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共同善
"은총의 선물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것을 주시는 분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주님을 섬기는 직책은 여러 가지이지만 우리가 섬기는 분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일의 결과는 여러 가지이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일을 이루어 주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
성령께서는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주셨는데
그것은 공동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1고린 12, 4-7).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인간이 만일 혼자서 살아야 한다면
그 삶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혼자서 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로 한 것들, 먹을 것, 입을 것,
그리고 잘 곳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며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것을 혼자 해결할 수는 없고
상호간의 협력을 통해서만 이 일을 이룰 수 있다.
그러기에 인간은 이 필요물들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를 이루어 왔으며,
공동체의 지도자는 특히 그 구성원들에게 의식주 문제를 잘 해결해 주어야 한다.
성서 안에 나타나는 하느님의 심판과 자비, 사랑도
인간의 필요물들에 대한 공정한 분배와 나눔 등에 관련된 것이 많다.
'부자와 라자로'(루가 16, 19-31)의 비유에서 보듯이,
라자로의 불쌍한 처지를 전혀 돌보지 않는 욕심 많고 이기적인 사람에 대한 하느님의 벌,
그리고 반대로 이기적인 이들의 욕심에 의해 희생된
거지 라자로를 위로해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
이러한 점을 본다면 하느님은 항상 욕심 많은 인간의 횡포에
희생당한 이들을 위로해 주시고, 공정한 정의를 베푸시는 분임을 알 수 있다.
구약에서 이스라엘인들을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셨던 하느님은
당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그 공동체 안에 역시 지도자들을 두셨다.
이 지도자들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권한과 능력을 가지고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백성들을 하느님의 뜻대로 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했다.
그러나 때때로 목자들은 하느님의 백성을 선으로 이끄는 데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사리 사욕을 채우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백성들의 재산을 착취하기도 하고,
공동체의 선을 파괴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하느님께 원망하도록 했고
우상을 섬기도록 이끌었다.
그로 말미암아 이스라엘 백성은 벌을 받고 바빌론으로 끌려가 노예 생활을 했다.
이것이 성서가 보여 주는 하나의 역사적 교훈이다.
이것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모든 크고 작은 공동체 안에서
책임을 맡은 지도자와 그 구성원들을 위한 삶의 지표가 된다.
가끔, 우리 주위에서 논의되는 거물급 지도자들의 비행과
의혹에 싸인 거대한 부정 사건들로 인해 국민의 마음은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심보다는 의심과 불신이 팽배되어 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로 말미암아 올바른 마음으로 돈을 벌고
봉사하려는 이들까지도 불신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공동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뢰심이 회복되어야 한다.
국민은 지도자를 믿고 그들의 올바른 지도에 잘 따라야 하고,
또 어떤 그룹이든 단체든 크고 작은 공동체를 책임 맡고 있는 사람들은
진정 그 전체 구성원들의 공동선을 위해 일하고,
개인의 사리 사욕과 같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어떤 한 공동체에서 한 개인이 부정으로 획득한 막대한 재산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기본적 삶의 도구를 빼앗은 것이며,
그들을 슬픔에 잠기게 하고 울게 하는 것이다.
성서의 하느님은 바로 이러한 부정한 이들에게 벌을 주시고
억울하고 짓눌린 이들의 권리를 회복시켜 주신다.
인간이 서로 나눔의 정신, 존경의 정신, 신뢰의 정신으로
서로 돕고 공동으로 발전하기를 원하고 노력한다면,
현재의 불공평한 현실보다 얼마나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겠는가?
우리는 흔히 세상의 불공평과 악의 현상을 보면서
하느님의 자비와 정의를 의심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욕심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다.
인간은 그 생존을 유지하고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
돈과 재산은 사람의 명예를 빛내 주고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진정한 가치는 돈을 버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번 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인품이 나타난다.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은 하느님이 주신 물질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물질에 매어 있지 않고, 그리스도의 가난과 봉사의 정신을 따르고,
또 사랑의 실천을 통해 하느님의 축복받는 백성이 되기를 원한다.
재화를 지혜롭게 사용하는 데에서 하느님께 기쁨이 되고,
형제 자매들에게 화목과 평화의 길을 베푸는 데에서
그리스도 신자들의 사랑과 자비가 드러난다.
사도 바오로가 말하였듯이,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시고,
그리스도만이 분열과 미움과 이기심 때문에
갈라진 사람들을 화해시킬 수 있고
인류를 새로운 '한 몸'으로 창조할 수 있다(에페 2, 14-22).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은 인류를 한 가족으로 만들고,
한 자녀로서 축복받는 길을 주시기 위해 오신 것이다.
가정이나 어떤 공동체에서나 그리스도의 평화와 구원은
사랑과 희생의 정신 없이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스도 신자는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위해 자신의 어려운 성격,
모난 성격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한 공동체 안에 평화를 심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 모범을 그리스도의 인격에서 찾고,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께서 가르쳐 주신
생명과 진리의 길을 따르고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자녀들에게 마련된 영원한 축복을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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