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강의/복음 묵상

사순절의 유혹과 결심

윤 베드로 2015. 3. 2. 22:09

●사순절의 유혹과 결심

 

"예수께서는 요르단 강에서 성령을 가득히 받고 돌아오신 뒤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가셔서 사십 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 동안 아무 것도 잡수시지 않아서 사십 일이 지났을 때에는 몹시 허기지셨다.

그 때에 악마가 예수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하여 보시오.' 하고 꾀었다.

예수께서는 '사람이 빵으로만 살 것이 아니다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하고 대답하셨다"(루가 4, 1-4).

 

1. 사순절의 결심

 

사순절을 맞이할 때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무언가 좋은 결심을 하는 습관이 있다.

즉 담배를 끊는다거나, 술을 삼간다거나 좋은 음식을 삼가고,

      그 밖에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도 삼가면서,

      예수님의 고통과 수난, 죽음을 묵상하고

      그에 일치하려는 노력을 하는 아름다운 습관이 있다.

그런데 이런 결심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잘 지켜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작심 삼일로 끝나 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사순절 초기에 결심을 한 사람과 안한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그 시작부터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리스도교적인 사순절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사순절은 40일 동안 우리 구원, 인생의 의미에 대해 명상해 보는 좋은 시기이다.

저마다 바쁜 생활 속에 현대인들은 자기 자신도 잃어 가며

           사업에 혹은 공부에 자신을 찾을 여가도 없이,

           자신의 인생의 현주소가 어느 곳에 머물러 있는지

           생각조차 할 여가도 없이 한 해 두 해를 넘겨 벌써 현재의 나이에 도달했을 것이다.

따라서 한번쯤 조용히 이 사순절 동안 자신을 찾아보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2. 시련의 극복을 통해 오는 인간 성숙

 

사순절은 인생의 의미 중에 특히 시련과 단련을 통해

              자신의 약함을 극복해 보려고 노력하는 한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것은 마치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에 들어가기 위해 40년 동안 사막에서

           신앙의 시련을 겪고 준비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하느님께서 아무런 의미 없이 인간에게 시련과 어려움을 주신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시련을 주시는 목적은 오히려 복을 주시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속담에서도 "금은 뜨거운 도가니 속에서 제련된다."는 말이 있는데,

        금이 되기 위해서는 뜨거운 불 속의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순수한 신앙은 성서적 표현대로

           "사막의 체험과 시련"을 통해 성숙해진다고 볼 수 있다.

이 사막은 인간의 일상 생활과 격리된 고요의 세계이다.

그리고 이 고요의 세계 속에서 인간은 자신과 싸우며,

          자신의 선성과 신앙을 시험하는 사탄과 싸우게 된다.

이 고요한 사막에서 그 어려움을 이겨 내는 사람만이 자신과 남을 구원할 수가 있다.

 

이 사막은 바로 예언자들이 하느님과 만난 장소이기도 하다.

모세와 이사야 예언자가 사막 한가운데에서 하느님을 만났고,

           이스라엘 백성도 이 사막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십계명을 받아 하느님의 백성으로 탄생하였다.

또 요한도 사막에서 낙타 털옷을 입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예수님의 길을 준비했고, 예수님도 공생활 시작에 40일간 사막에서 머물며,

      사탄의 유혹을 받으면서도 자신과 하느님 왕국을 위한 길을 준비하셨다.

 

이러한 뜻에서 사막의 세계로 표현되는 사순 시기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준비 기간이며

           자신과 싸워 영원한 천상 기쁨을 맛보기 위한 은혜의 시기이다.

교회 전례를 통해 사순절은 우리의 눈과 관심을 없어져 버릴

       지상적인 것들로부터 영원한 천상적 실재에로 돌리게 해준다.

 

3. 극복해야 할 유혹과 시련

 

유혹과 시련은 누구에게나 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공통된 것은 예수님이 사막에서 체험하셨던 

          세 가지 유혹의 범주에 다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마태 4, 7)고 하셨다.

이 범주에 들어가는 유혹은 무엇이겠는가?

우선 아담과 하와가 받은 유혹이 바로 이것이다.

 "너희가 이 과일을 먹으면 하느님같이 되리라."(창세 3, 5)고 한

             사탄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또 사람은 빵을 구하기 위해 정상적인 노력과 일을 하기도 하지만,

     그 목적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과도하게 저지르고 있는가?

또 하느님을 경배하는 일보다는 권력과 금력에 굽히고

     그 앞에 무릎 꿇고 절하지 않는가?

물론 인간은 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은 약하지만, 파스칼의 표현처럼,

          인간은 생각할 수 있기에 위대하며,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한다면 그 유혹들은 이겨 낼 수 있다.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더 많은 상급을 주시기 위해

       가끔 인간들을 시험에 놓아두시지만,

       또한 그 시험들을 이겨 낼 은총까지 아울러 주신다고 하였다.

        "하느님의 말씀은 바로 네 곁에 있고, 그 말씀은 또한 너의 입 속에

         그리고 너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로마 10, 8).

 

끝으로 사순절을 맞이할 때마다 특별히 일상 생활 중에

           각자 자신의 사막과 그 고요한 장소는 어디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그리고 그 고요한 사막에서 자신이 당하는 유혹은 무엇인지,

           아울러 그 고요함 속에서 내리시는 하느님의 은총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