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자료/좋은 글

사진은 삶과 믿음의 동반자

윤 베드로 2016. 7. 25. 18:34

사진은 삶과 믿음의 동반자

 

 

늦깎이로 사진을 공부하며 사진대학원 졸업논문 및 개인전을 준비하기 위해

             연변에 있는 동포들의 다큐멘터리 사진을 촬영하러 중국에 네 번 다녀왔습니다.

그 당시 중국의 조선족과 우리는 반목과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었습 니다.

그래서 사진을 통하여 우리 남한 사람들에게 조선족이 같은 민족으로 ‘동질성 인식’과

          ‘동질성 회복’의 기회 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북간도 조선족-잃어버린 땅 잊혀진 겨레>

          사진전을 개최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데 더욱더 가슴 깊이 민족의 동질감을 느끼게 된 장면은,

          조선족 유치원을 방문했 을 때 ‘붉은 오성기’ 밑에서 우리글을 쓰면서 낭랑한 목소 리로

          우리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유치원 선생님이 “몇 년 전만 해도 북한 조선어 교본을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남한 교재를 사용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저는 순간 ‘이 곳이 잃어버린 땅이고, 이곳에 잊혀진 겨레가 살고 있구 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열악하고 힘든 생활 을 하면서 ‘코리아 드림’의 꿈을 안고 남한으로 온

         조선족 들에게 임금 착취는 물론이고

         감금, 폭력, 사기 등의 불 법이 그들을 가슴 아프게 했던 때였지요.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마태 9,37- 38)

저는 이 성경 말씀을 되새기면서 연변 지역을 두루 다니며 의료봉사와 조선족을 돕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몇 번 의료봉사를 다니다 두만강 상류 어느 시골에 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중국 공안 당국의 탈북자 색출을 피해서 옥수수밭에 숨어있던 젊은 산모와 갓난 아이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 곁에는 열한두 살 되는 남녀 아이도 둘이 있었지요.

산모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고 아이들은 모기에 물린 자국이며 매우 께저분하였습니다.

이들은 낮에는 가재를 잡으며 옥수수밭에서 숨어 살고,

           밤에는 동네로 돌아와 허술한 집에 은신하며 살고 있었습 니다.

그때 떠오른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루카 10,29- 37)와 함께

       그들에 대한 측은지심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 다.

중국에 갈 때마다 그 가족을 만나 작은 정성을 쏟았는 데,

          북경에 있을 때 갑자기 한국에 가고 싶다면서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 후 한국에 들어와 한두 해 연락 하여 만났으나 소식이 끊겼습니다.

잘살고 있다고 생각되 며 때때로 그들을 위해 화살기도를 보내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제게 하느님의 일꾼으로 조금이나 마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아마도 사진을 찍는 동안 예리한 눈을 크게 뜰 수 있도록 훈련이 되듯이,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면서 하느님의 자비를 느낄 수 있는

          착한 눈과 넓은 마음을 조금은 갖게 되었습니다.

요 즈음 나이가 들어서 활동 양이 적으니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기가 어려워

          ‘흰 꽃’을 찍으며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와 신비를 찬미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사진은 삶과 믿음의 동반자이며, 사유(思惟)를 자유롭게 합니다.

 

                      이연종 라파엘 | 연세우일치과병원 원장(서울주보 2016.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