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강의/복음 묵상

사랑의 종교인 그리스도교

윤 베드로 2015. 2. 27. 18:35

●사랑의 종교인 그리스도교

 

"소경은 겉옷을 벗어 버리고 벌떡 일어나 예수께 다가왔다.

예수께서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자

      그는 '선생님, 제 눈을 뜨게 해주십시오.' 하였다.

 '가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예수의 말씀이 떨어지자

          곧 소경은 눈을 뜨고 예수를 따라 나섰다"(마르 10, 50-52).

 

그리스도교를 말할 때, 그리스도교는 사랑의 종교라고 말한다.

이 사랑이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보여 주신 신적인 사랑과,

     그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은 사람들이 베풀고 나누는 인간 상호간의 사랑을 말한다.

 

마르코 복음에서 우리는 이 두 가지 사랑 중에 예수님을 통해 보여진

           하느님의 사랑을 보게 된다.

앞을 못 보는 한 소경은 예수께 믿음을 갖고 간절히 청한 결과,

        빛을 찾아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소경이란 잘 알다시피 눈은 있지만 눈의 중요한 기능인 보는 일을 못한다.

세상의 여러 가지 질병, 불구의 병들도 다 그 나름대로 서글픈 인생의 모습이지만,

           이 소경의 신세를 생각해 볼 때, 이처럼 딱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하느님께서도 세상을 창조하실 때 모든 동물들,

          즉 날아다니는 새나 땅 위의 온갖 짐승들이나

          심지어 물 속의 온갖 물고기들에게까지도 볼 수 있는 눈을 주시고,

          그 눈을 통해 사물을 판단하여 위험을 피하고

          자신의 태도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하느님께서도 눈이 있으시기에 당신이 만드신 온갖 만물을 보시고

         '좋다'는 판단을 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으로서 그 중요한 눈의 기능을 상실한 소경의 경우는

          정말 어떠한 처지였겠는가?

그는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며,

       온갖 색깔에 대한 느낌도 가질 수 없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도, 나무들의 단풍 든 모습도,

       푸른 하늘, 맑은 공기 등, 이 모든 모습들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상상조차도 못했을 것이다.

 

마르코 복음에는 이러한 딱한 처지에 있던 바르티매오라는 소경이 예수님을 찾아와서,

           자신의 인간 구원에 관한 청을 드린 것이 나온다.

이 소경에게 있어서 구원은 무엇이겠는가?

거짓말하고 남의 물건을 훔친 일 등 이러한 윤리적인 죄에 대한 사함보다는

          자기 눈을 뜨는 일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스도교를 사랑의 종교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구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각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 되기를 바라신다.

즉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인간은 특별히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되었다.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모습이며,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서 완전하시고 정의로우시고 사랑이듯이,

          인간도 바로 그러한 하느님의 덕을 갖출 때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의 품위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

          과연 그 품위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서글프고, 비뚤어지고 상처받고 으스러진 인간의 현실이 얼마나 많은가?

우선 육신적으로 인간의 제 모습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들,

        즉 귀머거리, 소경, 벙어리, 절름발이 등 온갖 형태의 신체 장애자들이 있다.

그들의 모습들은 과연 무엇을 말해 주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뜻을 어기고 저지른 인간의 죄악들에 의해

           희생된 동료 인간들의 비참한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전쟁, 고문, 살상, 폭탄, 파괴 등으로 인해 희생된 것이고,

           그 배후에는 인간의 욕심과 악에 의한 음모가 숨어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이들이 또한 얼마나 많은가?

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기억력을 상실한 사람, 말 못하는 사람,

        그리고 미움과 증오로 인한 화병, 불면증,

        비뚤어진 마음을 갖고 사회를 항상 어둡게 보는 병든 마음,

        또 사랑에 실패하고 상처받은 마음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인간의 잘못에 의해

        질서가 깨지고 상처받은 인간의 모습이라고 보겠다.

 

그리스도교를 사랑의 종교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인간들,

       비구원 속에 허덕이는 인간들을 하느님의 넓은 사랑으로 치유하고 구원하기 때문이다.

구약의 예레미야 예언자는 소경과 절름발이를 고쳐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예언하고 있다(예레 31, 7-9).

비뚤어진 모습을 바로 펴는 일, 하느님이 창조 때 보여 주신 온전한 모습을 되찾아 주는 일,

      그럼으로써 창조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하느님과 음식을 나누고 보고 듣고 즐기는 일로 인도하는 일,

      바로 이것이 그리스도교의 목적이다.

 

예수께서는 온갖 인생살이에 지쳐 있는 사람들도 당신에게로 초대하신다.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마태 11, 28).

마르코 복음에서 앞 못 보는 소경이 예수님을 찾아와서

            "주님, 제 눈을 뜨게 하여 보게 해주십시오."(10, 56) 한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을 찾아가서 우리의 무질서하고 상처 난 마음을

            제대로 고칠 수 있는 신앙을 가져 보자.

누구든지 예수께 가는 자는 거절당하지 않을 것이며

              믿고 찾는 자는 반드시 치유되고 구원받을 것이다.

                                                                     <김웅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