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자료/좋은 글

[스크랩] 강원도 횡성 풍수원성당

윤 베드로 2015. 1. 2. 18:19

풍수원성당

산책과 명상이 있는 그 곳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산 속으로 숨어든 사람들. 기둥 하나, 벽돌 한 장을 스스로 쌓아올린 아늑한 터전은 강원도 최초의 성당이 됐다. 조용하고 소박하지만 사계절 다른 매력으로 찾는 이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풍수원성당'(豊水院聖堂), 드라마 촬영지로 알게 모르게 익숙해진 그 곳을 찾았다.

 

강원도 횡성군 서현면 국도변의 조용한 마을 유현 2리. 유현문화관광지로도 알려진 이곳에는 자그마한 성당 하나가 있다. 서울에서도 멀지 않아 가족, 연인과 함께 가볍게 나들이를 가기에도 좋다. 바쁘고 지치는 연말연시에 조용한 산책과 명상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다면 이곳 풍수원성당을 추천한다.

 

풍수원 마을은 40여 명의 신자들이 신앙촌을 형성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1800년대초 신유박해를 피해 용인에서 왔는데, 8일 동안 피난처를 찾아다니다 이곳에 마을을 이뤘다.

 

이후 1866년 병인박해와 1871년 신미양요 때 피난처를 찾던 신자들이 모여들었고, 화전(火田)과 토기 제작을 중심으로 생활했다. 1888년에 르메르(Le Merre) 신부가 파견되면서 본격적으로 성당 터전을 닦았고, 1907년 정규하(아우구스티노) 신부가 준공 봉헌하면서 지금의 성당으로 자리를 잡았다.

 

풍수원성당은 강원도 최초의 성당이다. 또,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이자 국내에서 네 번째로 지어진 성당이기도 하다. 빨간 벽돌을 주로 사용해 고딕풍 양식으로 지었다. 성당 건립 때 신자들이 벽돌을 직접 구워 쌓아 올렸다고 한다. 나무 등도 현지에서 직접 조달해 지었다 하니, 그 정성이 지극하다.

 

 

성당 주변을 둘러싼 나지막한 산세와 성당 뒤 산책로의 풍경이 그림 같다. 진입로에서 보이는 성당의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사계절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이 곳은 드라마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국내 최고 천주교 성지 순례지 중 하나인 풍수원 성당은 도심의 성당과 달리 명상과 휴양 시설이 조성돼있어, 휴식과 치유를 위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가장 안쪽 산허리에 위치한 명상의 공간을 비롯해 유현문화관광지 전체를 품어주는 산책로는 가볍게 걸어보기도 좋다.

 

겨울에는 쌓인 눈 때문에 진입이 어렵지만, 눈이 녹고 신록이 푸르러지면 꼭 짬을 내어 거닐고 싶어지는 길이다. 성당 왼쪽 위로 놓인 작은 언덕에는 십자가의 길이 조성되어 있다. 대리석마다 새겨진 조각화를 보면서 오솔길을 따라 걷는 느낌도 새롭다.

 

십자가의 길

 

횡성군에서 주도적으로 조성한 유현문화관광지 조성 사업은 풍수원을 중심으로 2003년부터 시작됐다. 2013년에 유물전시관과 강론광장, 진입로 등 기반 조성 중심의 1단계 사업이 이뤄졌다. 2014년 봄부터는 신자들의 생계유지 수단이었던 가마터 및 원터 복원과 휴게실, 제대 등 공사가 마무리됐다.

 

강론광장

가마터

 

유현문화관광지는 풍수원성당, 강론광장, 가마터, 유물전시관 등으로 구성돼있다. 강론광장은 새로 지어진 제대 뒤쪽으로 살짝 경사가 있는 언덕에 있다. 광장 옆의 가마터는 신자들이 도기를 제작하던 가마를 복원해 놓은 것이다.

 

가마터 아래의 유물 전시관은 천주교 관련 자료를 비롯해 일반적인 민속박물관보다 많은 자료들이 전시돼있어 자녀 교육에도 좋다. 유물전시관은 단층으로 지어져 주변 풍경에 모나지 않게 어울리면서 간결한 느낌을 준다.

 

 

유물전시관

 

유물전시관 옥상에는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나란히 놓여있어 예스러운 정취도 자아낸다. 특히 이곳에서는 성당을 포함한 풍수원 전체의 조망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꼭 올라가 봐야 할 곳이다.

 

 

성당은 도심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고 아담하지만 견고하다. 그 옛날 신자들의 정성이 벽돌 하나하나에 쌓여 꿋꿋하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자그마한 본당에는 신자들을 위한 장의자가 없다. 대신 마루에 방석을 깔고 앉아 미사를 올린다.

 

매서운 바람 없이 마루에 얹혀진 겨울 햇살은 얼었던 몸은 물론 마음마저 따뜻하게 데워준다. 지나온 세월만큼 색이 바랜 천정과 마룻바닥은 오히려 정겹다. 우리의 옛 집과 같은 느낌이라, 서양식 장의자가 있으면 되레 어색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으로, 조명도 본당 분위기를 한껏 돋아준다.

 

 

풍수원성당은 계절마다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근처를 지나는 길이라면 잠시 짬을 내서 반드시 들러 볼만한 곳이다. 천주교 신자라면 의미 있는 방문이겠지만, 신자가 아니어도 그 아름다움에 반할지도 모른다. 길도 멀리 돌아가지는 않으니 바쁜 목적이 아니라면 동쪽으로 가는 길이든, 서쪽으로 가는 길이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산책로

 

풍수원성당을 가는 초입의 좌측에는 주차장과 함께 폐교를 보수해 순례자 쉼터로 이용되는 건물이 있다. 주차장 맞은편에는 무인(無人)판매를 하는 농산물 매장도 있어 주부들의 발길을 잡는다.

 

또, 횡성군에 요청하면 풍수원을 비롯한 여러 역사에 관련된 해설을 도와주는 해설사의 집도 있으니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사전에 요청할 수도 있다. (횡성군청 033-340-2225)

 

 

 

성당은 횡성과 양평을 이어주는 6번 국도의 중간 부분에 위치해있다. 무심코 지나쳐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안쪽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표지판이 있어 주의 깊게 본다면 찾기는 어렵지 않다.

양평에서는 횡성으로 나가는 6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석화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만날 수 있고, 횡성에서는 횡성 IT밸리를 지나서 양평 방향으로 진행하면 나온다. 시외버스는 상봉터미널에서 횡성/강릉행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풍수원성당 홈페이지 www.pungsuwon.org

 

- 머니투데이(2014. 12. 30)

출처 : 사랑과 기쁨 그리고 평화
글쓴이 : 사랑과 기쁨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