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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송

윤 베드로 2015. 6. 29. 22:00

성모송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여기서 숨을 쉰다!)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하느님의 어머니 성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우리가 가장 자주 바치는 기도문이라면 이 성모송일 것이다.

묵주기도를 바친다면 성모송이 그 중심에 있다.

그런데 그렇게 자주 많이 바치는 기도이면서도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이 성모송을 마치 염불(?) 외우듯

           그렇게 바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고서는 묵주기도 몇 단을 바쳤느니 자랑삼아 보고하기도 한다.

때론 묵주기도 몇 만단 바치기 운동 따위의 목표달성을 위한

       숫자노름도 많이 하는 듯하다.

왜 우리는 성모송을 바치는 걸까?

왜 교회는 주님의 기도와 더불어 가장 단순하고 소박해 보이는

               이 성모송을 자주 바치도록 권하고 있는 걸까?

 

지금의 성모송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기도문이 아니다.

6세기경부터 16세기에 이르기까지 약 천년에 걸쳐 완성된 기도문이다.

이렇게 짧은 기도문이 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니 놀랍기 그지없다.

 

성모송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①첫 번째 부분은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께 드린 인사이다.

(루카 1,28) :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에게 기뻐하라고 인사한다.

그 이유는 주님께서 마리아와 함께 계시기 때문이란다.

마리아는 시골 처녀였고 배운 것도 많지 않았고 비교적 가난하였고,

              로마제국의 압제 하에 있던 민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견디어야만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아는 언제나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고,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믿음과 희망으로 충만했었다.

그러한 마리아에게 천사는 그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

"마리아, 기뻐해! 네가 늘 그렇게 믿어 왔듯이

            하느님께서는 참으로 너와 함께 계신다구!"

마리아는 이렇게 기쁨의 여인이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특히 역경의 순간에서도 하느님께서 언제나

           자신과 자신의 가정과 자신의 민족과 함께 하고 계심을

           믿었기 때문에 기쁨의 여인이었다.

모든 것이 풍요로워서 기뻤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온갖 부족함과 결핍 가운데서도 하느님께서 함께 계심을 확신하였기에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그런 기쁨을 간직한 여인이었던 것이다.

 

②두 번째 부분은 엘리사벳이 마리아께 드린 인사이다.

(루카 1,42) ;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엘리사벳은 마리아에게 여인들 중에 가장 복된 여인이라고 말한다.

왜 마리아가 여인들 중에 가장 복된 여인일까?

처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 뭐 그리 복된 일일까?

오히려 비난과 몰이해의 대상이 될 뿐일진대.

          그리고 마리아가 겪게 될 미래를 생각하면

          절대로 마리아는 복된 여인이 아닌 것 같은데...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여인들 중에

                 가장 복된 여인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떤 여인도 믿기 어려웠던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마리아는 굳게 믿었기"(루카 1,45) 때문에

                 하느님의 어머니Mater Dei가 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따라서 마리아가 복된 이유는 우리 한국말 기도문에서처럼

           "주님께서 함께 계시기" 때문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 때문에 "태중의 열매"인 예수님이 탄생하시게 되었으니

                그분 또한 복되시다는 것이다.

마리아의 그 믿음이 없었더라면 예수님마저도

              이 세상에 탄생하실 수 없으셨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두 번째 부분은 우리도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믿기만 한다면

         복된 사람이 될 수 있음을 고백하는 기도이다.

 

③세번째부분은 교회가 마리아에게 바치는 칭송과 전구를 비는 기도이다.

교회는 하느님께만 속한 '거룩하다Sancta'는 수식어를

          인간에게는 처음으로 마리아에게 붙인다.

제대로 번역하면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 마리아님!'이라고 해야 한다.

인간 마리아에게 교회는 성인이라는 칭호를 처음으로 드린다.

어떻게 마리아는 성인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우리는 과연 어떻게 거룩한 사람, 성인이 될 수 있는지를

           이 기도를 바치면서 고백하는 것이다.

천사의 인사와 엘리사벳의 인사는 마리아가 어떻게 거룩한 사람,

           성인이 되었는지를 간접적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님께서 나와 함께, 우리 가족과 함께,

      우리 민족과 함께 하신다는 믿음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그 비결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지금 그리고 특히 죽음의 순간에도 마리아처럼

           이 두 가지 믿음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마리아처럼 거룩한 사람이 될 수 있고,

           하느님 구원 사업의 협력자가 될 수 있다고

           교회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고백하는 것이다.

 

성모송은 성모님께 칭송을 드리고 그분의 도우심으로

              우리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신적인 선물을 얻기 위한

              부적(符籍)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성모송은 이미 성인이 된 마리아를 위한 기도가 아니라

            성인이 되도록 부르심을 받은 우리를 위한 기도이다.

우리도 마리아처럼 주님께서 나와 함께 계시기에

          언제나 기쁨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언제나 주님의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음으로써

          거룩한 사람이 되고

          "이 시대의 또 다른 마리아가 되겠습니다"는고백을

          성모님을 통해 하느님께 올려드리는 교회의 기도인 것이다.

 

오늘 단 한 번의 성모송을 바치더라도

        이러한 마음으로 진지하게 한 번 기도해 보면 어떨까?

아니 이러한 마음으로 묵주의 기도를 한번 바쳐보자!

그때 나는 어느새 ?제2의 마리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오상선 바오로 신부 / 2010. 8월호 레지오 마리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