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결혼을 人倫之大事로 여기며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로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요즘 결혼 문화에 대한 인식조사를 살펴보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택하는
비혼의 비율이 20%가 넘어가고 매년 최저치를 갱신하는 저출산으로 연결됩니다.
즉 결혼이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면서 결혼의 중요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결혼 후 육아 문제로 발생하는 경력단절, 누군가의 남편이나 아내,
누군가의 부모로서 가정에 대한 헌신적인 희생의 삶을 선택하기보다
오롯이 개인의 삶을 누리고 싶어하고
자신의 경력에 더 집중하는 삶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순히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결혼과 자녀출산을 통한 더 큰 가치실현의 인식과 결혼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사회적 구조와 제도의 변화는 뒷받침되어야 하겠습니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혼인 서약은, 이로써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그 본연의 성질상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를 이루는 것인 바,
주 그리스도에 의하여 영세자들 사이에서는 성사의 품위로 올려졌다.”
(교회법 제1055조 1항)라고 합니다.
‘성사’(聖事)라는 글자 그대로 혼인은 거룩한 일, 곧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더 나아가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볼 수 있도록 드러내는 표지’를 말합니다.
따라서 혼인성사는 두 사람이 평생 함께할 배우자를 찾고, 선택하는 것을 넘어서서
가장 작은 교회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며 부부는 서로에게 하느님 은총의 표지가 되어
배우자가 나에게서 하느님 모습을 찾고 느낄 수 있도록 평생 노력하는 삶이기에
하느님의 은총이 혼인을 통해 드러나는 성사입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는 혼인을 인륜지대사를 넘어 天倫之大事로 여깁니다.
두 남녀의 결합은 인간이 맺어준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맺어주신 것이며
부부의 혼인 서약은 하느님에게 이 사람을 평생의 배우자로 여기며
가정교회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약속을 더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서 교회는 사목적인 배려가 필요합니다.
교회법 제1063조에서는 “영혼의 목자들은 혼인의 신분이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지켜지고
완성으로 진보하도록 자기 소속 교회 공동체가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도움을 주도록
보살필 의무가 있다.”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혼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 사목적 배려와 교육으로
참으로 아름다운 가정 교회를 이루는 기쁨과 은총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