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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형석교수의 100세 일기에서

윤 베드로 2018. 3. 3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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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교수의 100세 일기에서

 

몇 달 전이다. 고등학교 선생 할 때의 제자들과 점심을 같이 하고
그중 한 제자의 차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 제자가 "선생님 저는
상배를 하고 5년이 지났습니다. 마음에 드는 여성이 생겨
재혼을 하고 싶은데 아들딸의 반대가 심해 고민 중입니다"라고 얘기했다.


내가 "재산이 좀 있는가 보다" 했더니 "어떻게 아십니까?" 물어왔다.
나는 이렇게 조언했다. "부모가 갖고 있는 재산이 많으면
자녀들이 그 재산 때문에 재혼을 반대하게 되니까,
먼저 재산 정리를 끝내라.
재혼 후 쓸 재산만 남기게 되면 일이 술술 풀릴 것이다.
더 남겨줄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해라."
아무리 사랑하는 자녀라 해도 필요 이상의 공짜 돈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기 쉽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15년 전 아내가 먼저 떠난 뒤… 외롭다는 마음은 지울 수 없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서는 혼자된 부모 중 한 사람을 위한 진정한 효도가
무엇인지 모르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 재혼을 해서 외로움 없는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아량도 대단히 중요하다.


내 후배 교수 중에 80세가 된 미국 친구가 있다.
자녀가 없이 지내다가 불행히도 혼자가 되었다.
내가 위로해 주고 싶었으나 도와줄 방법이 없고,
자기도 남은 노후를 생각하면 캄캄했을 것이다.

그리고 2년쯤 지냈다. 그 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재혼한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나도 사별하고 혼자 지내고 있어 그 실정을 알기에
"정말 잘되었다"고 축하해 주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 교수의 답은 좀 뜻밖이었다.
대학에 있을 때 잘 아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그 여자의 어머니가
혼자된 지 5년이 지났다는 것이다. 제자였던 딸이 어머니에게 재혼을
재촉해 혼자된 은사와 중매를 했던 것이다.
물론 나는 그 여제자를 모른다.
그러나 그 제자는 결혼생활을 경험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 중
으뜸은 노후에 짝을 찾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노후에 혼자되었다고 해서 모두가 다 같은 상황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혼자된 어머니의 경우는 다감해서 아들딸들이 자기 집에 오라고
청하기도 한다. 그러나 늙어서 혼자된 남자는 자기 살림도 꾸려가지
못한다. 아들딸들도 같이 있자고 반겨주지 않는다.
재산이 있으면 몰라도.


어머니께서 남겨주신 유언을 기억하고 있다.
"나는 늙었으니까 먼저 가야겠고 병중에 있는 네 처도
오래지 않아 떠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집이 비게 될 텐데 어떻게 하면 좋겠니?"라는
걱정이었다.
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그때는 헤아리지 못했다.


어머니는 늙어가는 아들이 혼자 남는 것이 안쓰러우니까
'네가 혼자 살지 말고 재혼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충고를 한 것이다.15년 전 아내가 내 곁을 떠났다.
그리고 3~4년이 지난 후에야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전해지는 통계를 보면 독신으로 남은 남자는 5년,
여자는 3년 수명이 단축된다고 한다.
내 얘기를 보태면 '배우자가 아닌 좋은 여자 친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 10여 년 세월이 흘렀다.
여러 가지 일에 매달리며 부지런히 살아왔으나
외롭다는 마음은 지울 수 없다.


100세, 이제는 너무 늦은 것 같다.


옮겨온 글

 
 

 

출처 : 演好마을
글쓴이 : 설봉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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