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교본 해설/레지오 관련자료

소공동체와 레지오 마리애

윤 베드로 2015. 5. 31. 16:22

소공동체와 레지오 마리애

 

                                               전광진(레지오마리애 2010. 9월호)

 

1. 본당 대형화의 문제

 

예수님께서 교회를 세우시고 그 교회를 사도들에게 맡기셨다.

사도들은 곳곳에서 새로운 교회를 세우고 교회의 책임자로 주교를 임명했다.

주교는 일을 거들 협력자로 신부와 부제를 뽑아서 본당의 사목을 맡겼다.

이렇게 천주교는 처음부터 교구와 본당으로 조직되었다.

그리고 2000년이 지났다.

 

오늘날은 옛날과는 다른 세상이 되었다.

옛날에는 그저 위에서 말 한마디면 다 통할 수 있었는데,

              요즈음은 무엇이든지 직접적인 소통이 중요하게 되었다.

나아가 본당이 더욱 대형화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①소통의 문제 : 본당이 대형화되다보니까 신부와 신자들도 만나기 어렵고,

               신자들 간에도 서로 만나기 어려우니 소통이 어렵고

               본당공동체의 친교가 사라지고 있다.

 

②신앙의 개인화 : 서로 소통이 잘 안되니 공동체정신이 약화되고

               신앙이 점점 개인화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자들끼리 인사도 잘 안한다.

 

③가난한 이들의 소외 : 그나마 중산층은 대접받는 대신

                                     없는 사람들이 소외되고 있다.

 

2. 소공동체 운동과 후유증

 

그래서 교구와 본당으로 되어 있는 천주교의 조직을

           보다 작은 조직으로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다.

그 작은 조직을 '소공동체'라고 부른다.

그것이 1960년대였다.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처음 시작된 소공동체 운동은

           점차 전세계로 확산되었는데

           지역간의 여러 가지 차이로 인해 정착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소공동체에 대한 개념 자체가 희박한 실정이고,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도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부터 소공동체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각 교구별로 교구장들의 의지에 따라 소공동체가 도입되었는데,

                  한국교회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도 역시 지지부진한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신부들에 따라서 소공동체에 적극적인 신부들이 있는가 하면

           소극적인 신부들도 많고,

           또 어떤 신부들은 소공동체를 아예 거부하기도 있다.

오히려 소공동체의 성급한 정착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 혼란을 주고 있다.

소공동체 정착을 위해 일부 신부들이 신심단체 가운데

              특히 레지오 마리애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아예 해체시키는 안타까운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탄식과 눈물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기존 신심단체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아예 해체시키면서까지

       소공동체를 정착시키려는 사목이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교구장들의 의지에 따라 상당한 시간동안 힘을 쏟고

         많은 교육을 해왔음에도 문제는 기대만큼 정착이 어렵다는 것이다.

많은 신부들이 하소연을 하고 있다 : '소공동체를 해보니 잘 안되더라...'

        따라서 지금까지의 과정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 소공동체를 어떻게 잘 구현할 수 있을지

        그 대안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3. 소공동체 실현의 문제

 

소공동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에 잘 안 맞다

우리는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야 속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소공동체는 행정구역에 따라 무조건 끊어서 지역별로,

           아파트 동별로 나누다보니

그 안에는 내가 보기 싫은 사람도 있고,

               또 60평에 사는 사람과 20평에 사는 사람이 잘 어울리기도 어렵다.

그러니 반모임이나 구역모임이 쉽게 잘 되기 어려운 것 같다.

 

②장소도 문제다

구역이나 반별로 가정을 돌아가면서 모임을 하는 소공동체는

              구조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가정을 남에게 개방하기가 점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 농경시대 때는 집집마다 가진 것이 뻔했다.

그 때는 담도 없고 거저 울타리가 전부였다.

그러다보니 니것 내것 구별도 적었고,

         누구 집에 무엇이 문제이고

         누구 집은 재산이 얼마인지 대개 다 알 정도였다.

