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교본 해설/레지오 훈화자료

가정은 작은 교회이며 삶의 수도원

윤 베드로 2021. 11. 21. 07:55

사랑하는 아내와 몇 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 있었다.

그는 가족들을 돌보느라 쉴새 없이 일하다 보니, 삶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세상 걱정 없이 기도에만 전념하면서 사는 ?수도자?들의 삶이

              무척이나 행복해 보여 부러워지는 것이었다.

 

어느 날 그는 동부지역의 조그만 마을에 있는 한 수도원을 찾아가는 환상에 빠져들게 되었다.

높은 담장으로 둘려쳐진 수도원의 경내는 어느 곳이나 손질이 잘 되어 있었고,

       중세기풍의 아담한 건물 사이로 보이는 널찍한 포도원은 소설에 나오는

       유럽 수도원들을 연상시킬 정도로 신비로움이 가득했다.

떨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수도원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이곳에서 사는 수도자들을 부러워한 그는, 마침내 수도원장을 찾아가

          자기도 수도자가 되어 수도원에서 평생 살고 싶으니 받아달라고 애원하였다.

온화한 눈빛을 지닌 친절한 수도원장은 ?형제가 진정으로 수도자가 되기를 원하면,

          인자하신 하느님은 당신의 청을 언제든지 기쁘게 들어주실 것입니다.?라고 격려하며

          의외로 그의 청을 순순히 받아들여 주었다.

이리하여 수도자가 된 그는 너무나도 기쁘고 행복한 나머지,

             첫 수련자가 하는 수도원내의 모든 화장실 청소와 식사 때마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식기들을 씻는

             고된 일이 맡겨졌을 때도 그저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그 일들을 했다.

지금까지는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변기청소는커녕 설거지 한번 스스로 하기를 꺼려했던

                그가 수도자가 되었다는 마음 하나 때문에,

                 하루종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그것도 맨손으로

                 지저분한 다른 수도자들의 화장실까지 깨끗이 청소를 하였다.

마치 자신과 온 세상의 더러움을 씻고 있는 듯한 보속과 선행의 기쁨으로

        마음 안에는 행복이 가득차 오는 것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 웃음이 가득했고, 기쁘게 사는 그의 행복한 모습은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모든 수도자들을 감동시키기 시작했다.

마침내 수도원에 들어온 지 몇 달이 지난 어느날 수도원장은 그를 불러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사랑하는 형제여, 그대가 이 수도원에 들어온 이후,

               기쁨에 가득찬 그대의 삶의 모습은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옹달샘의 샘물같은 청량제가 되어 주었소!

               이제 우리는 당신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소.

               마침 우리 수도원의 분원을 개설해 달라는 요청이 있으니

               그곳 분원장직을 맡아 여기에서처럼 기쁘고 행복한 모습을 통하여

               함께 사는 수도자들이 형제안에서 하느님을 만나 뵐 수 있게 해주시오? 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너무나도 황홀하고 감격해 하는 그에게 분원의 주소가 담긴 봉투가 주어졌다.

막상 공항에 도착하여 봉투속의 주소를 확인해보니, 그곳은 너무나도 낯익은 주소였다.

바로 자기가 살던 예전의 자기집, 자기가정이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교회는 수도원 본원이고,

       우리 모두가 몸담고 있는 작은 교회인 가정은 바로 수도원 분원이다.

부모는 가정 수도원의 분원장이고, 자녀들은 모두 그에 따른 수도자들이다.

분원장인 부모는 수도자들인 자녀들의 모델이다.

이런 변화된 부모의 인식이 자녀들에게 삶의 모델이 될 때,

       그들에게 삶의 기쁨이 무엇이며 그 기쁨과 행복은 어떻게 얻어진다는 것을 체험시켜준다.

그럴 때 비로소 그들은 건전하고 튼튼한 자아가 형성되며,

           어떠한 외부적인 유혹에도 강하게 저항하는 저력을 갖게 된다.

 

한 기업 경영자가 직접 체험한 사업 때문에 가족과 가정의 행복을 등한시한 이야기가 있다.

그의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했을 때마다 그는 항상 자기의 약속 노트를 보았다.

그런 후 그의 대답은 으레 ?미안하구나, 얘들아,

           하지만 잊어서는 안될 매우 중요한 약속이 있단다?였다.

그러면 꼬마녀석이 ?우리는 아빠의 중요한 약속 대상은 될 수 없나요?하는 것이었다.

이때 ?맞아, 그렇고 말고, 너희들도 중요하지?하는 아빠의 말에

         ?그럼 왜 아빠는 우리 이름을 아빠의 조그만 까만 노트에 써넣지 않는

          거예요!?라고 항의하며 풀 죽은 표정이 되는 것이었다.

 

지금이야말로 행복하고 튼튼한 ?가정 수도원?을 만들 때다.

왜냐하면 현대의 왜곡되고 변질된 삶의 가치관이 가정을 제일 먼저 공격하여

             조그만 갈등에도 견디지 못하고 쉽사리 이혼과 별거로 결말을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별로 들어보지 못했던 ?가정 수도원?의 인식이

             오늘부터 온 세상의 모든 가정안에 창설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 재동(의사, 종신부제. 미국 LA)씨의 평화신문 특별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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