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 공부/탈출기 공부

모세가 미디안으로 달아나다(2,11-22)

윤 베드로 2014. 3. 20. 23:21

모세가 미디안으로 달아나다(2,11-22)

 

 

11모세가 자란 뒤 어느 날, 그는 자기 동포들이 있는 데로 나갔다가,

그들이 강제 노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그는 에집트 사람 하나가 자기 동포

히브리 사람을 때리는 것을 보고, 12이리저리 살펴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

그 에집트인을 때려죽이고서 모래 속에 묻어 감추었다.

13그가 이튿날 다시 나가서 보니, 히브리 사람 둘이 싸우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잘못한 사람에게 ?당신은 왜 동족을 때리시오?? 하고 말하였다.

14그자는 ?누가 당신을 우리의 지도자와 판관으로 세우기라도 했소?

당신은 에집트인을 죽였듯이 나도 죽일 작정이오?? 하고 대꾸하였다.

그러자 모세는 ?이 일이 정말 탄로나고야 말았구나.? 하면서 두려워하였다.

15파라오는 그 일을 전해 듣고 모세를 죽이려 하였다.

그래서 모세는 파라오를 피하여 도망쳐서, 미디안 땅에 자리잡기로 하고

어떤 우물가에 앉아있었다.

16그런데 미디안의 사제에게는 딸이 일곱 있었다. 이들이 그곳으로 와서 물을 길어

구유에 채우고서는 아버지의 양떼에게 물을 먹이려 하였다.

17그때 목자들이 와서 그들을 쫓아내었다. 그러자 모세가 일어나서 그 딸들을 도와

양떼에게 물을 먹여주었다.

18그들이 아버지 르우엘에게 돌아가자, ?오늘은 웬일로 일찍 돌아왔느냐?? 하고

그가 물었다. 19?어떤 에집트 사람이 우리를 목자들의 손에서 구해 주고,

우리 대신 물까지 길어서 양떼에게 먹여주었습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자,

20그가 딸들에게 말하였다. ?그가 어디 있느냐? 어째서 그 사람을 내버려두었느냐?

그를 불러다 음식을 대접하여라.?

21그뒤 모세가 그 사람의 청을 받아들여 함께 살기로 하자, 그는 자기 딸 시뽀라를

모세에게 주었다. 22그 여자가 아들을 낳자, 모세는 ?내가 낯선 땅에서 이방인이

되었구나.? 하며 그 이름을 게르솜이라 하였다.

 

줄거리 :

 

①모세가 파라오의 궁중에서 자랐지만,

             히브리인에게 강한 同族意識을 느끼고 있었다.

②그래서 어른이 된 다음(사도행전 7,23은 약 40년 뒤),

              자기 동족들이 강제노동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同族을 때린 이집트인을 때려죽인 뒤 모래 속에 묻어 버렸다.

⇒모세는 얻어맞고 있는 동족에 대한 연민과 억압받는 약자를 향한

           정의감에 불타 폭력을 사용했다. 즉, 살인에 死體 유기까지 한 셈이다.

③이튿날은 히브리인들끼리 싸우는 것을 말리려하자,

                 모세의 살인사건을 들먹이며, "나도 죽일 작정이냐"라며 대든다.

⇒모세에겐 이집트 왕자의 신분으로 히브리인들의 시시비비를

                  가릴만한 권한이 없다는 말이다.

④모세가 이집트인을 살인 및 사체 유기한 것은 형제에 대한 연민, 형제애,

             弱子를 향한 정의감 등이 즉각적이고 결렬한 분노로 나타났기 때문이며,

                그러나 자기 힘으로, 자기 기준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켰다.

⑤결국 “모세는 일이 탄로 났음을 알고 두려워하였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파라오는 모세를 죽이려 하자”(2,14-15),

             이집트에서 멀리 떨어진 시나이반도의 미디안 땅으로 도망가게 된다.

             즉, 아무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히브리의 신세가 된 것이다.

⑥그곳 우물가에서 ‘弱肉强食’의 현장,

           즉, 여자들이 먼저 와서 물을 긷고 양떼에게 먹이려고 하는데,

           남자 목동들이 나타나 그들을 쫓아내는 것을 보고,

         모세는 못 본체 하지 않고 먼저 온 여성들의 권리를 지켜준다(2,17).

※우물은 : 광야와 사막에서 목축을 하는 유목민들에게

                  생명과 재산을 보존하는데 매우 소중한 곳.

 

⑦그 결과 오갈 데 없는 떠돌이 신세로서 도움이 필요하던 모세

               그곳에 피난처를 얻고 정착해서, 사제의 딸인 시뽀라와 결혼하게 되며,

             과거에 누렸던 부귀와 영예, 꿈과 이상을 모두 버리고,

             한낱 양치는 牧者의 생활로, 즉 ‘그저 내 한 몸이나 잘 간수하자’는

               식의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세부 해설 :

 

이 부분은 : 두 가지 일화로 나누어진다.

