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부부도 같이 있으면 잘 모르지만
혼자가 되고나면 그 소중함 절실히 느낀다는데,
그러고 보면 당신과 함께 있어 난 참 행복한 사람이오.
가깝고도 멀며 멀고도 가까운 사이인 부부.
적당히 서로의 결점 알지만 오히려 그 결점을 애틋한 마음으로 보듬는 사이.
한 그릇에 밥 같이 비벼 먹고 같은 컵, 같은 수저 입 대고 써도 기분 좋은 사이.
둘이지만 하나라 말하고 하나라 말하며 다른 생각을 할 때 있지만 혼자되면 미완성인 사이.
누가 그랬던가?
“아내란 청년일 때는 연인이고
중년일 때는 친구이며
노년에는 간호사다”라고.
인생에서 최대의 행복은 무엇일까? 富일까? 명예일까?
그저 우리 건강하게 함께 사는 동안 지나침과 모자람 없는 사랑 나누다
“내 인생 당신 만나 참 행복했어!”라 말하며 같이 눈 감을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난 더 바랄 게 없는데.
“열 살 줄은 서로 멋모르고 살고,
스무살 줄 서로 좋아 살고,
서른 줄 눈코 뜰새 없이 바삐 살고,
마흔 줄 서로 버리지 못해 살고,
쉰 줄 서로 가없어 살고,
예순 줄 살아 준 것 고마워 살고,
일흔 줄 등 긁어 줄 사람 없어 산다“는 데,
그러고 보니 이제 우리도 몇 단계 안 남았네?
오늘 부부의 날이라 당신에게 몇 글자 쓰자니 참 쑥스럽네?
젊은 사람들 툭하면 사랑한다 잘도 말하더만, 그 말 난 왜 안 될까? 용기로 해 볼게,
“나 당신 참 사랑하오!”
부부는 가깝고도 먼 이방인, 부부는 참으로 가깝고도 먼 이방인,
살아오면서 말없이 눈빛만 보아도 그 마음 알아 그져 가슴 슬레고
바라만 보아도 그저 좋아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차고
손끝만 닿아도 찌릿한 전율․․․
하지만 살면서 서로 무엇인지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어쩌다 가슴에 비수꽂는 말로 깊은 앙금 쌓이다 보면
얼음판 보다도 냉랭한게 부부 아닌가요!
마음에 가시 꽂히기 시작하면 그 가시 빼내기 힘들고
그 가시 빼낸다 하더라도 상처가 너무 깊으면 결국 흔적이 남게 된답니다.
그러다 보면, 아주 가까이 있지만 아주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부부 아닌가요.
그래서 상처가 아물기 전에 이혼이라는 꼬리를 달게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가요.
부부는 서로 아주 편한 사이이기도 하지만
내면의 마음을 진정 모르기에 박빙(薄氷)을 밟는 것이 아닌가요․․․
서로 조심하지 않으면 살얼음 깨지듯 금방 깨져 수렁텅이로 빠져 뒹굴고 마는 거지요․․․
당신 아니면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당신 아니면 못 살 것 같이 여겨도
가슴에 썩은 감정의 씨앗 움틀거리면 새싹은 돋아나질 않고 흔적만 남아 썩어지지요.
썩은 씨앗이 되기 전에 서로 예의를 지키며,
배려와 위하는 마음, 신뢰하는 마음으로 너그러운 삶을 채워가며
디딤돌과 버팀목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지요․․․
믿음의 씨앗을 잘 보다듬고 가꾸어요.
비로소 잎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듯이
참 믿음의 싱그러운 사랑의 씨앗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지요.
그러나 어긋나면 회복하게 힘든게 부부
부부는 참으로 가깝고도 아주 머--언 이방인.
활동배당 : 이 시를 두 분이 함께 낭송하기,
(2012. 6월 전신자 피정 때 활용했던 정월기 신부님의 글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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