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양의 혼인 잔치
"하늘 나라는 어느 임금이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것에 비길 수 있다.
임금이 손님들을 보러 들어갔더니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를 보고 '예복도 입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소?' 하고 물었다.
그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러자 임금이 하인들에게 '이 사람의 손발을 묶어 바깥 어두운 데 내어 쫓아라.
거기서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하고 말하였다.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많지만 뽑히는 사람은 적다"(마태 22, 2. 11-12).
우리는 집안에 경사스러운 일이 생기면 친지들과 친분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잔치를 벌이거나 약소하게나마 식사를 대접한다.
그것은 그 기쁜 일을 알리고 같이 기뻐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초대를 받고 참석한 사람들은 그 경사를 축하해 주고 기뻐해 준다.
그런데 만일 초대된 사람이 축하는 뒷전으로 미뤄 두고
먹고 마시는 것에만 정신을 판다면
그 잔치는 무례한 분위기로 빠지게 될 것이다.
또는 혼인 잔치에 와서 "누가 신랑이냐?" 하는 예의 없는 경우가 생긴다면
참으로 곤란해질 것이다.
마태오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런 사람을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잔치에서 내쫓으라고 하신다(마태 22, 11-14).
예수께서 말씀하신 하늘 나라의 혼인 잔치의 비유는
임금이 당신 아들의 혼인 잔치를 준비하고
사방에서 사람들을 초청하였다고 하는
바로 당신의 잔치를 두고 말씀하신 것이다(마태 22, 1-2 참조).
이 잔치는 일찍이 이사야에 의해 예언되었다.
"이 산 위에서 만군의 야훼, 모든 민족에게 잔치를 차려 주시리라….
모든 민족들을 덮었던 보자기를 찢으리라.
그리고 죽음을 영원히 없애 버리시리라"(이사 25, 6-7).
그 잔치는 인간을 위한 구원의 잔치이고 영원한 생명의 잔치이며
그러기에 기쁨의 잔치인 것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보내셨고,
예수님은 당신의 살과 피로써 이 잔치를 마련하셨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차려 놓고 우리를 초대하신
이 잔치는 바로 우리와 함께 당신의 기쁨을 나누자는 것이고,
당신의 영원한 생명에 동참하라는 것이다.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는 바로 이 잔치에 초대받고 참석한 것이다.
예수님은 이 혼인 잔치의 비유에서 "거리에 나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청해 오너라."(마태 22, 9)고 하셨다.
그러나 주님의 잔치에 참석한 사람들 중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은 내쫓겼다.
그 사람은 잔치에 참석하기에 그리고 주인의 기쁨을 같이 나누기에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사람은 아무런 열성 없이 습관적으로 신앙 생활을 하는 사람,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성당에 나오고 있는 사람,
주일 미사에만 참석하면서 하느님께 대한 의무를 다했다고 하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생활을 통해 그리스도를 나타내지 못하고
마음으로 예수님과 가까워지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 기쁨의 잔치에 사람들을 청해 오는 데
힘쓰지 않는 사람들 역시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다.
마음으로 또 외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참석한 이들이
과연 이 기쁨의 잔치에서 얼마나 기쁨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들이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서 얼마나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하느님께 영광을 드릴 수 있겠는가?
미사에서 또 신앙 생활을 통하여 기쁨을 못 느끼고
주님의 행복한 시간을 지내지 못한다면
우리를 이곳에 초대한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반성하고 묵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주님의 잔치에 합당한 예복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주님은 항상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한량없이 풍요하신 나의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여러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풍성하게 채워 주실 것입니다"(필립 4, 19-20).
<김웅태 신부님의 복음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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