은 성전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았다.
“그분께서는 나를 뜰 어귀로 데리고 가셨다.
내가 보니 벽에 구멍이 하나 있었다.
그분께서 나에게 ‘사람의 아들아, 벽을 뚫어라.’ 하셔서,
내가 그 벽을 뚫으니 입구가 하나 보였다.
그분께서 또 나에게 ‘들어가 그들이 거기에서 저지르는
저 악하고 역겨운 짓들을 보아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내가 들어가서 바라보니,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과
혐오스러운 짐승과 이스라엘 집안이 섬기는
온갖 우상들의 그림이 사방의 벽에 돌아가며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이스라엘 집안의 원로 일흔 명이 사판의 아들 야아잔야를
가운데에 세우고 저마다 향로를 들고 그 앞에 서 있는데,
향기로운 향 연기가 올라가고 있었다.(8:7-11)”
우리는 에제키엘이 본 환시에서 다음 두 가지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성전 안에 우상을 숭배 하는 방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방은 담으로 둘러있었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숨겨져 있었고,
우상 숭배자들은 담에 조그만 구멍을 뚫어 놓고
그 곳을 통하여 그 방을 출입하고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집안의 원로들 가운데 칠십인이
이 방에 출입하며 우상을 숭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원로들이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한 곳에서 우상을 숭배하고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신분을 노출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사람들 앞에서는 하느님을 경외하는 지도자로서
존경을 받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우상 숭배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들이 이처럼 위선적인 일을 하고 있을까?
그들에게 원로라는 직책은 “이익의 재료”였다.
실례를 든다면 성경에 계시 된 하느님을 믿지도 않으면서
영적 지도자로서의 직책을 가진 자들이
이런 종류에 속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직책이었고 신앙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직책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인 풍요를 보장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외모로는 하느님을 경외하고 있는 듯 보일지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우상 숭배자들이었을 뿐이다.
그들이 은밀한 곳에서 우상을 숭배하고 있던 그 방의 사면에는
각종 곤충과 가증한 짐승과 우상들이 그려져 있다.
여기 곤충과 짐승은 애굽의 우상들이다.
따라서 그 방의 사면에 그려진 온갖 우상의 모습은
오늘의 우리 세대에 적용한다면 세속에 속한 모든 것들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백성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경외하도록 지도하는 일을 위하여
세움을 받은 지도자들이 오히려 우상숭배자들이라면
그 나라에 무슨 소망이 있겠는가?
에제키엘이 환시를 보고 있을 때 예루살렘은 이처럼 무너져가고 있었다.
하느님은 그들이 숨어서 행하는 모든 것을 보고 계셨다.
그래서 하느님은 에제키엘을 그곳으로 인도하시고
그들이 행하고 있는 가증한 일을 보도록 함으로 그 가증한 일을
행하는 원로들의 모습을 세상에 공개하게 하신 것이다.
8,14-18 :
주의 영이 에제키엘로 하여금 이스라엘 원로들이 행하는
가증한 일을 보게 하신 후 또 다른 장소로 인도하셨다.
에제키엘은 그곳에서는 이스라엘의 여인들이 담무스를 위하여 애곡하는 모습을 보았다.
담무스는 바빌론 神으로서 고대 근동 전역에서 숭배되고 있는 우상이다.
그러므로 예루살렘 성전의 한 곳에서 이스라엘의 여인들이
담무스를 위하여 애곡하고 있다는 것은
성전에서 담무스를 숭배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스라엘의 여인들은 지금 창조주 되시고
그들에게 온갖 풍요를 가져다주시는 하느님을 외면하고
하느님을 예배하는 바로 그 거룩한 장소에서
하느님께 돌려야 할 영광을 우상에게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주의 영이 에제키엘을 마지막으로 인도한 곳은 성전 안뜰이었다(8:16).
그곳은 제사장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에제키엘은 이곳에서 어떤 일이 행하여지고 있었는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곳 주님의 성소 어귀에서, 현관과 제단 사이에
스물다섯 명가량의 사람이 주님의 성소를 등지고, 얼굴을 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은 동쪽을 향하여 태양에게 절하고 있었던 것이다.(8:16)”
이 모습은 지금까지 에제키엘이 본 것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사장들만 들어갈 수 있는 성소에서 우상 숭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스라엘 신앙의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참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사람은 의존적 존재임으로 참된 신앙을 잃어버렸을 때
그곳에 거짓 신앙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하느님에 대한 참된 신앙을 잃어버린 이스라엘 가운데
온갖 거짓 것들 즉 우상으로 채워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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