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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평화의 꿈속으로.

윤 베드로 2016. 7. 24. 21:50

나눔은 평화의 꿈속으로.

 

1984년 꾸르실료 교육을 돈암동에 있는 ‘상지피정의 집’에서 받게 되었습니다.

여름밤 교육 중에 묵주기도를 바칠 때 유리창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수많은 불빛들을 바 라보면서

           저의 뇌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 존재하기까지 저 수많은 불빛만큼이나 나를 도와준 많은 사람이 있겠지!’

나를 낳아준 부모님은 물론 아껴준 가족들, 가르침을 준 스승님들, 함께 놀아준 친구들,

       나를 좋게 봐주었던 이웃들이 생각났습니다.

직접적인 관계를 갖고 도와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제가 미처 알지 못하지만 저의 모든 의식주에 관여해서 도움을 준 사람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또 정신적 사고 정립에 도움을 준 사람들과 믿음으로 함께해주신 신부님, 수녀 님, 교우들도 많았습니다.

그때 보은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도와준 사람에게 되돌려 줄 방법이 없다는 결론 을 내리면서,

       제가 가진 지식과 기능으로 다른 사람에게 정성껏 다가가 그것을 나눈다면,

       간접 보은이 된다고 생 각했습니다.

제게 은혜를 베푼 사람들에게 직접 되돌려 줄 수는 없지만,

       저의 희생과 손길과 정성이 필요한 사람 들에게 다가가기로 다짐했습니다.

 

“사실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으니,

         너희가 원하 기만 하면 언제든지 그들에게 잘해 줄 수 있다.”(마르 14,7)

이 성경 말씀처럼 나눔을 실천하는 삶의 구체적인 방법을 품속 깊이 안고 나왔습니다.

그 이후로 고아원, 양 로원, 농어촌, 해외, 교도소 등으로 의료봉사를 다녔고,

               병원에서는 탈북자들과 다문화가정을 위해서 진료를 해 오고 있습니다.

또 교도소에서 수요일마다 오전 진료를 25년째 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가기 싫 을 때도 있지만,

          힘든 몸으로 오전 진료를 하고 나오면 학생 시절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다 나오는 것처럼

         기쁨 이 넘칩니다.

 

해외에 진료를 가면,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이 마치 수 많은 불빛처럼 느껴져

           열심히 치아를 뽑아주기도 하고, 정성껏 충치를 치료합니다.

중국 연변에서는 어마어마한 환자를 보기도 했고,

        러시아에서는 자정이 넘어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진료한 적이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캄보디 아, 페루에 가면 아침에 진료소 마당에 인파가 가득 모여 있었습니다.

야경의 수많은 불빛처럼 말입니다.

밤에 힘든 진료를 마치고 잠을 청하며 누워서 천장 을 올려다보면

       그때 그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지고, 하느 님의 도구가 된 것처럼 양심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 기쁨과 행복감에 젖어 저의 의식은 평화의 꿈속으 로 사라집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

               이연종 라파엘 | 연세우일치과병원 원장 (서울주보 2016.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