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왜 율법학자들을 질책했을까?
성경에는 율법학자가 자주 등장한다. 율법은 '지침, 규정, 법령, 명령, 계명'의 의미를 지닌다.
율법을 가리키는 히브리어 '토라'는 본래 가르침이란 뜻이다.
율법이란 십계명을 중심으로 한, 하느님 백성의 생활과 행위에 관한 하느님 명령이다.
즉 이스라엘 백성 모든 이가 하느님 뜻을 따르게 하고자
하느님께서 내리신 도덕적ㆍ종교적ㆍ법률적 명령을 말한다.
율법학자란 대개 모세 율법을 가르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런데 신약성경에는 예수님이 "불행하여라, 너희 위선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아!"하며
율법학자들을 공격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나온다(마태 23,1-36).
율법학자들은 법조문에 너무 얽매여 예수님과 항상 적대관계를 이뤄왔다(마태 15,1-20).
율법학자는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율법학자는 원래 율법을 필사하는 직분을 담당하는 사람들이었다.
현존하는 구약성경 대부분도 이들이 필사로 남겼기에 보존이 가능했다.
외세 지배 속에서도 율법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 역시 이들 공로다.
이들이 율법을 가르치게 된 것은 바빌론 포로시대 이후다.
당시 사제 에즈라는 해이해진 백성을 교육하기 위해 이들을 교사로 활용했다.
"에즈라가 바빌론에서 올라왔는데, 그는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주신 모세의 율법에 능통한 학자였다.
주 그의 하느님의 손길이 그를 보살펴 주셨으므로, 임금은 그의 청을 다 들어주었다"(에즈 7,6).
에즈라 이후 율법 연구가 활발해졌고, 기록과 구전으로 전해오던 계율들을 모아
'613조항'의 규정을 확정 짓게 된다.
이처럼 율법학자들이 전문계층으로 등장한 것은 바빌론 유배 이후다.
유배를 거치면서 율법이 삶의 중심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율법학자라 불리는 집단이 탄생하게 됐다.
본래 율법학자들은 율법의 근본정신을 추구했다.
후에 율법학자들은 랍비라 불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는 보수를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으며,
생활비를 구하기 위해 대부분 가내 수공업을 하고 있었다.
간혹 제사장을 겸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자신의 직업을 갖고 스스로 생활을 꾸려나갔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대제사장과 원로들을 만나는 위치에 있었다.
"이튿날 유다 지도자들과 원로들과 율법 학자들이 예루살렘에 모였다"(사도 4,5).
후대 들어 율법학자들은 오히려 율법의 노예가 됐다.
모세가 전해준 기존 율법은 변질했다.
율법학자들은 율법이 지시하는 것들을 연구했고, 그 모든 규정을 빈틈없이 일상생활에 적용했다.
그러다 보니 율법은 사람들에게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구속이 돼버렸다.
율법의 준수와 형식만 강조됐을 뿐 본래 율법이 지니고 있는 하느님 사랑이
율법을 통해 드러나지 않게 됐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질책하셨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율법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율법 자체가 아니라 형식적 율법주의이다.
예수님은 율법의 중심은 바로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임을 가르치셨다.
예수님이 바로 길이고 생명이므로 그분이 곧 율법의 완성이 된다.
예수님은 구약의 율법을 새롭게 해석하시고 완성하셨다(마태 5,38-48).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
허영엽 신부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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