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누가 기록한 것인가?
성경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책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 이스라엘 민족은 하느님에 관해 자신들이 듣고 체험한 것을 후대에 글과 말로써 전해줬다.
이렇게 이스라엘 민족이 체험한 하느님 이야기는 많은 세대를 거쳐 그들 안에서 이어져 내려왔으며,
이 이야기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 오늘날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성경으로 기록된 것이다.
성경이 글로써 기록되기 전 하느님과 인간과의 체험이 먼저 있었다.
예를 들어 탈출기가 글로 기록되기 전에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 보호 아래
이집트를 탈출한 사건이 먼저 있었다. 그리고 그들 체험이 오랜 시대를 거쳐
후대에 입에서 입으로 전승돼 내려왔다. 그리고 이스라엘 민족에게 전승돼 내려온 이 사건이
성경의 탈출기로 기록된 것이다.
성경의 표현이나 내용이 완벽을 이뤄나가는 것은 오로지 뒤에서 도우시는 하느님 영감(靈感) 때문이다.
영감이란 하느님께서 성경을 올바르고 정확하게 기록하도록 성경 저술가에게 작용하는
초자연적 힘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성경을 저술한 이들은 여럿이지만 성경 저자는 오직 한 분인 하느님뿐이시다.
성경 저술가들은 하느님 영감 안에서 그들 특유의 표현방식과 특수한 활동조건으로
이스라엘 신앙을 여러 측면에서 해설했을 뿐이다.
고대 이스라엘 민족은 자신들 체험을 다른 이에게 전달할 때 그 시대를 쉽게 알 수 있는 표상이나 설화,
비유적 이야기로 표현하곤 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그 안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이 그들 역사 안에서 체험한 하느님과 그분 업적을 후손들에게
글과 말로 전하다가정확한 내용으로 정리 보존하기 위해
다윗 시대(B.C 1000년 경)부터 기록하기 시작했으며, 마카베오 시대까지 정리됐다.
이렇게 기록된 것이 하느님 계시로 이뤄진 책으로 받아들여졌고, 이스라엘 민족 신앙생활의 척도가 됐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창조하신 세상 만물과 인간 역사 안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고 활동하심으로써
당신 구원 계획을 드러내고 알게 하신다.
이러한 하느님 계시는 이스라엘 민족의 삶과 역사를 통해, 특히 예배 전통으로 후손들에게 전수됐다.
이러한 전통, 즉 구전으로 전수되던 계시 내용들이 시간 흐름과 문화 발전에 따라 기록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성경은 단 한 번의 작업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수세기에 걸쳐 첨가되고,
다듬어지고 심화돼 형성된 것이다.
신앙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성경은 그저 일반 서적에 불과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나와 관계를 가질 때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처럼,
나 자신이 신앙을 가지고 있을 때 성경의 올바른 의미와 가치를 알 수 있다.
교회는 초창기부터 '성경은 하느님 영감으로 인간 손을 빌려 기록된 거룩한 책'이라고 선포했다.
성경은 인간 말로 쓰였지만 하느님 의지와 뜻이 반영된 하느님 말씀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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