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8 ; 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제자 이야기(루카 24,13-35)
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제자에 관한 이야기,
대단히 아름다운 복음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미 부활하셨지만
아직 부활하신 분을 만나지 못한 공동체,
예수님께서 지상에서 생활하시던 때처럼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현존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길을 잃고 방황하는 공동체,
곧 부활 이후의 초기 교회 공동체를 비롯하여 우리 모두를 위한 복음입니다.
엠마오 이야기는, 그런 공동체가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지를 우리에게 알려 줍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는 깊은 충격과 좌절과 실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예언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만 그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처참하고 무능하게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 제자는 예수님께서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마음이 타오름을 느끼게 되었고, 빵을 떼어 주실 때에 그분을 알아 뵙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예수님을 알아 뵙는 순간 예수님께서는 사라지십니다.
루카 복음에서 이 이야기를 기록하여 전해 주는 이유는
예수님의 현존을 실감하지 못하는 공동체를 도와주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예수님을 이제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제자들이 예수님을 알아 뵌 곳은 성경 말씀 안에서,
그리고 빵을 나누는 성체성사 안에서였습니다.
내 눈으로 예수님을 뵙지 못한다 해도 우리에게는 성경의 증언이 있고,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시는 성체성사가 있습니다.
이것이 해가 저물 때 길을 걸어가야 하는 교회,
나그네처럼 시간을 걸으면서 영원과 천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교회가 늘 기억해야 할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 지상에 계실 때에 제자들이 예수님을 모시고 함께 살아갔던 것처럼,
우리는 성경 말씀과 성체성사를 통해 예수님을
우리 가운데 모시면서 믿음으로 살아갑니다.
<이기락 타대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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