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안 되는 것이 없다.'
이 말을 들은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대답하였다"(루가 1, 37-38).
1. 나자렛 마을의 성모 영보 성당
이스라엘의 나자렛 마을에는 큰 성당이 둘이 있는데
하나는 '성모 영보 성당'이며
다른 하나는 예수, 마리아, 요셉께서 생활하셨던 터에 새워진 '성가정 성당'이다.
성모 영보 성당에 들어가면 성당 마당 울타리 벽에 장식된
세계 각국의 성모님의 모습이 우아한 모자이크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 순례객들의 눈길을 끈다.
그리고 성모 영보 성당의 정면 벽에는
우리가 삼종 기도 때 바치는 기도문이 라틴 말로 조각되어 있으며,
옆면 벽에는 성모송이 조각되어 있다.
이 기도문들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말은
성모님께서 가브리엘 천사에게 대답하신
"주님의 뜻대로 저에게 이루어 주소서(Fiat Voluntas tua)."라는 말이다.
마리아의 이 응답은 온 세계가 기다려 온 구원의 응답이었다.
일찍이 하느님께서는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이사 7, 14) 말씀하셨다.
이 예언은 다윗 가문의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아들을 낳으리라는 가브리엘 대천사의 말씀을 듣고
처음에는 의아해 했지만,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루가 1, 38) 하고 겸손되이 대답하셨다.
이 말씀을 통해 마리아는 하느님의 모친이 되셨다.
2. 겸손과 신뢰의 기도
그런데 이 말씀 속에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신앙인의 자세가 있다.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라는 성모님의 응답은 겸손과 신뢰의 기도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씀을 자기가 편리한 대로 이용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떤 일에 있어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또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하고
기도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라는 기도 속에는
자신이 주님의 뜻에 맞게 행동하고 노력하면서
어떠한 희생도 달게 받겠다는 결심이 포함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기도를 바치면서도
주님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우리는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좋은 일만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 달라고 바라면서도
사실상 주님의 뜻은 따르지 않는다.
우리가 결코 주님의 뜻을 모르기 때문에 따르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서로 용서하며
진정 이웃을 자기 몸처럼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은 잘났건 못났건 다 하느님의 모상을 타고 태어났으며,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들이다.
부모는 자기 자녀들에게 똑같은 사랑을 베푼다.
마찬가지로 하느님도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신다.
3. 실천 속에 드러나는 주님의 뜻
그러므로 우리가 주님의 뜻을 알면서도 실행하지 않고
거짓과 위선 속에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예수님을 우리의 주님으로서 맞아들일 수 없다.
예수님은 사실상 유다인들의 거짓과 위선 속에서 죽으셨다.
그분은 진리를 증언하러 오셨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이기주의적인 마음으로 말미암아 거짓으로 대했다.
그 결과 세상은 더욱 악해지고 냉랭해지고 분열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부조리와 불의와 악도
바로 인간의 이기주의적인 마음 때문이다.
하느님은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모순과 악과 부조리의 원인이 되실 수는 없다.
하느님은 선 자체이시다.
하느님은 온 우주 만물을 만드시고 보신 후
"참 좋다."(창세 1, 10)고 하시며 모든 창조물에 선성을 부여하셨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원래가 하느님의 축복 속에 존재하게 된 것이고 좋은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갖고 있는 자유의 잘못 사용으로 인해
세상의 악과 불균형과 부조리가 생긴 것이다.
사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부조리와 악과 불균형을 보면서
하느님을 원망하기도 하고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하느님이 존재한다면 어떻게 이러한 악이 존재하며
불의가 판을 치고 거짓이 진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그리고 지구의 한쪽에서는 추위와 전쟁과 기아로 죽어 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풍요를 구가하며 소비가 미덕인 지역도 있다.
우리 신자들 중에도 지금 배고픔과 추위에 떠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재산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가지고 하느님을 원망할 수도 없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주셨다.
그러나 인간들의 탐욕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富益富貧益貧)의 현상은 가중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하느님이 우리의 재산 분배자로 나오셔야 하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바로 하느님의 뜻은 우리 인간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말씀대로 산다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질 것이다.
4.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의 공동 기도인 '주님의 뜻을 이루는 일'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마태 6, 10) 하고 기도한다.
아버지의 뜻은 용서와 자비와 사랑이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형제 자매들에게 용서와 자비와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우리가 이 말씀을 이렇게 좀더 생각하면서 기도한다면 세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아버지의 뜻대로 진정 이루어지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기도를 바치면서도
서로 사랑하지 않고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이기주의적으로만 산다면 그것은 위선이다.
자기가 가진 재물을 남을 위해 쓰지 않으면서
하느님께만 가난한 자를 도와 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다.
구세주 예수의 성탄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사악한 마음 자세는 고치려 하지 않고
그저 세속 사람처럼 크리스마스라는 휴일만을 바란다면
그것은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태도가 아니다. 이것은 또 하나의 위선이다.
루가 복음에 나오는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1, 38)라는
성모님의 기도는 예수님의 기도와 일맥 상통한다.
예수께서도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마태 6, 10) 하고 기도하셨다.
또한 게쎄마니에서 피땀 흘리시며 기도하실 때에도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마태 26, 39)라고 하셨다.
이같이 예수님과 성모님의 기도를 보면
오로지 하느님의 뜻에 자유로이 순종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전적인 투신과 순종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게 됨을 본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하느님의 뜻에 자유로이 순종함으로써
주님의 뜻을 이룰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심오한 진리이다.
하느님의 뜻은 인간의 자유로운 순종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하느님께서 명하신 대로 살고 자유로이 순종한다면
우리가 바치는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하는 기도는
위선이 아니라 진실이 되는 것이다.
<김웅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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