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강의/복음 묵상

성모 승천 대축일과 광복절

윤 베드로 2015. 3. 19. 11:47

●성모 승천 대축일과 광복절

 

"주께서 여종의 비천한 신세를 돌보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온 백성이 나를 복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해주신 덕분입니다"(루가 1, 48-49).

 

성모 승천일은 가톨릭 교회의 4대 축일 중의 하나이다.

이 날은 또한 우리 민족이 자주권을 되찾은 광복절로서

     만 35년 동안의 일제 식민 통치에서 해방된 뜻 깊은 날이다.

이 날은 또한 현재 우리 나라가 남북으로 분단되었지만,

     남한과 북한이 함께 민족의 통일성을 회복하고

     함께 경축해야 할 날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8월 15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민족의 중요한 역사와

       성모님의 승천 축일과 겹쳐 있는 특별한 날이다.

 

성모님의 승천과 우리 민족의 해방은 서로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성모님에게 있어서 승천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의 신앙과 순종에 대한 하느님의 영광스러운 인정이었듯이,

          우리 민족의 8․15 해방 역시 일제 강압에 의한

          수치와 오욕의 식민 통치를 끝내고

          민족의 자주권을 되찾은 승리와 해방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모님의 생애와 우리 민족의 역사를

               연관시켜 되새겨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교회가 8월 15일을 성모님의 승천을 기념하는 축일로 지내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300여 년 전이다.

기묘하게도 8월 15일은 우리 민족이 1945년에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이며

        그리고 1948년 8월 15일에는 선거를 통한 대한 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이다.

같은 해 12월 8일은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 축일이며

       우리 나라가 국제 연합(UN)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을 받은 날이다.

또한 2년 후인 1950년 8월 15일, 대한 민국 광복 5주년이 되는 바로 그 날,

       교황 비오 12세는 정식으로 8월 15일을 성모 몽소 승천 대축일로 공포하고

       성모 승천 교리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였다.

 

"원죄에 물들지 않고 평생 동정이셨던 하느님의 모친 마리아가

            지상의 생애를 마친 뒤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 영광에로 들어 올림을 받았다는 것은

            하느님께로부터 계시된 신앙의 진리이다."라고 선포하였다.

 

이처럼 성모님의 축일에 우리 민족사의 큰일이 겹친 것은

           한민족에 대한 성모님의 크신 사랑의 결과라고 보겠다.

이런 연유로 한국 천주교회는 원죄의 물듦 없이 잉태되신

        무염 시태 성모님을 주보로 삼고 있다.

명동 대성당도 무염 시태 성모님의 축일을 주보로 삼고 있다.

세계에는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이 많은데,

       그중 '노트르담(Notre Dame)'이라는 말이 붙은 성당은

       불어로 성모님을 뜻하며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이라는 뜻이다.

또 한 가지 공교로운 것이 있다면,

     성모님의 무염 시태 축일인 12월 8일에 시작된

      태평양 전쟁이 성모 몽소 승천 대축일인 8월 15일에 끝이 남으로써

      우리 민족의 해방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우리 민족의 중대한 역사적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 8월 15일,

       '성모 몽소 승천 대축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먼저 글자 풀이를 해 본다면, 몽소 승천의 몽(蒙)은 '무엇을 덮는다 혹은 입는다'는 뜻이며,

       소(召)는 '부르심', 승(昇)은 '올라감', 천(天)은 '하늘 혹은 하느님'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즉 "하느님의 부르심을 입고 하느님과 하나가 되었다."라는 뜻이다.

성모님께서 스스로 승천하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무한한 은총의 결과로

          하느님께로 불리어 올라가셨다는 뜻이다.

교황 비오 12세의 선언에 의하면 지상 생활을 마친 뒤 마리아는

        "영혼과 육신이 함께 영광을 받으셨다."라고 표현하였다.

말하자면 마리아는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사람이

              장차 얻게 될 신분을 이미 받았다는 뜻이다.

마리아도 아들 예수처럼 죽으셨고

              그 얼마간의 시간적 간격이 지난 후 부활하셨다는 의견으로

              마리아의 승천을 그리스도의 승천과 같은 차원으로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마리아의 승천은 "천상 영광으로 들어 올림을 받았다."고 표현된다.

그래서 예수님의 승천을 "예수님은 하늘로 올라가셨다."(승천)라고 표현한 반면에

           마리아는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영광을 받은 것으로서

          '몽소 승천'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나자렛의 한 평범한 여인이 구세주의 모친으로서

              하느님과 일치하려고 노력하셨던 신앙과 삶의 결실이 가져다 준

              은총의 선물이 바로 성모 몽소 승천이다.

 

우리가 이 축일을 지내는 것은 성모님의 삶이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의 모범이므로

           예수님을 본받고 따르고 믿는 데에 있어서

           가장 완전한 귀감을 주셨음을 감사드리고 본받자는 데에 있다.

                                                                        <김웅태 신부의 복음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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