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路資)란 말은 여행에 소요되는 돈 즉 노비나 여비와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교통수단이 고도로 발달돼있는 오늘날도 마찬가지이지만
말(馬)이 아니면 걸어서 먼길을 다녀야했던 옛사람들에게는
이 노자가 자기 목숨과도 같은 것이었다.
괴나리봇짐속에 노자를 꼭꼭 숨기고 한양으로 과거 보러가던 선비가 도중에서 도둑을 만나거나
하숙집에서 잠을 자다가 노자를 털리게 되면 형설의 공은 도로아미타불이 돼
귀가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 노자는 살아있는 동안 길을 떠날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죽은 후 천당이든 극락이든 좋은 곳을 들어가기 위해서도 예부터 필요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 나라의 경우 시신을 매장지에 운구하기까지,
또 매장한 다음 봉분(封墳)을 하면서 매장꾼들이 노자를 요구하는 것을 볼수 있다.
또 유대교에서는 관속에다 시신과 함께 노자를 넣어 요르단강 건너 천당갈 때
노비로 사용하도록 하고
회교에서는 서역(聖域)인「갠지스」강에 뼈가루를 뿌릴 수 있기위해
관속에 다 노자를 두둑히 넣는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형태가 우리 가톨릭교회에도 있다.
바로 노자성체(路資聖體)라는 것이다.
노자성체는 봉성체(奉聖體)라고도 부르는데
둘다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영해주는 성체를 뜻한다.
노자성체를 라틴어로는 Viaticum이라고 부르는데
그 뜻은「긴 여행을 위한 준비」란 의미를 갖고있다.
인간이 이승에서의 한 평생을 마치고 새로운 삶의 세계 곧 내세로 먼 길을 떠나면서
성체를 모시도록 한 것은 고통과 절망, 슬픔과 괴로움에 짓눌려있는 임종자에게
희망과 기쁨 그리고 용기를 불어넣어주기 위함이다.
노자성체는 몇번이라도 영할 수 있고 또 공심재도 필요없지만
환자가 성체를 영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야한다.
환자의 입안에 들어갔던 성체가 기침이나 각혈등으로 밖으로 튀어나올 때
그 성체를 모셔야하는 사제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