                첫째, 11-15a절 : 모세가 장성한 후에 있었던 일화

                 둘째, 15b-22절 : 미디안 지방으로 피신하여 살았던 일화

 

1). 11-15절 장성한 모세

 

*11절 ; ‘성년이 된 모세...’ 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부분은 :

              모세가 장성하기까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고,

                          모세와 자기 동족인 이스라엘 백성과의 관계로 이어진다.

                 - 짧은 글에 ‘同族’이라는 단어가 세 번(11절에 두 번, 13절에 한번)이나 나온다.

              또한 모세가 자신이 히브리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모세는 : 어느 날 밖에 나갔다가 동족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모세는 당시의 고위층 자제들과 같이 궁중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히브리인이라는 자신의 신원에 대한 인식과 믿음

                                  굳게 자리잡고 있었다고 보인다.

                 (참고 ; 라므세스 시대에도 궁중학교에 셈족 계통의 외국인 학생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입증되어 있다)

 

⇒가만히 있으면 파라오의 왕족으로서 부족한 것 없이

              영화를 누리고 살아갈 수 있었지만,

    모세는 자신의 안전지대를 떠나 자신의 동족이 살고 있는

               ‘미디안 땅’으로 ‘나간다.’ - 일종의 엑소도스(exodos)

 

※잠깐 묵상 : 우리 자신에게 주어진 혜택만을 누리며 거기에 안주하여

                     다른 형제자매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묵상.

 

*모세는 : 동족(히브리어 원뜻; 형제)들이 에집트인에게 강제노동을 당하고

                   얻어맞는 현장을 보고 형제에 대한 연민, 형제애,

                   억압받는 약자를 향한 정의감에 불타 학대자를 죽인다.

 

*모세의 대응은 : 비록 정의와 연민에서 발단했으나

                           아직 승화되지 않은 채 즉각적이고 격렬한 분노로 나타났다.

                          주먹엔 주먹, 폭력에는 폭력,

                                     그것도 더욱 강도 높은 폭력으로 맞선 것이다.

 

⇒그것도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12절 : ‘이리저리 살펴 사람이 없는 것을 알고 에집트인을 쳐죽여

                         모래 속에 묻어 버렸다.’

    ⇒이제 모세는 : 자신의 살인행위를 은폐하려고 애쓴다.

                 그래서 사람들이 볼까 두려워 재빨리 시체를 모래 속에 묻어버린다.

                            → 탄로나자 도망치게되는 원인.

성서 저자는 : 이 모습을 이야기함으로써 아무리 모세가 저지른 일일지라도

                         살인행위 자체는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려 하고자 한다.

 

*13절 ; ‘이튿날 다시 나갔다가 히브리인 둘이 맞붙어 싸우는 것을 보고

                     잘못한 사람에게..’ :

․성서저자는 : 모세가 싸우는 사람 중에 ‘잘못한 사람을 나무랐다’고 강조함으로써

                  모세의 관심사가 ‘정의’에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모세는 : 자기 동족이 얼마나 곤경 중에 있는가를 가슴아프게 체험하고 있었는데,

                그런 고통 중에 있는 동족끼리 서로 위로하고 돕고 살지는 못할망정

                서로 싸움박질하고 자신보다 더 약한 동족을 때리는 모습을 보고

                                                                                분통을 터뜨린다.

                그리고 그들을 중재하려고 나섰으나

                           모세에게 꾸지람을 당한 사내는 거칠게 대든다.

                 = 14절 ; “누가 당신을 우리의 우두머리로 삼고

                                 우리의 재판관으로 세웠단 말이요?”

                 그리고는 모세의 약점을 잡아 위협까지 한다.

                          = ‘당신은 에집트인을 죽이듯이 나를 죽일 작정이오?’

 

․형제의 고통을 덜어주려던 행위는 :

           오히려 형제의 고발로 그의 생명까지 위협받게 되었다.

           모세는 어쩔 수 없이 파라오의 손을 피해 멀리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동족을 도우려는 그의 행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고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모세는 동족에 대한 강한 연대의식에서 나름대로 그들을 도와주려고 시도했다.

   어째서 불의한 자를 응징하고 정의의 편에 선 모세가 이런 신세가 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삶에서 이러한 의문을 갖는 경우가 많다. 답은 나중에...

 

2). 15-22절 ; 미디안에서의 모세

 

*무대장면은 : ‘미디안 땅’으로 바뀌고,

                   모세는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어 미디안 어느 우물가에 앉아있다.

