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생명의 말씀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윤 베드로 2016. 7. 26. 16:57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나자렛 사람들은 이 지역 출신의 젊은이인 예수님으로부터 희망의 말씀을 듣고 모두 기뻐했습니다.

그렇지만 금세 의혹이 꼬리를 뭅니다. ‘우리 동네에서 저런 선생이 나 왔다고?

             심지어 다른 곳에서는 기적까지 했다지? 그런데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

              그 목수의 아들이라고? 가르칠 자격은 되나? 어디서 배웠지? 누구에게서 저런 힘 을 받은 걸까?’

 

묻기만 하지 믿지는 않는 고향 사람들. 예수님은 이들을 두고 한탄하시면서

          이전에 이방인들이 하느님의 예언자를 믿어 기적을 입은 예를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그들은 거기 서 폭발합니다. “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거냐?”

사람들끼리 드잡이질할 때나 입에서 나올 말이 사람들의 마음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경탄에서 질시로, 그리고 분노로 이어지는 마음의 흐름은 예수님을 벼랑까지 끌고가

              떨어뜨리려고 하는 폭력적인 해결책으로 귀결됩니다.

 

우리는 무시당하고 싶지 않습니다. 적절한 권리야 당연 히 주장해야 하겠지요.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 매번 폭력의 고리로 마음을 옭맨다는 것입니 다.

그 마음에는 평화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평화의 일꾼이 되어야 합니다.

그 평화는 스스로 체험하고 살기에 남에게도 전해줄 수 있는 평화입니다.

자기 스스로 평화를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그렇게 평화를 지켜 가면서

       다른 이 들도 함께 평화에 물들여 가는 이들이 평화의 일꾼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많은 사람이 그렇듯, 나를 무시하는가 아닌가로 마음에 천불이 치솟고,

           말투가 변하고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바뀝니다.

정작 우리 자신은 고의로 남을 무시하는 일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이 당할 때는 남이 악한 마음을 품었다고 추정하고, 나 스스로 먼저 상처를 입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다르십니다. 남들의 태도에 흔들리지 않 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그분은 무시한 적이 없으시지만 무시했다고 오해받고 위험에 처하십니다.

경탄에서 질시로, 질시에서 분노로 옮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가운데 무시 당한 분은 오히려 그분이십니다.

 

그분은 기꺼이 무시당하는 편에서 살아가신 분이시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기 갈 길을 가는 분이십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까 지 그렇게 하신 뒤에,

              부활하셔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 를!” 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니 그분을 스승으로 모신 우리에게, 남을 무시하는 것도,

           남에게 무시당했다 하여 곧바로 분노하는 것도 둘 다 어울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사랑의 계명 안 에서 우리는 무시하는 태도도 버리고,

           무시당했다고 스스로 내 안으로 말려들어 가 버리는 태도도 버립니다.

“그들이 너와 맞서 싸우겠지만 너를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내 가 너를 구하려고 너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예레 1,19)

이 믿음 안에 우리가 일희일비하지 않을 힘이 들어 있습니다.

이 믿음 안에서 우리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루카 4,30) 가시는 예수님과 일치합니다.

 

                         손경락 사도 요한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서울주보 2016.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