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24-2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4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25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26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오늘의 묵상
라우렌시오 성인은 로마의 일곱 부제 가운데 한 사람으로,
258년 발레리아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박해할 때 순교하였습니다.
성인의 순교에 대한 교회의 전승이 있습니다.
식스토 2세 교황이 미사를 드리다가 발각되어 사형에 처하여졌는데,
라우렌시오에게 “사흘 뒤 너도 나를 따르게 될 것이다.”라고 예언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교회의 재산을 관리하던 성인에게 로마 총독이 교회의 보물을 황제에게 바치라고 협박하자,
사흘간 말미를 달라고 한 뒤 모든 보물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실제로 사흘 뒤에 라우렌시오는 가난한 이들을 데리고 나타나 바로 이들이 교회의 보물이라고 말하였고,
이에 격분한 총독은 석쇠 위에 눕혀 구워 죽이는 형벌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성인은 오히려 형리들에게 “자! 한쪽은 다 익었으니 나 좀 뒤집어 주시오.” 하였고,
마지막에는 법관을 향하여 “이제 다 익었으니 잡수시오.”라고 말하며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 모두 재물과 생명에 대한 너그러운 자세를 통하여 라우렌시오 성인의 삶을 분명하게 밝혀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즐겨 사용하시던 씨앗의 비유로 뜻밖의 수확을 말씀하시며,
당신의 희생으로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됨을 강조하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바오로 사도도 가난한 성도들을 돕는 일의 요점을 말하며 씨앗과 수확의 비유를 듭니다.
“적게 뿌리는 이는 적게 거두어들이고 많이 뿌리는 이는 많이 거두어들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땅에 떨어진 씨앗입니다.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목숨을 사랑하기보다 미워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미워한다는 것은 거저 받은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움켜쥐고만 있던 손을 펴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의 권고가 라우렌시오 성인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그가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내주니, 그의 의로움이 영원히 존속하리라.”
(박기석 사도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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