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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

윤 베드로 2015. 7. 1. 13:44

아름다운 이야기

 

매일 아침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그를 만나게 됩니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는 시각장애인입니다.

나는 그 미소가 너무 맑아서 처음엔 그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바쁜 출근길인데도 버스를 탈 때면

       늘 그를 도와주는 아름다운 손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젊은 아가씨가, 또 어떤 날은 동생뻘로 보이는 남자,

             아주머니, 아저씨가, 하지만 나는 누군가를 위하는

             그런 배려가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몹시 내려 길이 많이 막혔습니다.

그날도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팡이와 가방을 함께 든 채 우산을 든

             그의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는 생각을 할 즈음

             정류장 훨씬 뒤쪽에 멀찌감치 서 있는 마을버스를 발견했습니다.

차가 막히니까 버스는 정류장에 차를 세우지 못해

       뛰어온 사람들만 태우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쩔 수 없고 다음에 도와주자."

잠깐 동안 망설이던 나는 재빨리 달려가 냉큼 버스에 올랐습니다.

서서히 지나가는 버스 창밖으로 흘긋 쳐다보니

         그는 버스가 온 것도 모른 채 마냥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내가 나빴어. 도와줘야 했는데‧‧‧.’

그 짧은 순간 내 마음은 몹시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습니다.

막 출발하려는 버스의 문을 누군가 두드리더니 외쳤습니다.

“아유, 아저씨, 아무리 바빠도 그냥 가면 어떡해, 저 청년이 못 탔잖아요.”

한 아주머니의 말에 버스가 멈췄습니다.

그러자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한 청년이 얼른 뛰어 나가

          그의 손을 잡고 함께 버스에 올랐습니다.

“미안합니다. 차가 많이 막혀서 정류장에 못 세웠네요.”

기사 아저씨의 말에 그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한 작은 마음을 가진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한

          아침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좋은 생각이 아름다운 55가지 이야기에서. 안연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