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그러니 일하는 사람에게 그 애쓴 보람이 무엇이겠는가?” 인간은 시간의 존재입니다. 물론 공간의 존재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시간(時間)과 공간(空間) 모두 한자어에서 사이 간(間)을 쓰고 있고 인간(人間)이라는 말도 같은 사이 간(間)을 쓰고 있는데 그러므로 인간이란 사이 가운데 있는 존재, 곧 유한한 존재라는 뜻이 있지요.
그런데 두 가지 인간 존재의 규정 중에서도 공간의 존재가 인간의 환경과 관련한 존재규정인데 반해 시간의 존재는 인간의 행위와 변화와 관련한 존재규정이지요. 시작이 없으면 끝도 없고, 시작과 끝이 없으면 시간도 없습니다. 반대로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그래서 시간이 있기에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우리 인생에 ‘항상’이라는 것은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항상 젊을 수 없고, 항상 푸를 수 없습니다. 항상 같이 있을 수 없기에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가 있습니다. 항상 봄일 수 없고, 항상 여름일 수 없으며, 항상 가을일 수 없고, 항상 겨울일 수 없습니다. 지난여름 참으로 더웠는데 계절이 변하니 그 더위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라졌습니다. 그런 것이기에 항상 기쁠 수 없고, 항상 슬플 리도 없으며 항상 즐거울 수 없고, 항상 괴로울 리도 없습니다. 항상 건강할 수 없고 그래서 아무리 아프지 않다가 죽고 싶어도 그럴 수 없습니다. 항상 성공할 수 없고 그래서 실패할 때가 반드시 있는데 성공만 바라고 실패를 못 받아들이고 못 견뎌 하면 때의 이치를 모르는 것이고 인생무상을 모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요 큰 주제는 삶과 죽음입니다. 태어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어 영원이라는 것은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리스 고대 철학자들은 이런 변하는 것들 가운데서 변하지 않고 영원한 것을 찾았는데 예를 들어 풀라톤 같은 철학자는 변하지 않는 것으로 이데아를 얘기하고 있고 우리는 하느님만이 시작도 끝도 없고 영원하신 분이라고 믿는 것이지요. 어제 저는 영원 앞에서 허무, 하느님 앞에서 허무를 얘기했는데 오늘 우리는 영원의 하느님과 때의 우리 인간을 묵상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슈베르트의 성가 333번에서 “시작 없으시며 마침도 없고, 변하심도 없네. 영원하신 주”를 이 아침 새벽부터 흥얼거리는데 여러분도 오늘 이 성가를 펼쳐 흥얼거리며 불러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