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교본 해설/레지오 훈화자료

어느 우체부 이야기

윤 베드로 2021. 11. 8. 07:59

어느 우체부 이야기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로스알데 힐이라는 작은 마을에 요한이라는 집배원이 있었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마을 부근의 약 50마일의 거리를 매일 오가며 우편물을 배달 해왔다.

어느날 요한은 마을로 이어진 거리에서

          모래먼지가 뿌옇게 이는 것을 바라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계속 이 황폐하고 삭막한 길거리를 오가며 남은 인생을 보내겠구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이 길을 오갔는데,

        앞으로도 나 요한은 정해진 길을 왔다 갔다 하다가

        그대로 인생이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황량감을 느낀 것이다.

, 꽃 한송이 피어 있지 않은 황폐한 거리를 걸으며 요한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그러다 그는 무릎을 탁 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그것이 매일 반복된다고 해서 무엇이 걱정이란 말인가?

 

그래, 아름다운 마음으로 내 일을 하자!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름답게 만들면 되지 않은가!"

그는 다음날부터 주머니에 들꽃 씨앗을 넣어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우편배달을 하는 짬짬이 그 꽃씨들을 길섭에 뿌렸다.

그 일은 그가 50여마일의 거리를 오가는 동안 쉬지 않고 계속되었다.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나고 요한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우편물을 배달하게 되었다.

그가 걸어 지니다니는 길 양쪽에는 노랑, 빨강, 초록의 꽃들이 다투어 피어났고

       그 꽃들은 봄 여름 가을 세 계절를 이어 피어주었다.

해마다 이른 봄에는 봄꽃들이 활짝 피어났고 여름에는 여름에 피는 꽃들이,

          가을이면 가을꽃들이 쉬지 않고 피어났던 것이다.

그 꽃들을 바라보면 요한은 더 이상 자기의 인생이 황막하다고 여기지 않게 되었다.

50여 마일의 거리에 이어진 울긋불긋한 꽃길에서 휘파람을 불며

       우편물 배달을 하는 그의 뒷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와 같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길은 자연히 아름다운 꽃길로 소문나서 많은 사람이 지금도 찾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