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강의/복음 묵상

일상 생활 속의 하느님의 손길

윤 베드로 2015. 4. 23. 11:29

●일상 생활 속의 하느님의 손길

 

"예수께서 '오너라.' 하시자

        베드로는 배에서 내려 물위를 밟고 그에게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거센 바람을 보자 그만 무서운 생각이 들어 물에 빠져 들게 되었다.

그는 '주님, 살려 주십시오!' 하고 비명을 질렀다.

예수께서는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으시며 '왜 의심을 품었느냐?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냐?'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함께 배에 오르시자 바람이 그쳤다"(마태 14, 29-32).

 

1. 물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과 베드로

 

마태오 복음에는 예수께서 물위를 걸어오시는 장면이 나온다(14, 22-33).

물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과 고기잡이하던 제자들,

          그리고 예수께서 "오너라." 하시자

          그 말씀만 듣고 물 속에 뛰어들었던 베드로가 등장한다.

베드로는 예수님만 바라보고 갔을 때는 예수님처럼 물위를 걸어갔으나,

              자기 앞에 닥친 거센 바람과

              또 자신이 물위를 걷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자마자,

              물 속에 빠져 들게 되어 결국 예수께 "살려 달라."고 구원 요청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복음서의 이 장면을 생각하면서

           우리 신앙의 한계점과 미약함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 인간 중에 과연 누가 물위를 걸어 다닐 수 있겠는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예수님만이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와

        또 조금도 의심을 품지 않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에

        물위를 걸어 다니시는 초자연적인 행동을 보여 주실 수 있었던 것이다.

베드로의 행동은 우리와 같은 인간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베드로가 처음에 아무 의심을 품지 않고

              예수님만을 바라보고 갔을 때는 이 세상을 초월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그러한 완전한 믿음을 오랫동안 지속하지 못하고

           때때로 거센 파도와 같은 도전을 받으며,

           일상적 삶의 현실 속에서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단 한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한다.

           이것이 우리 인생의 조건이다.

 

2. 일상 생활 속에서 느끼는 하느님의 손길

 

우리의 신앙은 초월적인 것보다는

          일상 생활 안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고 감사드리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의 신앙을 예수님처럼 물위를 걸어 보고자 하는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물위를 걸어 보고자 하는 바람보다는

          일상 생활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소중히 여기고

          인간적인 것들 안에서 참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나에게 하느님께서 해주시는 기적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초자연적으로 이 세상의 삶을 떠나 물위를 걸어 다니는 것보다는,

          오히려 하느님께 도움을 청해야 되는 인간임을 자각하며

          동료 인간들과 함께 공동선을 위해 일하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사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물위를 걸어 다닐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그것을 한 번 보여 주시어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나타내 보이셨다.

그분은 물위에서만 걸어 다닌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병들고, 고달픈 이들과 함께

           이 땅 위에서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 노력하셨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기적의 참다운 의미를 아는 것이다.

 

3. 참다운 기적은 인간성의 회복이다

 

요즈음 세상에서 참다운 기적이란 물위를 걸어 다니는 일보다는

          이기적으로 굳어진 마음이 다른 이들과

          공동선을 생각할 줄 아는 인간으로 변화되는 것일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오늘날도 인간 구원을 위해

          우리 인간들을 통해 당신의 뜻을 전하고 이루신다.

하느님의 기적은 우리가 알 수 없고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과 도움의 손길을 통해 이루어진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아무 의지할 데 없는 고아들이

           노동력이 없고 돈도 없지만 어떻게 먹고 사는가?

           이것이 오늘날의 기적이다.

기적은 우리의 일상 생활 안에 매일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일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느 날 여름 장마로 인해 강이 범람하려고 하자

       이웃 사람들이 어떤 사람을 보고 피난을 가라고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피난은 왜 가시오.

           하느님께서 구해 주실 텐데요." 하고 피난을 가지 않았다.

마침내 강이 범람하게 되자 그 사람은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 때 마침 배를 타고 가던 사람들이 그 사람 옆을 지나 가면서

         그 사람보고 배에 타라고 했다.

그런데도 그 사람은 "하느님께서 구해 주실 텐데 왜 배를 탑니까." 하고 거절했다.

그리고 나서 물이 더 불어나자 그 사람은 전봇대 위로 올라갔다.

그러면서 계속 "하느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그 때 마침 지나가던 헬리콥터에서 줄을 하나 내려 보냈다.

그런데도 그는 그 줄을 잡기를 거절하며 "하느님, 저를 구해 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결국 그는 물에 휩쓸려 가게 되자 그 때서야 하느님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 때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나에게 부르짖을 때 나는 너에게 세 번의 구원의 손길을 베풀지 않았느냐?

         너는 그 때마다 거절했노라."

 

이 일화에서 보듯이 우리의 신앙도 인간의 도움을 뛰어넘는

           초자연적인 기적만을 바라는 것은 어떤 망상에 불과한 것이다.

베드로가 물위를 걸어가다가 빠진 것처럼,

              우리는 그 현실을 인정하고,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통하여 당신의 뜻을 이루고 계신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들의 도움을 고맙게 여기고

              또 서로 협조하는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하겠다.

 

                                                                             <김 웅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