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
"요한은 예수께서 자기한테 오시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 저기 오신다'" (요한 1, 30).
1.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
요한 복음에는 예수께서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요한 1, 29)이라는 세례자 요한의 증언이 나온다.
이 말씀은 우리가 미사 때 영성체하기 전에 고백하는
예수께 대한 호칭이자 구원적 말씀이라고 보겠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또한 사제는 축성된 성체를 높이 들고 영성체 직전에 신자들을 향하여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하고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을 소개하고 흠숭하며 받아 모시게 한다.
예수님의 칭호가 하느님의 어린양으로서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라는 것은
그분의 신분과 신적 사명을 아주 잘 드러내 준다고 보겠다.
이러한 말을 한 세례자 요한은 예수께서 진정 구세주이심을 증언하는 동시에
그분의 신적 사명을 예비해 준 구세주의 선구자라고 보겠다.
성서는 인류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섭리와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구원의 역사는 죄로부터의 해방의 역사라고 보겠다.
죄는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고 인간을 멸망시키는 것이므로
죄로부터 구원되는 것이 인간의 구원이며, 평화와 행복이다.
예수께서 물질적 풍요나 권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죄를 없애심으로써 인류에게 참 평화와
자유를 선사하신다는 것이 중요하다.
2. 죄의 역사와 선의 역사
죄의 역사는 인류의 초창기부터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와 함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역사
또한 인류의 초창기부터 시작되어 계속되고 있다.
구약 시대엔 예언자들과 성자들을 통하여,
그리고 신약 시대엔 결정적으로 예수님을 통하여,
그리고 지금 교회 시대엔 교회 내의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신도들을 통하여 이루어 나가신다.
우리 신자들은 세례받았을 때 죄를 끊어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또 세례를 통하여 원죄와 본죄의 사함을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
하느님의 편이 되기로 약속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세례를 통해 죄의 사함을 받고 은총의 길을 가면서도
때때로 또다시 죄의 유혹에 빠져 허덕이고 괴로움에 빠진다.
어떤 면에서 사도 바오로의 말처럼 죄의 세력은
우리 주변의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으면서
우리를 악의 길로 빠지게 한다.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악의 세력과 죄의 세력이다.
죄와 악은 개인적으로는 자기 양심을 분열시키고
사회적으로는 공동체의 선을 깨뜨리고,
국가적으로는 전쟁을 일으켜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파괴하며
인류를 불행과 비참한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3. 죄의 형태들
우리 나라에 수백만의 사상자를 내고 또 지금까지 1천만이 넘는
이산 가족이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 만나지도 못하고
소식도 전하지 못하게 된, 또한 소련, 중공, 일본 등지에서
소수 민족으로 서러움을 받으며 따로 떨어져 살도록 만든
6․25 전쟁은 김일성의 야심적 교만이 그 원인이 된다.
또 아프리카의 소말리아에서는 이미 수백만이 기아와 전쟁으로 죽고,
지금도 기아로 죽어 가고 있는 비참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것도 서로 양보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인간의 교만과 뻣뻣한 마음 때문이다.
그것이 자기 국민을 굶어 죽게 하는 것이다.
또 중동의 이라크에서도 서방 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생겨
그 가족들이 울부짖게 만들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담 후세인이 타협하지 않고 지지 않으려고
또 혼자 그 지역에서 패권을 잡아 보려는 자만심이 그러한 불행을 일으킨 것이다.
이렇게 큰 불행과 비참함의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죄의 세력은 근원적으로 볼 때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또한 인간 내면의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다가,
이기적이며 교만한 마음과 함께 나타나 큰 세력이 되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4. 죄악의 일곱 가지 뿌리
인류의 원조이신 아담과 하와도 "하느님처럼 높아지리라." 하는
유혹에 넘어가 하느님의 금령을 어기고
인류 전체를 원죄의 사슬 속에서 허덕이게 했다.
그리고 카인은 하느님께서 자기 제사는 안 받아 주시고
아벨의 제사만 받아 주셨다는 데서 동생 아벨의 선을 시기한 나머지 살해까지 했다.
역사상 인류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전쟁들과 온갖 형태의 파괴 행위, 보복 행위
그리고 자연 환경 파괴도 역시 근원적으로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악의 뿌리들이 자라나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윤리 신학적으로는 칠죄종이라 하며 일곱 가지 죄의 근원을 말한다.
1) 교오(교만하고 오만하여 남을 업신여기는 마음),
2) 간린(하는 짓이 소심하고 인색한 태도),
3) 미색(성욕의 노예가 되어 사물을 올바르게 보지 못하는 마음),
4) 분노(분을 삭히지 못하고 몹시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름),
5) 탐도(음식이나 재물을 지나칠 정도로 먹고 마시는 일),
6) 질투(자기보다 우월하고 아름다운 다른 사람의 선을 시기함),
7) 나태(게으르고 성실하지 못하여 일을 그르치는 일)를 말한다.
이러한 것들은 사람의 마음속에 숨어 있다가 이기적이며 자신만을 생각할 때 나타나
사람들에게 큰 불행을 주고 하느님으로부터 이탈하게 한다.
예수께서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어린양"이 되신 것은
이러한 죄의 근원을 항상 경계하도록 가르치셨고
그것을 선의 무기로서 극복하도록 가르쳐 주셨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선의 무기는 곧 성령의 뜻을 따라 사는 것을 말하며,
깨끗한 마음으로 정의와 사랑과 일치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봉사하는 삶을 말한다.
우리가 이러한 일을 할 때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세상의 죄를 없애고
평화와 행복과 일치가 있는 하느님 나라를 이룩하게 될 것이다.
5. 죄로부터 구원된 이들의 행복
로마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죄로부터 구원된 이들의 행복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하느님께서 잘못을 용서해 주시고 죄를 덮어 두신 사람들은 행복하다.
주께서 죄 없다고 인정해 주시는 사람도 행복하다…"(4, 7-8).
"우리 죄 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때가 이르러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죽으셨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원수였던 때에도 그 아들의 죽음으로 하느님과 화해하게 되었다면
하물며 그분과 화해가 이루어진 지금에 와서 우리가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통해서 구원받으리라는 것은 확실한 일이 아니겠습니까…"(5, 6-10).
"여러분이 전에는 죄의 종이었지만 이제는 진실한 가르침을 전해 받고
그것에 성심껏 복종하게 되었으니 하느님께 감사할 일입니다…"(6, 17).
"이제는 여러분이 죄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종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여러분은 거룩한 사람이 되었고
마침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죄의 대가는 죽음이지만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선물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영원한 생명입니다"(6, 22-23).
<김웅태 신부님의 글>
'각종 강의 > 복음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앙의 결단 (0) | 2015.04.03 |
---|---|
신앙의 걸림돌이 된 예수의 십자가 (0) | 2015.04.02 |
세상의 빛 (0) | 2015.03.31 |
세상에서 생명의 빵이 되는 봉사와 희생 정신 (0) | 2015.03.31 |
세상에 불을 지르러 오신 예수님 (0) | 2015.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