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복음서와 공관 복음서와의 관계 2
요한 복음서와 공관 복음서 사이의 관계를 살피는 일은
요한 복음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는 요한복음서의 특징을 쉽게 파악하는 한 방법이다.
우선 요한복음서와 공관복음서 간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살피고,
그에 따른 양자간의 관계를 알아보겠다.
1. 차이점
1). 내용 면
①요한복음서에는 : 공관복음서에 나오는 여러 가지 비유,
종말에 관한 긴 설교, 산상 설교, 예수님의 탄생설화와 유혹사화,
변모사화, 제자들의 파견 이야기 등이 없다.
⇒대신 공관복음서에서 볼 수 없는 2장의 가나의 기적사화,
3장의 니고데모와의 대화, 4장의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
11장의 라자로의 부활사화,
13장31-16장의 예수님의 긴 고별담화 등이 보도된다.
②성전 정화 :
공관복음서는 공생활 말기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요한복음서는 공생활 초기에(2,13-22) 있었던 일로 전하고 있다.
③예수님의 처형시기 :
공관복음서는 해방절 당일, 즉 니산달 15일로 보도하고 있으나,
요한복음서는 해방절 전날, 즉 니산달 14일로 기록하고 있다.(19,31)
2). 구조. 외형 면
①요한복음서의 전체적인 구조는 :
*공관복음서, 특히 마르코 복음서와 거의 동일하다.
=예수님의 역사를 세례와 공생활, 수난과 죽음, 부활의 순서로
기록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많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Jn에서는 2,1-12절에 보면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서 활동하시다가,
2,13-3,21에서와 같이 즉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신다.
⇒이렇게 Jn는 5장1절, 7장10절, 10장22-23절 등에서
Je께서 예루살렘을 자주 오가셨던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요한 복음서에는 '예루살렘 상경기'가 없다.
②예수님의 주요 활동 무대를 :
공관복음서는 주로 갈릴래아지방에서 활동하신 것으로 보도하지만,
요한복음서는 예루살렘과 유다지방으로 기록한다.
③예수님의 공생활 기간을 :
공관복음서는 1년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요한복음서에 따르면 2장13절, 6장4절, 11장55절에서 보듯
공생활기간 중 세 번이나 예루살렘에서 해방절을 지내신다.
즉 최소 2년 반 동안 공적 활동을 하신 것으로 나타난다.
④Je께서 마지막 해방절을 지내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체류하신 기간도
공관복음서는 한 주간 정도에 불과하지만(마르11-15장),
요한복음서는 거의 반년에 가깝다
(7,2의 초막절- 10,22의 성전 봉헌절- 11,55의 마지막 해방절).
3). 신학사상 면
①요한복음서는 예수님의 행적에 관한 보도 내용과 그 보도 방식에서도
공관복음서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Jn는 공관복음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화들을 전해줄 뿐 아니라
동일한 사화를 기록할 때도 자신의 신학사상에 따라 상당히 각색하였다.
즉 공관복음서는 : 자기들이 물려받은 전승들을 어느 정도 재배열하고 손질하면서도
원래의 전승 내용에 충실한 보도를 한 반면,
요한복음서 저자는 : 그 전승들을 자신의 신학사상에 따라 재해석하여 완전히 새롭게 기록하였다.
②요한복음서에는 : 공관복음서에서 그토록 강조되었던 하느님 나라에 관한 사상이 없고,
대신 인간 구원과 관계된 생명, 혹은 영원한 생명이 선포된다.
다시 말해 공관 복음서의 "하느님 나라"가
요한복음서에서는 ‘생명 혹은 영원한 생명’으로 대치된다.
③공관 복음서가 : 예수님의 행적이나 가르침을 전달하는 데 노력한다면,
요한복음서는 : 예수님의 신비스러운 인격을 가르치는 데 더 역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공관 복음서에는 : 예수님의 말씀과 기적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 있는 반면,
요한복음서에는 : 예수님의 인격과 관련된 몇 가지 주제의 말씀과 기적 이야기만 나온다.
예를 들어
공관복음서에는 : 산상 설교와 같은 교훈이나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에 관한 말씀들이 많이 들어 있지만,
요한복음서에는 : 생명의 빵, 세상의 빛 등 중요한 몇 가지 주제에
관한 긴 담론들이 주로 나오고 있는데,
⇒이 담론들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스러운 인격을 밝혀준다.
