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생명의 말씀

죽음을 기억하라!

윤 베드로 2016. 7. 28. 08:22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지난 10일 ‘재의 수요일’을 시작 으로 사순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사제는 사순 시기를 시 작하는 ‘재의 수요일’에 신자들의 머리에 재를 얹으며 “회 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또는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고 외치면서

           사순절의 의미를 각성시켜 주었습니다.

 

‘40’이라는 숫자는 성서적 전승으로 보면 하느님과의 만남에 앞서 갖게 되는 긴장된 준비의 시기를 뜻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신 후 광야에서 40주야를 단식하시고,

        사탄의 유혹을 물리치신 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Memento Mori(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가 아닌가 합니다.

 

1970 년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남성 58.6세, 여성 65.5세였습 니다.

2010년 통계에서는 남성이 77.6세, 여성이 84.4세 로 40년 만에 평균 수명이 20년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이같은 수명 연장과 함께 ‘죽는 것’에 대한 시선도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2000년대 초 광풍처럼 몰아치던 ‘웰 빙’(Well-being)에 대한 관심이

              ‘잘 죽어가기’로 조용히 옮겨 가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이 현상의 밑바탕 에는 ‘길어진 수명’이 ‘양질의 삶의 연장’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현실과,

               그 때문에 ‘연명’ 차원의 늘어난 삶을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국가별 ‘죽음의 질’ 조사에서 OECD 40개 국가에서 32위를 했을 만큼

        ‘죽음의 질’이 떨어지는 우리 사회의 상황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이제 많은 사람은 “잘 먹고 잘살다가 죽자.”가 아니라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죽음을 삶으로 준비하는 웰다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죽음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 속에서 의미를 추구할 때

       인간은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특히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죽음의 이해와 극복은 ‘죽음을 초월하는 희망’에 있다는 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은수적 수도회 생활 양식으 로 단식, 침묵, 단순 노동 등을 엄격히 준수했던

           중세 시대 시토회에서 허용된 유일한 말이 ‘메멘토 모리’였다고 합니다.

죽음을 떠올릴 때 인간의 유한성도 깨닫게 되어

           지금의 삶과 현실에 충실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 다.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죽음은 얼마나 복된가! 그 러나 그러한 죽음을 있게 한

            이 세상의 삶은 또한 얼마나 소중하고 고귀한가!”라고 했던

            독일의 신학자 칼 라너 신부의 말이 새삼 가슴에 사무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신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그 소중한 하루하루를 살아갑시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홍인식 마티아 신부 | 일원동성당 주임(서울주보 2016, 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