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공부/창세기 공부

이사악 이야기

윤 베드로 2015. 2. 26. 23:13

 이사악 이야기

 

1. 이스마엘과 이사악

 

아브라함과 그의 일족이 이동했던 길은

      바위산과 사막으로 둘러싸여진 험난한 지대였다.

그 험난한 바위산 사이를 뚫고 요르단강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 험난한 길만이 아브라함을 힘들게 했던 것이 아니라

           가뭄과 기근이 끊임없이 아브라함을 괴롭히고

           그들의 가축을 힘들게 하였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

 

당시 아브라함에게는 큰 고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대를 이을 자식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아브라함에게는 그가 86세 때 여종 하갈을 통해 낳은

       이스마엘이라는 자식이 있었다.

그러나 이스마엘은 여종을 통해 낳은 자식으로,

           하느님은 사라에게서 낳은 자식으로 대를 잇겠다고 했기 때문에

           자신의 대를 이을 수는 없는 처지였던 것이다.

 

아브라함과 사라 사이에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사라는 이미 100살에 가까운 고령의 나이가 되어

      더 이상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 되어 절망적이었다.

이때 하느님이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나타나

       자식이 생긴다고 예언을 했으나 이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설마 이 늙은 나이에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

그러나 놀랍게도 하느님의 예언대로 사라는 잉태하였고

         드디어 아브라함의 후계자가 될 이사악을 낳게 되었다.

           이때 아브라함의 나이는 100살을 넘어서고 있었다.

 

2. 제물로 바쳐진 이사악

 

창세기 22장의 이야기는 이렇게 어렵게 낳은 소중한 아이,

           아브라함에게 있어 단 하나뿐인 후계자인 이사악을

         산 제물로 하느님께 바치는 이야기다.

하느님은 너무나도 무섭게 100살이라는 늙은 나이에 어렵게 얻은

              귀한 이사악을 ‘번제’로 자신에게 바치라고 아브라함에게 명령한다.

번제라는 것은 어린양을 제단에 올리고 죽인 후 태워서

              하느님께 바치는 제사의식을 말한다.

이러한 번제는 그 연기가 하늘 높이 솟아올라 하느님께 닿으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신다는 믿음에서 유래되었다.

 

처음 이사악을 바치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들었을 때,

        아브라함의 마음은 두려움에 떨고 가슴은 찢어졌다.

그러나 이성을 되찾은 아브라함은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이사악을 바칠 희생의 산에 도착하기까지 3일 밤낮동안

           고행의 길을 가고 있던 아브라함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마 인간적인 고뇌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중간에 포기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었으리라!

그러나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명령에 순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던 모양이다.

 

드디어 3일째에 모리야 산 입구에 도착했을 때,

          아브라함은 시종과 당나귀를 그곳에 남겨 두고,

          이사악만을 데리고 산 정상을 향하여 올라갔다.

이사악의 등 뒤에는 번제에 쓰일 장작이 묶여져 있었고,

              아브라함의 손에는 불과 칼이 들려져 있었다.

두 사람은 같이 걸어서 올라가면서,

     이사악이 “아버지, 불과 장작은 있는데,

     번제에 쓰일 어린양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아브라함은 슬픈 눈으로

      “어린양은 하느님께서 따로 준비해 주실거다”라고 말했다.

 

정상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그곳에서 묵묵히 제단을 쌓았다.

아브라함은 이미 손에 칼을 쥐고 있었다.

이사악이 뒤를 돌아본 순간 아브라함은 갑자기 이사악의

              목을 내리치려고 했다.

그때 하늘로부터 “그 아이에게 손을 대서는 안 된다”라는 음성이 들렀다.

깜짝 놀란 아브라함이 눈을 들자 무성한 관목사이에서

       한 마리의 숫양이 덤불에 뿔이 엉겨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아브라함은 그제야 하느님의 뜻을 알고

      그 양을 잡아 피를 제단에 뿌리고 번제를 드렸다.

번제의 불길이 하늘로 타오르면서 아브라함과 이사악을 붉게 비추었다.

아브라함은 불길에 휩싸인 채로

       하늘로부터 들려오는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다.

“아브라함아 너는 나를 위하여 너의 외아들까지 아끼지 않았으니,

         나는 너에게 한껏 복을 내리고, 네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한껏 번성하게 해 주겠다“(창세 22,16-17).

 

3. 이사악의 결혼

 

세월이 흘러 이제 아브라함도 죽을 날이 가까워지자,

          가장 믿음이 가는 늙은 종 엘리제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나의 허벅지 사이에 손을 넣고 하느님께 맹세하시오.

        나의 아들 이사악의 아내를 가나안 땅의 딸이 아니라,

        내 친척이 있는 고향에서 찾아 데리고 왔으면 하오“(창세24,1-10).

 

이에 엘리제는 주인의 허벅지 사이에 손을 넣어 맹세한 후,

       낙타 10마리와 고가의 선물들을 가지고

       아브라함의 고향으로 출발했다.

낙타 10마리와 선물들은 신부의 부모에게 주기 위한

        결혼자금이었던 것이다.

엘리제는 아브라함의 고향에 도착하자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우물가에

             낙타를 세우고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했다.

           “하느님, 이 우물에 물을 길러오는 여자 중

             제가 물을 달라고 청했을 때 저에게 물을 주는 여인이라면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혜로 알겠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한 아리따운 처녀가 물통을 어깨에 메고

          이쪽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우물의 물처럼 말고 아름다운 처녀이었다.

엘리제가 물을 달라고 청하자 그녀는 엘리제에게 뿐만 아니라

             낙타에게까지 물을 주는 호의를 베풀었다.

그 처녀의 이름은 리브가였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아브라함의 혈족이라는 사실이었다.

“아, 이 처녀야말로 하느님이 보내주신 이사악의 신부이다!”

엘리제는 이러한 믿음으로 처녀의 아버지와 만나

              결혼자금을 지불하고 혼인계약을 맺은 뒤 돌아왔다.

 

한편, 해가 지는 들판에 혼자 사색에 잠긴 이가 있었으니

        그는 이사악이었다.

이사악은 엘리제가 돌아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사막 저편을 바라보고 있던 이사악의 눈에

        뭔가 희미한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사악의 눈에 보인 것은 낙타를 타고 오는 아름다운 처녀였다.

리브가는 해가 지는 들판에 서 있는 사람 모습을 알아보고

             낙타에서 내려 시종에게 물었다.

           “저 분은 누구십니까?”

           “아, 저분이 바로 당신의 신랑이신 이사악입니다.”

 

그 말을 듣자 비로소 리브가는 가지고 있던 베일을 꺼내어 얼굴을 감쌌다.

리브가가 얼굴을 감싼 이유는 부끄러웠기 때문이 아니라

              당시 미혼인 처녀가 젊은 남자 앞에서 얼굴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하는 유목민의 결혼예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브가를 맞은 이사악은 가장 먼저 그녀를

              죽은 어머니의 천막으로 데려가 어머니를 위로하였다.

                                        <성서 이야기/이경윤/삼양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