또 기적 이야기도 요한 복음서에서는 일곱 가지만 보도되고 있으며,
담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를 밝히는
표징 역할을 하고 있다.
④또 요한 복음서 저자는 상징주의를 사용하고 있다.
이 상징은 허구나 허상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實在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요한 복음서가 사용하는 용어들은 대부분 물질적인 의미, 영성적인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저자가 단순하게 묘사한 것, 그 이면에는 늘 깊고 심오한 의미가 자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에서 나오는 물은
갈증을 해소하는 자연적인 물을 의미하지만,
그 이면에는 영원한 생명의 물로써 예수 자신을 지칭한다.
2. 서로 다른 이유
①우선 요한복음서가 씌어진 상황이 공관복음서와 달랐기 때문이다.
공관복음서가 70-80년경에 기록되었다면, 요한복음서는 1세기 말경에 기록된다.
⇒이때는 이미 임박한 θ나라 사상이 어느 정도 퇴조해가고 있을 때였기에,
요한복음서는 θ나라 대신 영원한 주제가 될 수 있는 생명을 얘기한 것이다.
②요한복음서가 씌어질 무렵에는 이미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과 말씀이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때문에 요한복음서는 예수님의 정체를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로 전제하고 씌어진다.
곧 공관복음서가 : 예수님의 정체를 비밀로 하다가(메시아 비밀사상)
차츰 그 정체를 밝히고 있는 데 반해,
요한복음서는 : 1장41-51절에서 처음부터 예수님의 정체를 밝히고 시작한다.
③이 때는 : 유다인들과 그리스도인들의 대립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다.
*공관복음서가 집필될 때에도 유다인들과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갈등과 대립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그때에는 양자간의 반목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들이 유다교의 한 부류로 인정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85-90년경 유다인들의 "18조 기도문(쉐모네 에스레)"의
"이단자들에 대한 저주"항목 안에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저주가
포함되는 것을 계기로 둘 사이는 완전히 갈라지게 된다.
*그리고 유다인들은 그리스도인들을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들이라 하여
회당에서 추방한다.
=이는 회당을 중심으로 모든 사회생활이 이루어졌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그리스도인들이 유다 사회로부터 추방되었음을 의미한다.
*유다인들은 로마의 식민생활을 하면서도 상당한 특전을 누렸는데,
그 중 하나가 로마제국의 종교의식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이 종교 의식에는 황제 숭배가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이 유다인들의 공동체에 속해 있는 한
이같은 이교의 예배행위에서 면제될 수 있었다.
하지만 회당에서 추방되면 이런 특전을 상실하게 되고,
로마제국의 우상숭배 의식에 참여해야 했다.
황제가 명한 이 의식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명령 불복종 죄로 처형당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1-2세기에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회당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됨으로 인해서 죽임을 당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요한복음서는
유다인들과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은 참 그리스도이시며
θ의 아들이시라는 점을 보다 분명하게 변호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공관복음서가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죄를 회개하고 세례를 받아야 구원을 얻게 된다고 선포한 반면,
요한복음서는 14장2-11절에서와 같이
예수님을 통해서만이 하느님께 갈 수 있고
구원을 얻을 수 있다고 선포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공관복음서가 "예수가 누구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요한복음서는 "그 예수를 믿느냐, 안 믿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 공통점
①공관복음서, 특히 마르코 복음서와 마찬가지로
요한복음서도 예수님의 역사를 세례에서 시작하여 공생활,
수난과 죽음, 부활까지의 구도로 기록하고 있다.
②또한 요한복음서는 세부적인 내용면에서 루카복음서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장19-20절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요한 세례자의 메시아적 선포활동(루카3,15),
*12장2-3절의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부은 이야기(루카7,38),
*13장2절의 사탄의 유혹으로 인한 유다의 배신행위(루카22,3),
*18장38절, 19장4절과 6절에서 예수님의 무죄를
빌라도가 세 번이나 선언한 것(루카23,4. 14-15,22),
*21장 1-19절의 고기잡이 기적사화(루카5,1-11) 등이 좋은 예.
4. 이 같은 차이점과 공통점을 고려할 때
요한 복음서는 공관복음서의 전승,
다시 말해 최소한 루카 복음서 저자가 입수한 전승을 알고 있던 저자가
예수님의 말씀과 업적을 신학적으로 해설하기 위해 저술한
독자적인 복음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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