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강의/복음 묵상

예언자들의 종교 체험

윤 베드로 2015. 4. 10. 19:11

●예언자들의 종교 체험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이제부터 사람들을 낚을 것이다"(루가 5, 10).

 

1. 이사야의 소명 체험

 

이사야는 예언자로서 소명을 받게 될 때 야훼 하느님께서

             드높은 보좌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이사 6, 1).

그러나 우리 평범한 인간들은 출애급기 3장 6절에서 말하듯이

          죽기 전에는 하느님을 볼 수 없다.

이사야가 과연 어떻게 하느님을 뵙게 됐는지

              그리고 정확하게 무엇을 보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부르심을 전하는 성서의 기록을 통해

       신 체험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신 체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하느님을 뵙고 체험하면서,

           그 자신이 지극히 죄 많은 인간이며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을 느꼈고,

           그래서 자기는 이제는 죽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성서의 사상을 보면, "인간은 누구나 죽기 이전에는 하느님을 뵐 수 없다."는 것이다.

'하느님을 본다는 것', 그것은 우리를 창조하신 분, 그 근원을 만나는 것이며,

               그 기원으로 돌아감이며, 또한 각자 자기 개인 역사의 마지막이 되는 것이다.

인간이 이 원초적 근원을 만날 때, 공통적으로 체험하는 것은 바로 '죄인'이라는 사실이다.

사람은 평소에 죄 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원초적 근원 앞에서는 보잘것없는 미소한 존재이며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 죄 의식은 반드시 하느님을 화나게 했던 그런 종류뿐 아니라,

        우리 생활 중에 하느님을 멀리한 것이나,

        하느님을 무의식적으로 피했던 그런 여러 종류의 행동들이라고 볼 수 있다.

 

2. 베드로의 신 체험

 

많은 종교학자들은 일반적으로 말하듯이 창조주와 피조물과의 만남은

       본질적으로 생명을 주신 분과 생명을 연명하는 피조물과의 만남이므로,

       생명 그 자체가 아닌 우리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체험하게 된다고 한다.

이사야가 체험했던 이 느낌은 또한 루가 복음에 나오는 베드로의 체험과 공통된다.

베드로는 예수께서 이루신 기적을 통해 예수 안에 신성을 느끼며,

              예수의 발 앞에 엎드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루가 5, 8) 하고 고백했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하느님, 혹은 어떤 신성한 것을 만날 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공통된 감정이며,

          인간이 자기가 누구인지 그리고 하느님이 어떠한 분이신지를

          아는 그만큼 체험하게 되는 인간 최초의 감정이다.

그것은 또한 하느님은 분명히 인간과는 다르다는 "절대자"에 대한 체험이다.

그러면 하느님은 어떻게 다른가?

 

3. 인간의 하느님께 대한 공통된 체험

 

인간의 하느님에 대한 공통된 체험은, 하느님은 '순결하고, 거룩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인간이 순결하고 성스럽게 살아도

          인간은 하느님의 그것에 도달할 수도 없고 비교할 수도 없다.

하느님을 생각할 때 그분은 진실하시고, 선하시고,

              아름답고 성스럽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성스럽다는 것이 그분의 그 모든 것을 종합해 준다.

그러나 성서의 사상을 보면, 그분의 성스러움은

           우리의 '부정한 행실'을 단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인간이 모두 죄로만 덮여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부정과 불순이란, 마치 인간이 흰색과 검은 색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

           그리고 생명과 죽음,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상태와 같은 것이다.

인간이 착하다는 것은 인간이 착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인간이 항상 착한 것은 아니며, 언제라도 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

악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며 단죄한 사람도 악만 저지르는 것은 아니며,

           착하고 선한 일을 할 때도 있다.

 

인간은 인간인 이상 항상 두 가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선을 택하고 악에 기울어지는 것은 하느님의 책임이 아니라,

       인간이 지닌 자유로운 결단에 의한 자신의 책임이다.

그러므로 사도 바오로도 말하듯이 의롭고 위대한 것,

       금은 불 속에서 단련되어야 순금이 되듯이

       우리를 순수하게 만드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자신의 노력을 통해서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불순의 상태에서 순수의 상태로,

               그리고 허무의 상태에서 하느님을 소유하는 상태로 변화된다.