 

⇒미디안족은 : Ib의 세 번째 후처인 크투라가 낳은 여섯 아들 가운데 하나인

                               미디안의 후손(창세 25,1-2 ; 1역대 1,32).

     ․Ib은 죽기전에 正妻의 아들인 이사악과 서자들(미디안 포함)을 떼어놓았다.

    ․이사악만 제외하고 그 밖의 모든 서자들은 동방으로 가게 했던 것(창세 25,6).

    ․미디안족은 에돔 남쪽 아카바만을 사이에 두고 그 양편 해안에 살고 있었는데,

                  모세가 도망간 곳은 서쪽의 시나이반도였다고 짐작된다.

 

*16절- ; 미디안 땅 우물가에 앉아있던 모세는

              먼저 우물가에 왔음에도 질서를 지키지 않는 목동들의 행패를 보고

                      또 다시 의협심을 발휘한다.

           폭력은 : 문명의 세계인 에집트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어려움 처지에 있던 동족에서도 있었고,

                            여기 반유목민 세계에도 억압과 완력은 있다

             나약한 처녀 목동들이 억센 목동들에 의해 불의를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모세가 일어나 그 처녀들을 도와 목동들을 쫓아 버리고

                     양들에게 물을 먹일 수 있게 해준다

 

⇒언제나 약한 자의 편, 정의의 편에 서있는 모세의 행위,

  그러나 에집트에서와 미디안에서는 그 해결방식의 커다란 차이점을 발견한다.

  ①먼저의 방식은 : 모세 자기의 힘으로,

                  그것도 은밀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점에 있어서,

                  또 상대방을 죽여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폭력적 해결방식 역시

                                    파라오의 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

                  결국 인간의 폭력은 상황의 궁극적인 해결, 곧 구원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사실만 입증할 뿐이다. - 예 ; 테러에 대응하는 부시의 더 큰 테러

 

②그러나 미디안 우물가에서의 모세는 :

              무질서와 폭력의 희생이 되는 약자를 도와주려는 동기는 같으나

                           폭력에 대한 태도의 전환점을 맞는다.

              에집트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해결하였으나

                            미디안에서는 생명을 살리는 방법,

                            비폭력적 방법을 선택하였다는 것이다.

             (사막에서의 우물 = 생명, 우물물을 마시게 하는 것 = 생명을 살리는 것)

 

⇒그래서 에집트에서는 미래가 사라졌으나 미디안에서는 미래가 보장된다.

   이 역설적인 대비 속에는 드러나지 않게 모세를 가르치고 계시는

                                                              하느님의 계획을 만난다.

⇒이 사건으로 여자들의 아버지 ‘르우엘’의 환대를 받게 되고

                   마침내 그의 사위가 된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시뽀라가 낳은 아들의 이름 안에

          모세의 심경을 잘 나타내고 있다. :

  22절 ‘내가 낯선 고장에 몸 붙여 사는 食客이 되었구나 하며

                아기의 이름을 ‘게르솜’이라고 지었다‘

          - ‘게르솜’이라는 이름은 ‘황폐한 나그네’라는 뜻.

             비록 미디안에서 환영받는 인물이 되었음에도 그는 異國生活의 낯선 나그네로서

               ‘몸 붙여 사는 食客’(22절)의 설움을 절절히 체험하고 있다는 말이겠다.

 

⇒그런 모세의 신세는 : 바로 에집트 땅에서 ‘몸 붙여 사는 식객’인 자기 백성의 삶이다.

    이제 동족의 고통은 바로 모세 자신의 고통이 된 것이다.

     또한 미디안 사막으로의 도피는 장차 홍해를 건너서 사막으로 피신하는

           백성의 삶을 미리 체험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모세는 풍요로운 땅에서 탈출하여 척박한 광야에서 생명을 구했다.

     세계  최고의 문화와 물질문명을 자랑하던 에집트는

                        그에게 자유와 목숨을 위협하는 죽음의 땅이 되었으나,

     반면에 보잘 것 없이 메마르고 거치른 광야는

                 그의 자유와 삶을 보존하는 안식처, 생명의 땅이 되었다.

 

*이제 모세는 : 파라오의 체제의 영향권을 벗어나 형제들의 고통을 기억하며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찾기 위해서 또 하느님과 만나기 위해

                       온 정신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기나긴 시간을 갖게 된다.

 

 

※모세 장인의 이름은 여러 전승에서 다르게 나타나는데 :

                                 이드로(출애 3,1 ; 18,1),

                                 호밥(민수기 10,29 ; 판관 4,11),

                                 르우엘(출애2,18)이라고 나오는데,

                                 르우엘은 씨족의 우두머리로서 이드로의 아버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