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rratio institutionis et consecratio
성찬 제정과 축성문은 감사기도와 미사 전체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입니다. 미사가 지향하는 하느님의 구원 업적에 대한 기념과 찬양 및 감사가 바로 여기서 그 절정을 이루면서 재현되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최후만찬 때에 그리스도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면서 하신 말씀과 동작을 반복함으로써 빵과 포도주를 주님의 몸과 피로 축성하고 성부께 제물로 봉헌합니다.
그래서 사제는 다른 성사를 집전할 때에는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당신의 죄를 사합니다.”와 같이 자신의 이름으로 거행하지만, 이때에는 그리스도 예수님의 말씀으로 거행하게 됩니다.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의 잔이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그대로 전함으로써 예수님이 현존하시며 직접 거행하고 계심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성찬 제정문은 최후 만찬의 내용을 사실 그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감사 기도의 각 양식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서술되어 있지만, 본질적인 내용은 같으며 예수님의 말씀은 모두 동일하게 쓰였습니다. 그래서 단지 서술문이나 사실 전달을 위한 내용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성찬 제정은 분명 성부께 바치는 기도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 빵을 먹고 마시는 일이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임을 말씀하셨고,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성찬 제정과 축성문을 들을 때, 우리의 심판을 먹고 마신다는 것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성찬 제정문은 미사 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래서 사제는 이 말씀을 또렷이 발음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습니다. 사제가 성찬 제정문을 외우는 이때는 주님께서 빵을 당신의 몸으로, 포도주를 당신의 피로 축성하시는 가장 숭엄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교우들은 이 순간에 무릎을 꿇습니다. 거룩함 앞에서 우리 자신을 낮추어 겸손한 모습을 취하는 것입니다. 본당의 여건상 서 있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의 마음만큼은 주님께서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시는 이 순간에 겸손과 감사로서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사제는 성찬 제정문을 바치고 난 후, 성체와 성혈을 들어 교우들에게 보입니다. 성체를 거양함으로써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교우들에게 보여주며 경배하도록 초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초대교회에는 이런 예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중세 시대에는 제대가 벽에 붙어있었고 사제가 교우들을 등지고 미사를 했기에, 교우들은 제대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13세기에 이르러 교우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축성된 성체와 성혈을 들어올리는 예절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예식은 비오 5세의 로마 미사경본에서 정식 예규로 쓰이게 되었으며, 현행 미사 전례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 대전주보(2014. 4. 6~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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