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복음 묵상
<목자들은 마리아와 요셉과 아기를 찾아냈다. 여드레 뒤 그 아기는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6-21
그때에 목자들이 베들레헴으로 16 서둘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냈다.
17 목자들은 아기를 보고 나서, 그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알려 주었다.
18 그것을 들은 이들은 모두 목자들이 자기들에게 전한 말에 놀라워하였다.
19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20 목자들은 천사가 자기들에게 말한 대로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갔다.
21 여드레가 차서 아기에게 할례를 베풀게 되자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그것은 아기가 잉태되기 전에 천사가 일러 준 이름이었다.
오늘의 묵상
말이 참 어렵습니다.
정제된 말만 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데 가끔 불쑥 튀어나오는 거친 말이 상대방뿐 아니라
나 자신도 아프게 합니다.
신앙도 말로 이어져 온 역사 속에서 조금씩 다듬어져 온 것이지요.
‘내가 보았다, 내가 믿었다, 내가 깨달았다.’라고 수없이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우리에게 전하여 준 것이 신앙입니다.
오늘 복음의 목자들과 마리아의 모습에서 우리는 신앙을 가져다주는 말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목자들은 보았고, 본 것을 외쳤고, 그들이 외치는 것은 하느님께 닿아 있습니다.
목자들이 전해 주는 말은 사람들과 하느님을 연결합니다.
그런 목자들 곁에서 마리아께서는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기시지요.
침묵입니다.
단지 말이 없는 침묵이 아니라 말을 곱씹고, 느끼고, 깨닫는 침묵입니다.
목자는 말을 하고 마리아께서는 말을 묵상하십니다.
신앙은 말을 하고 듣는 순환적 관계 안에서 성장합니다.
서로 말하려는 가운데 서로 들으려는 노력이 균형을 맞출 때 신앙은 건강해집니다.
대개 배운 사람들의 못난 모습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남을 가르치려고 드는 자세입니다.
모르는 사람보다는 너무 알아서 듣지 못하는 사람이 참으로 무지한 사람입니다.
신앙의 말은 억눌려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말을 할 수 있게끔
스스로 침묵으로 배려하는 겸손한 이들의 말입니다.
오늘 복음은 말합니다.
당시 사회에서 배우지 못하고 무능하고 죄인 취급받던 목자들의 외침으로 복음이 선포되었고,
마리아의 침묵으로 그 선포의 의미가 깊은 울림이 되었다는 사실을 복음은 집어냅니다.
한 해의 시작점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이웃들이 어떻게 살고들 있는지 살펴보는 침묵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말조차 꺼내기 힘든 거칠고 억눌린 삶을 살아가는 이들 안에 선포되는
하느님 복음의 의미를 깨달았으면 합니다.(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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