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43-49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3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44 나무는 모두 그 열매를 보면 안다.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따지 못하고
가시덤불에서 포도를 거두어들이지 못한다.
45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46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주님, 주님!’ 하고 부르면서,
내가 말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느냐?
47 나에게 와서 내 말을 듣고 그것을 실행하는 이가
어떤 사람과 같은지 너희에게 보여 주겠다.
48 그는 땅을 깊이 파서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
홍수가 나서 강물이 집에 들이닥쳐도,
그 집은 잘 지어졌기 때문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49 그러나 내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는 자는,
기초도 없이 맨땅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다.
강물이 들이닥치자 그 집은 곧 무너져 버렸다.
그 집은 완전히 허물어져 버렸다.”
오늘의 묵상
나무와 열매의 인과 관계는 배움이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당위를 환기합니다.
누구인가 그러더군요. 머리에서 발까지가 가장 긴 여행이라고요.
‘생각이 실제 움직임으로 곧장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도 가만히 다시 생각해 보니,
무작정 실천하는 경솔함도 함께 고민해 보아야겠다 싶습니다.
나무가 열매를 맺고 배움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을,
모든 것이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고 바꾸어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설익은 생각들이 부지런한 행동으로 이어질 때, 공동체는 온갖 구설수에 휘말리고
소모적 논쟁으로 몸살을 앓고는 합니다.
어쩌면 생각을 단단히 다지고 공고히 하는 숙성의 시간이 공동체에게는 필요할지 모를 일입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세상에 앞장서 저 멀리 ‘장밋빛 인생’을 제안하는 힐링 센터가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이 치고 나가며 흩어 놓은 수많은 아픔과 슬픔을 사유하고 보듬는,
그래서 비가 온 뒤 적셔진 대지가 더욱 단단히 굳어지듯,
세상의 어설픔과 경솔함으로 갈라진 틈을 단단히 메꾸어 나가는 일이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일이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의 ‘반석’은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이해하는 데 꽤 멋진 비유입니다.
우리의 행실로 맺은 열매는 반석처럼 굳건해야 하고, 우리의 생각을 드러내는 실천은 우리 삶처럼 단단해야 합니다.
이리저리 쓸려 다니고 흔들릴 바에야 세상의 논리에 내맡기는 것이 하느님 앞에 오히려 솔직한 모습이겠지요.
지난 시간을 다시 반추해 봅니다. 그리고 작은 것 하나라도 제대로 굳건히 다시 세워 보아야겠습니다.
잘하려 들기보다는 똑바로 할 수 있도록 지금의 생각부터 차근차근 다듬어 보아야겠습니다.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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