집집마다 음식을 해서 나누어 먹고 저녁에는 모여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던 것이 우리네였다.

하지만 도시화된 지금은 의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내 것을 남에게 개방하기가 쉽지 않다.

아파트에 살면서 더 폐쇄적이 된다.

성당에 모여서 어떤 모임을 하기는 쉬워도

           개인집에 모여서 어떤 모임을 하는 것이

           우리의 생활의식과 관련되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③복수의 단체활동

신자들은 이미 기존의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소공동체까지 하려니 너무나 힘이 든다.

그러니 만날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또 요즈음은 사회에서도 동창회다 학부모회다 해서

                   각종 모임들이 많기에 신앙모임도 점점 더 어려워진다.

 

④노령화된 본당

노인들밖에 없는 곳에서는 소공동체가 어렵다.

특히 농촌본당이나 도시본당 중에서도

        노인층이 많은 본당은 소공동체가 어렵다.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⑤개념문제

소공동체에 대한 개념도 서로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반, 구역, 아파트와 같이 행정구역별로 나누는

        '속지적인 소공동체'만을 소공동체로 생각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속지적인 소공동체 뿐만 아니라

            본당의 다양한 작은 단체가 모두 소공동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뜻있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속인적인 소공동체'다.

대공동체가 아니라 소공동체는 말 그대로 작은 공동체다.

그러니 사실은 본당의 모든 공동체가 소공동체다.

자모회도 소공동체고, 성모회도 소공동체다.

어르신성경대학도 소공동체고, 레지오마리애, 성서모임, 꾸르실료, ME도 소공동체다.

하여간 신앙의 이름으로 모이는 사람들은 모두 소공동체다.

이렇게 소공동체에 대한 개념의 혼선도

           소공동체의 정착을 어렵게 하고 있다.

남미나 아프리카의 상황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거기는 도시가 아니라 주로 촌락공동체로 옛날 우리 공소처럼

           작은 동네들이 뚝뚝 떨어져 있고 성당도 없다.

신부도 부족하니 동네마다 자연스럽게 평신도들끼리 모이는

           소공동체 방식의 형태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뚝뚝 떨어진 동네가 아니라 서로 가깝게 산다.

그러니 우리 실정에 맞는 소공동체를 잘 연구해야 하겠다.

너무 빨리 무리하게 정착시키려고 레지오 마리애와 같은

       기존의 신심단체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해체하는 것은

       섣부른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소공동체 정착에는 반드시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할 것 같다 :

첫째, 시간이다.

둘째, 우리 실정에 맞는 소공동체다.

셋째, 기존의 신심단체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해체해서는 안 되겠다.

 

4. 레지오 마리애의 방향

 

레지오 마리애는 한국교회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하지만 그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되겠다.

오늘날 급격한 세상변화에 따른 적응문제, 젊은 단원 확보문제,

           재교육문제 등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고

           특히 소공동체 운동과의 관계설정 문제로 과도기적 상황을 맞고 있다.

           레지오마리애 단원들은 용기를 내야겠다.

성모님을 본받아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말고 굳건해야겠다.

또 시대의 징표를 미리미리 잘 읽고 힘차게 전진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다음 세 가지를 함께 생각해보자.

첫째, 기본에 충실해야 하겠다.

레지오마리애의 기본은 세 가지다 : 첫째, 기도, 둘째, 봉사, 셋째, 선교,

         이 세 가지에 더욱 충실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야겠다.

         기도, 봉사, 선교를 두 배로 해보자.

 

둘째, 새 식구들을 자꾸 불려나가야겠다.

특히 싱싱한 젊은 피를 계속 수혈해야 하겠다.

오지 않으려고 하면 강제로라도 끌고 와야겠다.

 

셋째, 잘못된 신심에 현혹되지 말아야 하겠다.

성모마리아를 여신이나 구세주처럼 받들어

       '천주교는 마리아교'라는 오해를 주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고,

        나주 성모동산과 같은 잘못된 신심에 빠지지 않도록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