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강의/복음 묵상

축복받은 결혼식

윤 베드로 2015. 5. 9. 16:48

●축복받은 결혼식

 

"갈릴래아 지방 가나에 혼인 잔치가 있었다.

그 자리에는 예수의 어머니도 계셨고,

     예수도 그의 제자들과 함께 초대를 받고 와 계셨다"(요한 2, 1).

 

1. 혼인을 축복해 주신 예수님과 성모님

 

가나 촌의 혼인 잔치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무언가 평화롭고 흥겨운 느낌이 든다.

예수께서는 갈릴래아 호수 주변의 비옥하고 아름다운 마을인

       가나 촌에서 벌어진 한 혼인 잔치에 참석하셔서

       신랑 신부의 결혼을 축복해 주시고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기적을 행하셨다.

그 당시 유다인의 결혼 풍습에 의하면 혼인 잔치는 일 주일 동안이나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 일 주일간에 걸친 혼인 잔치에서 신랑 신부는 마치 왕과 왕비처럼 대우를 받고

        동네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그래서 예수님과 그 제자들 그리고 성모님도 그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고

           신랑, 신부의 결혼을 축복해 주시고 음식을 드시고 즐거워하셨다.

그런데 이러한 혼인 잔치 도중에 술이 떨어진 것이다.

즉 우리가 기쁠 때나 슬플 때에 즐겨 찾는 술, 그 술이 바닥 난 것이다.

또 제자들과 손님들 역시 술을 마시고 기분을 냈을 것이다.

그런데 술이 떨어졌으니 그 잔치를 주관한 사람들의 입장이 얼마나 난처했겠는가?

바로 이 때 이 딱한 사정을 눈치 챈 성모님께서 무슨 묘책이 없을까 하고 예수께 이 사실을 알린다.

즉 성모님은 예수께 부탁하면 이 딱한 사정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예수께서는 아직 당신의 때가 아니면서도 성모님의 간곡한 부탁이라 거절하시지 않고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고 그 혼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셨다.

이러한 혼인 잔치의 사건을 통해서 볼 때,

           우리는 성모님과 예수님의 관계를 새삼 더 잘 알 수 있고

           또 결혼의 가치를 깊이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우선 성모님과 예수님의 관계를 볼 때 두 분 사이는 물론 모자지간이다.

예수님은 성모님에게서 태어나셨지만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또 성모님은 하느님의 아들을 낳아 주신 천주의 모친이시다.

두 분은 인간 구원의 공동 협력자로서 필요와 요구를 들어 주시고

           인간의 딱한 사정을 돌보아 주시는 분이다.

우리가 성모님을 통해 예수께 기도드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며

          우리의 딱한 사정을 성모님께 간구하여 말씀드리면

          예수님은 성모님의 청을 거절하시지 않는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딱한 처지와 입장에 놓였을 때 성모님께 간곡히 부탁드리고

          또한 예수께도 우리의 기도를 들어 달라고 기도한다.

 

2. 남녀간의 혼인은 하느님의 거룩한 계획의 반영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예수께서 이 혼인 잔치에 참석하셔서

           혼인을 축복해 주셨다는 사실이다.

즉 두 남녀가 결합되는 결혼의 가치를 인정하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뜻이기도 하다.

하느님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당신의 모상대로 사람을 지어 내셨고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또한 사람에게 복을 내려 주시며 자식을 낳고 번성하여

        온 땅에 퍼져서 땅을 정복하라고 축복하셨다(창세 1, 27-28).

이제 남자와 여자로 창조된 사람이 나이가 차서 결혼 적령기에 이르면

       짝을 찾게 되고 서로 일생을 함께 살겠다고

       하느님 앞에서 엄숙히 맹세하는데 이것이 혼인 성사이다.

예수께서는 인간 사회의 혼인을 성사의 위치에까지 높여 주시며 축복해 주신 것이다.

이 혼인 성사를 통해 한 쌍의 남녀는 부부라는 가장 아름다운 인연을 맺게 되고

            자녀를 두고 사랑의 공동체를 이룩한다.

이처럼 남녀가 결혼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고 하느님의 뜻이다.

그래서 예수님과 그 제자들 그리고 성모님도

           가나 촌의 혼인 잔치에 참석하셔서 신랑 신부를 축복해 주신 것이다.

더욱이 예수께서는 술이 떨어지자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기적까지 베푸신 것이다.

일찍이 이사야 예언자도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신랑이 신부를 사랑하는 모습에 비유하였다.

즉 "신랑이 신부를 반기듯 너의 하느님께서 너를 반기신다"(이사 62, 5).

또 사도 바오로는 "주님을 섬기는 직책은 여러 가지이지만

           우리가 섬기는 분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성령께서는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주셨는데

       그것은 공동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1고린 12, 5-7)라고 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결혼하여 살면서 하느님을 섬길 수도 있고

           결혼하지 않고서 하느님의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다 가치가 있는 일이다.

 

3. 교황으로부터 축복받은 프레데릭 오자남의 결혼

 

혼인 성사에 대한 이러한 일화가 있다.

프레데릭 오자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빈첸시오회도 창립하고 또 소르본 대학의 교수로도 일하는 유능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라코르데르라고 하는 신학자인 신부가 친구로 있었다.

그런데 이 유능한 프레데릭이라는 사람이 늦도록 총각으로 지내고 있자,

           그 신부는 프레데릭에게 부디 "신부가 되어 훌륭한 주교가 되어 주게."라고 말하였다.

프레데릭은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얼마 후에 어여쁜 아가씨와 결혼했다.

그러자 그 신부는 한탄하면서 말하길 "불쌍한 프레데릭 그마저 덫에 걸리다니." 하면서 애석해 했다.

그런데 이 말이 그 당시 교황 비오 9세의 귀에 들어갔다.

얼마 후에 그 신부는 교황을 알현하게 되었는데 교황은 그 때 일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봐요 신부님! 예수님은 7성사를 세웠지,

         6성사와 하나의 덫을 세운 것은 아닙니다."

결혼 생활은 하느님으로부터 축복받는 생활이다.

서로 모르던 남남이 만나 혼인 성사를 통해 한몸을 이루고

       인생의 반려자로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예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이

              가나 촌의 혼인 잔치에 참석하여 그 혼인을 축복해 주셨고

              또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켜 흥겹게 해주셨음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결혼할 사람들과 또 이미 결혼한 사람들이 행복하고

              축복받는 가정 생활을 하도록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