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강의/복음 묵상

자신을 높이는 사람과 낮추는 사람

윤 베드로 2015. 4. 27. 18:40

●자신을 높이는 사람과 낮추는 사람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루가 14, 11).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게 된 동기는,

       어느 바리사이파 사람의 집에 초대를 받고 음식을 잡수시게 되었을 때,

       그곳에 초대받은 이들이 저마다 높은 자리,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을 보고 말씀하신 것이다.

예수님의 이러한 교훈은 동양의 겸양지덕(謙讓之德)과

              상통하는 처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이 잘나고 훌륭하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높이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그렇지 않다는 평가와 더불어

        그 사람의 부족함과 단점과 허점이 드러나 무안을 당하게 될 것이며,

        반대로 자신은 부족하고 보잘것없고 또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여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그렇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어

        훌륭하고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예우받게 될 것이라는 교훈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므로 높고 낮은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앞에 높고 낮은 구별이 없다.

사람의 신분을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으로 구별하는 것은

           다만 그 사람이 앉는 '자리'이다.

 

1. 자신을 높이는 사람

 

그러면 스스로 자신을 높이고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떤 이들인가?

우선 예수께서 혼인 잔치의 풍경을 묘사한 것처럼

       스스로 높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이들일 것이다.

높은 자리나 높은 지위는 사람에게 묘한 매력을 준다.

우리는 같은 인간이면서도 남보다 뛰어나고

           더 훌륭한 사람으로 보여지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보이는 겉치레, 바로 높은 자리나 높은 지위가

           그러한 허영심을 채워 준다.

그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은 자신이 이제 남보다 높아졌다는 것에

            어떤 우월감을 갖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을 높은 사람으로 인정해 주는 것을 보고

           만족감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것은 외형상의 모습일 뿐이다.

그러한 영예로운 자리나 지위를 차지한 이들이

           그 자리가 요구하는 책임과 희생과 봉사를 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빈 껍데기의 인생을 사는 것이며,

           자신은 그 껍데기 속에서 위축되고 부패해 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형태의 사람들은 속임수를 쓰거나 무력을 행사하거나

           권모 술수를 써서 합당한 이들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무엄하게도

           혹은 잔인하게도 혹은 간사하게 탈취하는 이들이라고 보겠다.

이런 이들은 이러한 부정적인 방법으로,

       인간에게 봉사하는 데 쓰여야 할 권력과 재물과 영예를

       자기 자신만을 위해 스스로 탐하는 이들이라고 보겠다.

그래서 집회서에서는 "오만한 자의 불행에는 약이 없으니

           악의 뿌리가 그에게 깊이 박혀 있는 까닭이다."(3, 28)라고 하였다.

예수께서는 이런 이들을 비유하여

      "스스로 자기를 높이는 이들은 낮아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것은 부자격, 부적격자들이 자신의 처지를 깨달아

       자신에게 맞는 직분을 택하고,

       또 그 직분에 맞는 일을 행하고 처신하라는 뜻이다.

 

2.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사람

 

두 번째로,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사람은 어떤 이들인가?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겸손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다."라고 하였고,

      집회서에는 "훌륭하게 되면 될수록 더욱더 겸손하여라.

      주님의 은총을 받으리라."(3, 18)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회적, 단체적 분위기가

        아름다워지고 우호적이 되며 친절해질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남을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이 지닌 재능이나 능력 그리고 선성을 인정하고 양보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높은 지위에 오른 것을 마음으로부터 축복해 주고

          그 일과 직무를 맡은 이들이 해야 할 봉사와

          수고스러움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또한 직무를 맡은 이들이 그 일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음으로 양으로 도와 주며,

       그들이 직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들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시도록 하느님께 기도하는 이들이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기다릴 줄 아는 이들이다.

즉 때가 오면 그리고 자기 차례가 오고 기회가 주어지면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서 주실 기회를 기다리고

              또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맡길 직분을 조용히 기다리며

              매사에 봉사직에 필요한 지식을 배양하고 능력을 키우며

              성실히 준비하는 이들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낮추는 이들은 하느님과 사람들에 의해

              능력을 인정받고 영예로이 그 직분에 올라 봉사직을 성실히 수행한다.

 

3. 성서에서 묘사되는 겸손한 사람

 

먼저 하느님은 겸손한 사람의 기도를 들어 주신다.

집회서에서는 "겸손한 사람의 기도 소리는 구름을 꿰뚫는다."(35, 17)라고 하였으며,

          예수님은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아버지,

          안다는 사람들과 똑똑하다는 사람들에게는

          이 모든 것을 감추시고 오히려 철부지 어린 아이들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감사합니다."(마태 11, 25) 하고 기도하셨다.

하느님은 겸손한 이들을 통해 당신의 오묘한 뜻을 드러내 보이신다.

따라서 우리는 예수님의 겸손을 배워야 한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본질이 같으시고 높으신 분이었지만

              인간의 구원을 위해 말구유에서 비천한 모습으로 태어나시어

              십자가에 못 박히기까지 하셨기 때문이다(필립 2, 5-11).

이러한 예수님은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 29)고 하셨다.

 

우리는 예수께서 "스스로 자신을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묵상해 보면서,

           우리도 생활 중에 자격도 능력도 열성도 없이

           어떤 감투 자리만을 바란 적이 없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그 지위와 자리가 요구하는 바대로

           성실하게 일하며 합당한 생활을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