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오늘복음 묵상

9/6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

윤 베드로 2020. 9. 6. 06:56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8,15-2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5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
16 그러나 그가 네 말을 듣지 않거든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거라.
‘모든 일을 둘이나 세 증인의 말로 확정 지어야 하기’때문이다.
17 그가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
교회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
18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19 내가 또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20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묵상

본디 하늘은 숭상의 대상이고 땅은 겸허함의 상징으로 이해되어 왔지요.

하늘을 우러러 감히 따져 묻지 못하며 땅 위에서는 하늘을 향하여 머리를 꼿꼿이 쳐드는 일을 금기시해 왔지요.

그럼에도 오늘 복음은 하늘이 내려앉고 땅이 솟아오르는 천지개벽의 일을 이야기합니다.

맞닿을 수 없는 하늘과 땅이 마주 보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고작 두세 사람이 모인 땅의 뜻이 하늘에 닿아 하늘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이

              천지개벽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일까요.

오늘 복음은 마태오 복음이 전하는 교회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형제의 잘못을 타이르는 것은, 탓을 하고 비판하는 데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마저 함께 안고 가자는 공동체 정신을 강조합니다.

땅이 하늘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땅을 디디고 사는 모든 이를 형제로 생각하는 것,

       그 형제의 아픔과 실수를 제 것으로 알고 함께 아파하고 보듬어 주는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이 말하는 교회는 거룩하고 흠 없는 이들의 고상한 모임이 아닙니다.

어찌 저런 인간이 성당에 나올까 싶어 혀를 끌끌 차는 그 순간에,

       그럼에도 형제, 자매라고 불러야겠다는 다짐과 결단이 있는 곳이 마태오 복음의 교회입니다.

감히 하늘을 우러러볼 수 없는 심정으로 하늘만 쳐다보는 일은 그만했으면 합니다.

그 ‘감히’라는 생각과 시선을 우리가 업신여기고 하찮게 여긴 땅의 사람들에게 되돌리는 일,

     그것이 천지개벽의 일이고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부탁하신 일입니다.

하늘과 맞닿아 거룩해지는 일은 우리의 편협한 잣대로 만들어 놓은 자칭

          ‘거룩함’이라는 우상을 부수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