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공부/요한묵시록 공부

다섯째 나팔-메뚜기떼의 습격(9,1-12)

윤 베드로 2016. 8. 30. 15:34

2. 다섯째 나팔-메뚜기떼의 습격(9,1-12)


[1절]” : 별이 어떻게 열쇠를 받을 수 있을까? 유다인 묵시문학에서는 흔히 별을 무명의 한 천사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타락한 천사가 문제의 핵심이다. 요한은 별이 떨어지는 것을 본 것이 아니라, 이미 떨어져 있는 별을 보았다. 구약성서는 바빌론 왕의 패망과 죽음을 전하면서 이와 비슷한 이미지를 사용한다. “웬일이냐, 너 새벽 여신의 아들 샛별아, 네가 하늘에서 떨어지다니, 민족들을 짓밟던 네가 찍혀서 땅에 넘어지다니!”(이사14,12)

이런 시각속에서 교부들은 이것이 사탄의 패망을 의미한다고 이해했다. 이런 관점은 성서의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그러자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사탄이 번갯불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루가10,18)

그 커다란 용은 아주 오래된 뱀으로서 악마 또는 사탄이라고 불리며 온 세상을 유혹하는 자인데, 그자는 땅으로 내던져지고 그자의 천사들도 함께 내던져졌다.”(묵시12,9)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하늘로부터 떨어진 별은 그 이유가 분명하게 명시되고 있지는 않으나 분명 중차대한 이유로 하늘나라로부터 추방된 천사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하느님은 지옥 구덩이를 열 수 있는 열쇠를 타락한 천사에게 넘겨주신다.


[2-5절] 이 대목의 이미지는 예루살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힌놈(Hinnom)계곡을 상기시킨다. 그 계곡에서 제철업자들과 도자기 제조공들이 끊임없이 불을 지피고 있는 용광로에서는 불과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그 옛날 음침한 곳에서 사람들을 희생제물로 바쳤던 것을 기억하게 해준다.(2열왕16,3; 예레32,35)

다섯째 천사가 나팔을 불자 메뚜기들의 재앙이 나타나는데 이 장면은 에집트에 내린 여덟 번째 재앙인 메뚜기떼의 습격을 연상하게 된다.(출애10,1-20) 또한 이것은 요엘2장의 내용과 어느 정도 흡사한 점으로 보아, 묵시록의 이 대목은 요엘 예언서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요엘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메뚜기들이 덮쳐오는 광경을 마치 하늘을 덮은 흑암과 같다고 묘사하고 있다. 메뚜기떼의 피해는 극심한 것이기 때문이다.


4절의 내용은 묵시7,3에 나온 “하느님의 종들의 이마에 이 도장을 찍을 때까지....해치지 말아라”는 지시에 대한 응답이라 하겠다. 여기에서 메뚜기떼의 공격대상은 초목이 아니라 인장을 받지 못한 자들임을 명시하고 있다.


[6절] 욥기에 유사한 대목이 있다. “죽고 싶지만 죽을 수조차 없어, 보물을 찾듯 파헤치다가 묘지의 돌만 보여도 반갑고 무덤이라도 만나면 기뻐 소리친다.”(욥기3,20-22)


[7-9절] 메뚜기들의 모양은 전투준비가 갖추어진 말 같았다 : 이 묘사도 요엘2장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 “달려오는 그 모습은 말과 같고 그의 군대는 기병대처럼 달려온다.”(요엘2,4)

그들은 사자의 이빨과 같은 이빨을 갖고 있었다” : 역시 요엘서에서 영향을 받은 문구이다. “그 이빨은 사자 이빨 같고...”(요엘1,6)

메뚜기의 외형이 어느 정도 말의 외관과 닮았다는 점과 메뚜기의 흉부가 군인들의 가슴방패와 비슷하다는 점은 어느 정도 수궁이 간다. 그러나 그 외의 묘사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다.

즉, “머리에는 금관같은 것을 쓰고” : 억지로 해설하자면, 메뚜기의 머리 부분의 색깔과 더듬이 두 개를 금관에 비길 수 있다.

또한 사람의 얼굴과 같은 얼굴”, “여자의 머리털 같은 머리털 : 아라비아 지역에서 메뚜기의 더듬이를 처녀의 머리털에 비유하는 속담이 있는데 이와 연관이 있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사람의 얼굴은 남자를 의미하는데 여자의 머리칼을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남자와 여자가 혼합된 혼종의 모습인데, 그것이 이스라엘에서는 혐오의 대상이 된다.

여자는 남자의 옷을 입지 말고 남자는 여자의 옷을 입지 말라. 이런 짓을 하는 자는 모두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역겨워하신다.”(신명22,5)

그 이유는 창조의 질서를 무너뜨려 혼돈의 상태를 만드는 표징이기 때문이다. 사탄이 인간들 위에 군림한다는 것은 사실상 세상의 조화를 파괴하는 데서 나타난다. 그러나 사탄 곧 시험하는 자와 그 동조자들은 인간의 얼굴모습을 한 메뚜기의 모습을 하고 인간들과 연계되어 있는 체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실 인간들을 기만하고 속이는 자들이다.(요한8,44)

게다가 메뚜기들은 여자들의 머리털을 갖고 있음으로 해서 유혹의 장식을 하고 있다. 매혹적이고 유혹적인 외모를 갖고 권력과 부를 얻을 수 있게 하는 ‘지옥 구덩이’의 권세들은 사자의 이빨로 집어삼키고,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산산조각 나게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지옥 구덩이’의 권세들이 패망해 버릴 시간이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9-10절] 이렇게 무장한 메뚜기들은 이제 서둘러 전투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정면에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꼬리고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는 점에서 메뚜기들이 벌이는 전투는 그렇게 떳떳한 것이 못된다. 다시 말해서 메뚜기들은 뒤에서 사람들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11-12절] 지옥의 악신” : 이는 히브리말로 ‘아바돈’(Abaddon), 그리스말로는 ‘아폴리욘’ (Apollyon)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 그 이름의 뜻은 “멸망”, “파멸”이라는 뜻으로 구약성서에서는 ‘사망과 멸망’, ‘탕녀와 멸망’ 등의 문구에 자주 사용되었다.(욥기26,6; 28,22; 31,12; 시편87,11; 잠언15,11; 27,20 등)

이 대목에서는 구약의 이러한 용어가 ‘지옥의 악신’이라는 인격적인 악마적 존재로 의인화 되어 나타나 있는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