이 과정 중에서 하느님을 만나 최초의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신뢰와 신앙의 상태로 가게 되는데,

           인간의 두려움을 없애 주시는 분은 인간이 아니라 하느님이시다.

이사야는 하느님을 뵙고 "큰일 났구나. 이제 나는 죽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 입술이 더러운 사람들 틈에 끼어 살면서

              만군의 야훼, 나의 왕을 눈으로 뵙다니…."(이사 6, 5) 하며 어쩔 줄 몰라 할 때,

              하느님의 천사가 제단에서 뜨거운 돌을 집어

              이사야의 입에 대어 그 입을 뜨겁게 해준다.

하느님의 뜨거운 돌이 이사야의 입에 닿았다는 것은

              이사야의 입이 전적으로 더럽다는 것이 아니라,

              더러움과 깨끗함을 갖고 있던 상태에서 단련되어 깨끗하게 된 것을 상징한다.

그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이렇게 단련되었을 때

           "너의 악은 가시고, 너의 죄는 사라졌다."(이사 6, 7)라는 천사의 말대로

            안심과 신뢰의 감정을 체험하며

            인간은 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일을 행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는 것이다.

 

4. 사도들의 소명 체험

 

이사야의 이러한 체험은 예언자, 사도들에게 공통되어 나타난다.

사도들이나 예언자들 중에 자기가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여 전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자기는 죄 많은 사람이며,

           부족하고 결점투성이임을 깊이 느낀 사람들이었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깊은 신뢰를 통해 사명을 받았다.

이사야의 경우도 그렇고, 사도 바오로도 고백하기를

             "나는 사도들 중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이요,

              하느님의 교회까지 박해한 사람이니

              실상 사도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1고린 15, 9)라고 하였다.

이렇게 자기의 죄와 부족한 점을 깊이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 고백하기를 "그러나 내가 오늘의 내가 된 것은

           하느님의 은총의 덕입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은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과연 나는 어느 사도보다도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신 하느님의 은총으로 된 것입니다."(1고린 15, 10)라고 말했다.

여기서 보듯이 바오로는 하느님의 은총과 자신의 열심한 노력으로

          오늘의 자기가 되었다는 고백을 한다.

 

또 다른 사도의 체험을 보자. 사도 바오로는 독신으로 지냈지만,

           우리 교회의 첫 교황이라고 볼 수 있는 사도 베드로는

           갈릴래아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한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베드로가 사도가 된 것도 이사야나 바오로의 내적 체험과 비슷하다.

 

구약의 이사야는 야훼 하느님의 체험을 얘기했지만,

          신약의 베드로는 예수님을 만나며 신적 체험을 했는데,

          예수님에게서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그것은 예수님 앞에 자기는 지극히 초라한 죄인이라는 체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도가 된 것은 그의 힘이 아니라,

              예수님이 주셨던 심리적 안정감과 은총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그에게서 두려움을 없애 주었기 때문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이제부터 사람들을 낚을 것이다"(루가 5, 10).

              이 말씀을 듣고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갔다고 한다.

 

5. 두려움과 신뢰가 교차되는 만남

 

이상에서 보듯이 우리는 신․구약의 위대한 세 분이

              하느님 체험과 소명을 받게 된 동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사야, 베드로, 바오로는 자신들이 깨끗하고 자신 있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 예언직과 사도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죄인이며 초라하다는 사실을 깊이 체험하면서,

           자신들의 약함을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에 신뢰를 두고

           용기와 힘을 얻어 주님을 따라 나선 것이다.

 

절대자 하느님과 인간과의 만남은 인간측에서는

           항상 두려움과 신뢰가 교차되는 만남의 과정이다.

그리고 하느님측에서는 죄인인 인간을 은총으로 의화시켜 주시며,

           당신의 뜻을 실현하도록 사명을 주신다.

이러한 두 가지 쌍방적인 과정 속에서 특히 인간은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뢰 속에서 그 사명을 수행할 때,

           자기 능력을 초월하는 풍성한 수확을 거두게 된다.

 

"예수께서는 말씀을 마치시고, 시몬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라.' 하셨다.

시몬은 '선생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물을 치겠습니다.' 하고 대답한 뒤 그대로 하였더니

          과연 엄청나게 많은 고기가 걸려 들어 그물이 찢어질 지경이 되었다"(루가 5,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