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강의/복음 묵상

[스크랩] 성령의 평화

윤 베드로 2018. 11. 19. 17:33






          “우리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환난을 겪어야 합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미래에 내게 올 것에 대한 마음자세로 기대와 각오가 있는데
          기대란 좋은 것을 기대하고 각오란 안 좋은 것을 각오하며,
          그것도 최악을 각오하는 거라고 말씀드린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바오로 사도는 최악에 대한 각오가 늘 되어 있고,
          그래서 어떤 환난을 당해도 당황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평화롭습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하느님 일을 하는 내게 어찌 이런 일이!
          이런 식의 마음이 없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가기 위해서, 하느님의 일을 하기 위해서
          환난과 박해를 받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주님께서 당신 평화를 주시니 마음 산란해지지 말라 하심도
          이렇게 최악을 각오하면 된다는 그런 뜻이겠습니까?
           
          이런 뜻이 없지 않고, 최악을 각오하면 마음 산란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가 미래에 어떤 안 좋은 일이 생길까봐
          걱정근심하고 두려워하고 조바심하게 되는데 최악을 각오하면
          영어로는 "No problem",
          중국어로는 “메이꽌시”
          북한말로는 “일 없슴다”
          우리말로는 “그 까짓것”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이 말씀의 뜻을 전체적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요한복음 14장은 당신이 제자들을 떠나
          아버지께로 가시고 난 뒤의 일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오늘 이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나는 일이 일어나기 전에 너희에게 미리 말하였다.
          일이 일어날 때에 너희가 믿게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 복음의 끝부분에
          그러니까 내 평화를 남기고 간다는 오늘 복음 바로 앞부분에
          주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당신 이름으로 성령을 보내실 것이고
          성령께서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당신 말을 기억케 하실 거라고 하십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남기고 가시는 평화,
          세상이 주는 평화와 다른 평화란 다름 아닌 성령이십니다.
          주님의 성령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남기시는 평화이시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겠다는 평화이십니다.
           
          그러니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 세상이 주는 평화와 다른 평화는
          최악을 각오함으로서 주어지는 그런 마음의 평화가 아니라
          성령을 모심으로 주어지는 그런 인격적인 평화인 것입니다.
           
          최악을 각오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마음의 평화는
          성령께서 내 안에 안 계셔도 인격수양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지만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평화는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인 것입니다.
           
          이 성령께서 주님이 떠나셔도 제자들을 마음 산란케 않으시고,
          이 성령께서 주님이 떠나셔도 제자들을 기뻐하게 하실 것이며
          이 성령께서 환난이 닥치더라도 겁내지 않게 하실 것이고,
          이 성령께서 환난이 닥치더라도 주님의 말을 믿게 하실 겁니다.
           
          우리는 현재의 우리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과
          그리고 미래에 있을지 모르는 안 좋은 일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혼자 감당키 어려우면 누군가를 찾아가 그것을 같이 나누곤 합니다.
           
          기쁨도 너무 기쁘면 혼자 기뻐하지 못하고 꼭 누굴 찾아가 말해야만 하고
          슬픔도 너무 슬프면 혼자 삼키지 못하기에 누군가의 위로를 찾게 되고,
          실제로 이럴 때 얘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
          다른 어떤 고통보다 큰 고통이요, 어떤 불행보다 큰 우리의 불행입니다.
           
          그러므로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을 같이 나눌 누가 있어
          같이 나누어야겠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성령 안에서 나눠야 함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적인 위로/격려가 될 수 있어도 기도가 될 수는 없지요.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충만한 하루가 되시기를 빌고,
          세상사 여러 일로 마음 산란해지지 않는 나날이 되시기를 빕니다.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출처 : 세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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