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생명의 말씀

주님 목소리

윤 베드로 2016. 8. 6. 11:35

주님 목소리

 

주교관에서 천수를 누리다가 떠난 개가 있었습니다.

밤에 인기척에 짖다가도 제 목소리를 금방 알아듣고 꼬리 치며 좋아했지요.

그 개가 기특하고 신기했습니다.

러분도 집에 개나 고양이를 기르시는 분들이 많으시지요?

개나 고양이가 주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것도 그렇고,

       사람끼리도 음색이 가지각색인데

       친한 사람끼리는 금방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요한10,27)

아하! 주님의 자녀들인 우리는 ‘주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능력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일까요?

로는 그런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지조차 모르기도 하고요.

그분 목소리에 친숙하지 못한 이유가 혹시 다른 소리가 너무 커서는 아닐까요?

사실 우리는 수많은 ‘소리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가령 길이나 전철에서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고 계신 분들을 흔히 봅니다.

집에 들어가면 습관적으로 틀어놓은 TV나 라디오 소리가 잠시도 끊이질 않고요.

조용한 시간과 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내 안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나를 유혹하고 충동하는 ‘소리없는 소리’도 있습니다.

교만과 인색, 분노와 음욕, 질투와 탐욕 그리고 나태함으로

          나를 유혹하는 소리가 내면을 시끄럽게 만들곤 합니다.

 

사실 주님 목소리도 ‘소리 없는 소리’이긴 합니다만,

       우리 영혼을 어지럽게 하는 그런 ‘욕망의 소리’와는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정반대의 소리이지요.

그러니 그분 목소리를 들으려면 다른 두 가지의 방해되는 소리를 전부 꺼버려야만 한답니다.

사람들이 소음을 피해 피정을 떠나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매일 피정의 집에서 살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일부러 멀리 피정을 떠나지 않더라도 매일의 일상에서

          그런 침묵의 때와 자리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 내면의 번잡스런 소음을 끄는 방법으로 ‘기도’와 ‘영적 독서’를

        꾸준히 하는 것도 좋습니다. 영적으로 깨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하면 우리 안에서 잠자던 주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활성화됩니다.

그러니 우리도 목자이신 주님과 함께 있고 싶다면 적어도 다른 소리는 일부러 꺼버리고,

           주님의 음성만 듣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오늘은 젊은이들이 사제와 수도자로 부르시는 주님께

           기꺼이 응답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성소주일’입니다.

국천주교회는 그 점에서 주님의 축복을 많이 받았지만,

             앞날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도가 필요합니다.

한편 우리 모두도 영원한 생명에로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죽는 날까지 이 부르심에 충실하여, 그분을 잘 따를 수 있는 은혜를 청합시다. 아멘.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 | 서울대교구(2016. 4/17 서울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